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통일I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중국 최초의 텐센트가 설립한 인터넷은행인 웨이중(微眾)은행이 지난해 1월에 출범했다. 웨이중은행은 신용대출 상품인 웨이리다이(微粒貸)를 출시한 후 1년 만에 누적 대출액 400억 위안을 달성했고 이용고객수가 30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웨이중은행은 지점 없이 온라인으로 대출신청을 받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용조사를 한 후 온라인으로 본인확인 후에 대출을 해준다. 웨이리다이는 대출과정이 간단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고객층이 확장되고 있으며 지난 4월까지 웨이리다이 누적 대출건수는 500만건이 넘었고 대출액수도 지난해 전체 대출액수를 초과하는 등 호조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용고객의 70%가 25~35세이다. 또한 중국에는 지난해 6월에는 알리바바의 인터넷은행인 왕상(網商)은행도 업무를 개시했으며 바이두 역시 인터넷은행 설립을 준비하고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많은 전문가들이 100% 비대면 은행이 본격화될 것이란 기대와 함께 야심차게 준비해온 인터넷은행이 출범도 못하고 있다. 인력확충과 시스템구축 등을 준비해 왔지만 은행법개정이 안 되면서 벽에 부딪쳤다. 지난 5월 한국경제연구원이 주최한 인터넷은행 성공적 출범을 위한 은산분리 완화 필요성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장소적 개념의 뱅크가 아닌 모바일금융 서비스시대가 도래했지만 금융규제 때문에 인터넷은행이 출범조차 못하고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인터넷은행 사업자로 KT컨소시엄과 카카오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은산분리 규제완화를 전제로 금년 하반기 영업개시를 목표로 추진했지만 법 개정이 지연되고 있다. 은행법 개정안의 골자는 IT기업의 은행 지분 보유한도를 인터넷은행에 한해 의결권 기준 4%에서 50%로 완화하는 내용이다. 현재는 KT와 카카오의 지분율이 각각 8%(의결권 4%), 10%(의결권 4%)이다.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대기업인 KT는 물론 카카오도 지난 4월 대기업집단으로 편입돼 의결권 주식 4% 이상을 소유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카카오은행은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자회사가 되고 기술기업주도가 아닌 비은행 금융그룹주도로 출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산업자본이 인터넷은행을 소유하게 될 경우 재벌기업들의 사금고화와 경쟁력 집중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금감원의 상시모니터링과 건전성감독으로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따라서 인터넷은행 탄생에 걸림돌이 되는 동일인 소유제한 제도를 글로벌스탠다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넷은행은 신용도 5~6등급(중신용자)에 해당하는 1180만명이 연 15~26%에 이르는 고금리에서 중금리로 대출할 수 있는데 IT 대기업이 의결권 주식소유를 최대 4%까지만 허용한다면 지속적으로 핀테크 사업을 해야 할 유인이 없어 인터넷은행 존립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도 했다.

정보통신 발달과 스마트기기의 출현은 오프라인 금융기관들이 온라인 금융기관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어렵다. 우리 은행들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관치금융의 탈피가 급선무이다. 관치금융 탈피를 위한 첫걸음은 은행의 주인 찾아주기이며 인터넷은행 탄생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은행주식 동일인 소유 지분한도부터 글로벌스탠다드로 개선해야 한다. 인터넷은행 사업자로 KT와 카카오를 선정한 것은 금융시장개혁이 목적이다. ICT와 금융의 융합으로 혁신과 변화를 추구하려면 ICT 기업이 중심이 돼야 한다. IT기업이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해서 혁신적 아이디어와 기술을 금융에 접목시켜야 한다. 인터넷은행은 온라인 기반으로 임직원 규모가 시중은행의 100분의 1 수준으로 운영할 수 있어 비용도 낮출 수 있다. 새로 출범하는 인터넷은행은 저렴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존 금융권 접근이 어려웠던 소외계층을 위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노인들이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활용해 디지털뱅킹의 혜택을 받기 위한 교육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따라서 인터넷은행 도입 취지를 고려해서 제20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조속히 은행법을 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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