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천지=전형민 기자] 지난달 28일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세종시 문제가 지금처럼 아무 결론을 못 내리고 지지부진하면 적절한 시점에 중대 결단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해 ‘세종시 국민투표론’에 불을 지폈다.

이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만약 중대 결단을 내리게 되면 세종시 수정안이 되는 방향으로 할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지만 절차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만 덧붙였지만 세종시 수정안이 방향을 잡지 못하고 지지부진하게 진행돼 논란이 확산될 경우 세종시 원안의 수정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칠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지난해 말 한나라당 공성진 최고위원과 차명진 의원이 국민투표를 제안한 데 이어 심재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과 김재경 의원 등도 한나라당 ‘세종시 의총’을 통해 “정치권 내 타협이 어려운 만큼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제안한 것이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의 반대에 부딪히며 당론 변경과 법안 처리가 불투명해지고 있는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상황은 역전됐다.

세종시 국민투표를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던 관계자는 2일 “내말의 취지는 세종시 논의가 정파에 따라 무조건 찬성 아니면 반대로 가서 대의정치 기능이 작동되지 않으면 언젠가는 결론을 내야 한다는 뜻이었다”면서 “나는 국민투표의 ‘국’자도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급기야 이 대통령도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현재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국민투표는 검토하고 있지 않고 있다”며 “(세종시 문제는) 당에 위임한 상태인 만큼 당이 치열하게 논의해 결론을 내는 것이 맞다”면서 ‘세종시 국민투표’에 대한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에서 먼저 흘러나온 ‘세종시 국민투표설’이 청와대를 통해 마무리지어 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앞으로 일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예단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 대통령을 포함한 여권 지도부가 세종시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칠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우선 세종시 수정안에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한나라당 친박계가 국민투표에 대해 “국론분열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세종시 국민투표’는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대립구도를 더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세종시 국민투표’가 성사될 경우 ‘정권 심판’의 성격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은 여야를 떠나 정치권과 국가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또 국민투표의 대상으로 정해져 있는 ‘외교·통일·국방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에 세종시 문제가 포함이 되는지에 대한 논란의 소지도 남아있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국민투표가 실시된 전례는 모두 6차례로 이 가운데 5차례는 헌법 개정이 사유였고 나머지 한 번도 지난 1975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장기집권과 인권탄압 등에 대한 비난을 억누르기 위해 유신헌법 존속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친 것으로 ‘헌법적 사안’이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세종시 문제는 국민투표 요건인 ‘국가안위’의 사안으로 판단할 여지가 있다”며 “특히 정치권에서 어떤 결론이 내려지더라도 논란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국민투표를 통해 헌법적 권위를 보장받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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