최상현 주필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체계 배치 결정에 그것을 반대하던 중국이 부리는 심통과 몽니는 세계적으로 그들에 대한 경계심을 더욱 부추기고도 남음이 있었을 것이라 봐진다. 그들은 유엔 안보리에서 유엔이 금지한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에 대한 규탄결의안이 채택되려는 것을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불만으로 무산시켰다. 이는 유엔에서 그들도 동의해 통과한 대북(對北) 제재안을 스스로 거스르는 자가당착이며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의 막중한 소임을 방기한 것이 된다. 그런가 하면 그들은 북의 핵 포기를 이끌어내기 위해 지속적인 공조와 압박이 필요한 시기에 마치 우리의 속을 뒤집어놓으려는 듯 일부러 드러내놓고 북한에 전략물자인 원유와 식량을 제공하고 나섰다.

중국의 태도가 도무지 대국답지 않게 변덕이 심하며 깃털처럼 가볍다. 보기에 딱하고 민망할 정도다.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 봐도 그런 인상을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중국과 북한은 한동안 중국의 대북 제재 참여로 북이 토라짐으로써 양국 관계에 찬바람이 불고 서먹서먹했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중국이 한국의 ‘사드’ 배치에 토라져 한국에 돌연 등을 돌리고 북에 눈을 찡끗거리며 야릇한 미소를 던짐으로써 양국 관계는 급속한 회복을 가져올 수 있었다. 한 때 양국 관계는 정상들이 ‘무신불립(無信不立)’을 얘기하며 신뢰를 돈독하게 해 한반도 통일을 논의할 만큼 가깝고 전도양양해 보였지만 순식간에 저들의 우리를 노려보는 표정은 험악하고 말은 외교적 언사와는 거리가 멀고 거칠다. 

중국은 이것으로 상황에 따라 북은 남에, 남은 북에 저들의 국익과 입맛에 맞는 전술 또는 전략적 카드로 이용하려는 우리에게 뼈아픈 굴욕을 안기는 사악한 속마음을 분명하게 드러낸 것이 된다. 우리는 잠시 한반도 통일 문제에 있어 중국이 점차 우리의 입장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잠시라도 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변덕스러운 중국과 한국과의 관계에서 본다면 그것은 근거가 희박한 오판이었고 낭만적인 미몽(迷夢)이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한마디로 우리와 중국 사이에는 북한을 보는 시각과 북을 대하는 방략(方略), 한반도 통일 문제에 대한 시각과 접근방법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저들의 언로(言路)에는 다양성이 없고 권력 상부의 뜻에 어긋나는 목소리는 어디서도 공개적으로 나올 수 없다. 

그것을 전제로 할 때 ‘북과 옛 혈맹(血盟)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고 한 그들 한반도 전문가 일각의 목소리는 절대로 ‘사드’에 열 받아 홧김에 그냥 해본 소리라고 가볍게 들어서는 안 된다. 이는 분명히 빙산의 일각이 노출된 것에 불과하며 저들의 1950년 한국전쟁 때의 파병을 말하는 이른바 ‘항미원조(抗美援助)’에 바탕을 둔 관계에 대한 향수는 현재의 저들 정치지도자들의 사고에 여전히 일각이 노출된 것보다 훨씬 심도 깊게 그리고 짙게 배어 있음을 웅변한 것이 된다. 그렇다면 이는 심중의 진심을 무의식중에 말한 ‘프로이디언 슬립(Freudian Slip)’이랄 수도 있지만 이런 엄청난 협박을 언로가 통제된 사회에서 치밀한 계산이나 의도 없이 아무렇게나 내뱉었다고도 할 수도 없다. 물론 ‘상황’이 양국 사고의 편차를 줄였다 늘였다 할 수는 있지만 최악의 경우 양국 사고의 편차는 도저히 건널 수 없는 강이 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라는 짐작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런데 문제는 중국이 화가 나 우리에게 몽니와 심통을 부리면서 북에 접근하고 북을 그들 곁에 가까이 끌어다 붙인들 중국에 큰 실익을 가져다 줄 것이 없다는 데 있다. 중국은 앞으로도 광대한 세계무대로 진출하는 노력을 더욱 기울여 정치 경제의 영향력을 넓히고 우리를 비롯한 모든 정상국가들과 전향적으로 협력해야만 그들의 국익이 극대화된다. 그들이 북과의 관계를 밀접히 한다면 퍼주어야 할 것이 많고 자칫 불량 정권을 두둔하는 것으로 인해 국가 이미지가 다칠 우려가 크다. 반면 한국과의 관계를 꾸준히 호혜적으로 원활히 가져갈 때는 우리에게도 그렇지만 그들에게 돌아가는 이익도 크며 북을 압박하는 분위기 속에서 세계적으로 흠을 잡힐 일도 없다. 이것을 중국이 모를 까닭이 없다. 국가 간의 관계에서 낭만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 어디까지나 국익이 관계를 맺고 안 맺고와, 길게 유지하고를 좌우한다. 중국의 몽니와 심통에 우리가 불편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북한을 감싸며 한국과 관계를 다쳐 이익 될 것이 없다는 것을 잘 아는 한 중국 역시 현재의 꼬인 국면에 고민이 깊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봐진다. 한국을 과하게 압박하다가는 한·미·일 협력을 더욱 굳혀줄 수도 있고 태평양이나 한반도 주변에 아직은 그들이 상대하기 버겁고 두려운 세계 최강 미국의 군사력이 더 많이 전개되게 하는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 

중국이 세계적으로 북과 비교할 수도 없는 평가를 받으며 세계질서의 주역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은 한국에 과한 몽니를 부리면 과유불급(過猶不及)이 되어 반드시 그들에게 후회를 남기며 미치는 화가 없을 수 없다. 이미 세계에는 첨단 기술을 통째로 빼내기 위한 목적으로 세계 첨단 기업들을 우주의 블랙홀(black hole)이 별들을 삼키듯 무차별로 빨아들이는 ‘차이나 머니(China money)’에 대해 ‘경보(警報)’가 발령된 지 오래다. 영국은 갑자기 영국 내 중국의 원자력 발전소 투자 계약을 취소했으며 미국은 미국 내 고속철 건설, 독일은 중국의 독일 첨단로봇 회사인수 계획을 좌절시켰다. 그것은 돈과 투자 유입이 싫어서가 아니라 그동안 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대내외적인 국가 행위가 불신을 사고 의혹과 의구심을 낳았기 때문이다. ‘사드’ 몽니도 바로 그런 종류의 일에서 예외가 아니다. ‘사드’ 몽니는 북의 도발이 한국의 대비태세를 부른 정당한 인과관계를 착각하고 있는 데서 빚어지고 있는 내정간섭이다. 자국의 안보이익을 침해한다며 타국의 정당한 안보주권 행사를 못하게 하는 것도 터무니없다. 자업자득(自業自得)인 것이지만 국가는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는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은 지금 한국과 세계 앞에서 시험대에 올라 있다. 바로 ‘사드’ 몽니와 같은 불신의 ‘업(karma)’을 쌓는 길에서 발길을 되돌릴 수 있을 것인가를 세계는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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