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조사 지시”

[천지일보=이지수 기자]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남부지검의 김모(33) 검사가 상급자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렸다는 의혹과 관련해 대검찰청이 직접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2일 대검 관계자는 “김수남 검찰총장의 지시로 대검 감찰본부 인력들이 남부지검 사건을 광범위하게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대검은 앞서 남부지검에 자체조사를 지시했다. 그러나 김 검사 유족과 사법연수원 동기들이 상급자 폭행·폭언의 추가 증거를 내놓으며 의혹은 갈수록 커졌다.

김 검사가 상사 K부장검사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 검사가 평소 친구들에게도 ‘술에 취해 때린다’ ‘부장의 술 시중으로 힘들다’ ‘죽고 싶다’ 등의 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확인됐다.

김 검사의 아버지는 “아들이 부장검사의 폭언과 비상식적인 인격모독으로 힘들어했다”고 주장하며 탄원서를 제출했다.

앞서 지난 5월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 검사의 유서에는 업무 스트레스와 검사 직무에 대한 압박감을 토로하는 내용이 적혔다.

이번 사건으로 검찰 안팎에서도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의정부지검 소속 임은정 검사가 이 사건과 관련해 검찰 내부의 ‘상명하복 문화’를 비판하고 나섰다.

임은정 검사는 지난달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 남부지검 형사 2부 소속이었던 김 검사의 자살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남부지검에서 연판장 돌려야 하는 거 아니냐”고 밝혔다.

임 검사는 “내부에서 더 잘 알고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말리지 못한 죄로 동료들 역시 죄인이라 누구 탓을 할 염치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 역시 16년째 검사를 하고 있다 보니 별의별 간부를 다 만났다”며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부장을 만나 사표 내지 않으면 고소도 불사하겠다고 해 사표를 받기도 했고 검사와 스폰서 그런 식으로 노는 걸 좋아하는 간부를 만나고는 성매매 피의자로 보여 결재를 못 받겠으니 부 바꿔달라고 요구하기도 했으니…”라고 글을 남겼다.

그는 “문제 간부들의 행동에 힘겨워하는 후배들에게 들이박으라고 권하면서도 꼭 한마디는 덧붙였다”며 “그런데 너도 다칠 각오 하라고. 스폰서 달고 질펀하게 놀던 간부가 저를 ‘부장에게 꼬리치다가 뒤통수를 치는 꽃뱀 같은 여검사’라고 욕하고 다녀 제가 10여년 전에 맘고생을 많이 했었다”고 말했다.

임 검사는 “검찰의 눈부신 내일이었을 참 좋은 후배의 허무한 죽음에 합당한 문책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의혹이 제기된 K부장검사는 지난달 10일 서울고검으로 전보됐다. 대검은 K부장검사 본인에 대한 조사와 함께 김 검사의 같은 부서 직원, 동기 검사 등을 상대로 그가 자살에 이른 경위를 조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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