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폭스바겐 독일 본사, 조작 지시했다” 밝혀
휘발유車 소비자도 ‘집단소송·형사고소’ 준비
전문가 “징벌적 배상 등 기준 강화해야” 지적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폭스바겐이 배출가스 사태와 관련해 미국과 유럽에서는 소비자 배상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한국 정부와 국민은 우습게 여기는 모습이다.

최근 검찰은 폭스바겐 측이 7세대 골프 휘발유 차량을 국내로 들여오기 위해 독일 본사가 조작을 지시했고 밝혔다. 앞서 정부의 허술한 관리 체계를 틈타 배출가스·소음 시험성적서 등이 조작된 정황도 발견됐다. 또 강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환경부의 시정 요구가 묵살된 사실도 드러났다.

소비자들은 경유차에 이어 휘발유 차량에 대해서도 집단소송과 형사고소를 준비 중이다. 전문가들은 자동차회사 위주의 관리·감독 시스템은 소비자 중심으로 바꾸고 ‘징벌적 배상’을 도입하는 등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폭스바겐 7세대 골프 차량 수입·인증 과정. 검찰은 이 과정에서 폭스바겐 독일 본사가 ECU 소프트웨어 조작 지시를 내렸음을 드러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檢 “독일 본사 지시 배출가스 조작 정황”

지난 17일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최기식 부장검사)는 폭스바겐 독일 본사가 배출가스 기준 미충족으로 한국에서 수입인증을 받지 못한 차량의 수출을 강행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아우디 폭스바겐 코리아 인증담당 이사 윤모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국내에 1567대가 판매된 폭스바겐 7세대 골프 1.4 TSI 휘발유 차량의 전자제어장치(ECU)가 불법 조작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검찰은 “배출가스 기준치 초과로 국내에서 판매하지 못하던 차량을 팔기 위해 독일 본사가 직접 조작을 지시했다”면서 “조작으로 인한 오작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월 아우디 폭스바겐 코리아는 ‘7세대 골프 1.4 TSI’를 수입했고, 같은 해 5월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배출가스 인증시험에서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이 기준치를 초과했기 때문에 불합격 판정을 내렸다. 이후 6월과 10월 2차례나 독일 본사는 해당 차량의 배출가스 관련 ECU 설정을 조작하라고 지시했고, 결국 지난해 3월 해당 차량은 인증시험을 통과해 판매가 시작됐다. 현행법에 따르면 ECU 등 차량 부품을 교체하면 별도의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폭스바겐 측은 이를 생략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폭스바겐 측은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시험 설정이 잘못됐다’는 등 4차례나 거짓 해명을 하며 임의설정을 해왔다고 검찰은 전했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해당 차량은 임의로 배출가스 관련 소프트웨어를 교체했다”면서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의 행위로 보기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폭스바겐 측이 배출가스·소음 시험성적서 조작과 부품변경 차종 축소, 환경부 과징금 축소 정황 등을 확인하고 수사 중이다. 또 지난 2011년에는 폭스바겐 측이 환경부로부터 경유차의 질소산화물 과다배출 원인과 개선 방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받았지만 이를 거부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집단소송·형사고소… 전문가 “감독 강화해야”

또한 폭스바겐 측은 미국에서는 소비자 중심의 정부 방침과 강한 법규를 이유로 소비자 보상 등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정부 방침과 외교적 이유 등으로 제대로 된 소비자·환경오염에 대한 보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폭스바겐 경유차 소비자에 이어 7세대 골프 1.4 TSI 차량의 소비자들도 집단소송과 형사고소 등에 나섰다.

폭스바겐 국내 소비자 법무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바른은 검찰 조사에서 배출가스 기준에 미달된 차량을 불법 개조해 국내에서 판매한 사실이 드러난 ‘7세대 골프 1.4 TSI’ 소유주들을 모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을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언론들에게 “(폭스바겐 측에 대해) 민법 110조에 근거해 매매계약을 취소하고 대금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내고, 소비자들을 속인 이유를 들어 사기죄로 형사 고소도 진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또한 바른은 아우디·폭스바겐이 판매한 전 차종에 대해 ‘판매 중지 명령’을 내릴 것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조만간 환경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폭스바겐의 늑장대응 등 한국을 무시하는 태도에 대해 미국과 같은 소비자 중심의 강력한 제재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종훈 한국자동차품질연합 대표는 본지 칼럼을 통해 “미국 미국도로교통안전국(NHTSA)에서는 전문가들이 철저한 조사를 통해 결함여부를 판가름해주고, 자동차회사에서 리콜 사항인데도 숨기거나 대충 넘어 가려고 하면 징벌적 배상까지 한다”면서 “우리나라도 감독이나 기준을 강화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자발적 리콜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미국 연방지방법원에서는 오는 28일 7차 심리기일에 미국 소비자와 폭스바겐 간의 피해보상 합의안이 공개된다. 이날 최종 합의에서는 차량 환불과 5000달러의 소비자 배상액 지불안 등이 확정될 예정이다.

또 공정거래위원회는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폭스바겐에 대해 제재 절차에 돌입했다. 이르면 내달 제재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21일 공정위에 따르면 소비자정책국은 폭스바겐에 표시광고법 위반(허위·과장 광고) 혐의를 적용해 이달 말까지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상정한다.

과징금은 많게는 수백억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폭스바겐은 2009~2015년 홍보책자 등에 ‘유로5 배기가스 기준에 만족했다’고 허위 광고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 폭스바겐 7세대 골프 1.4 TSI 휘발유 차량이 전자제어장치(ECU) 임의설정을 통해 국내 인증을 통과한 정황이 검찰의 조사과정에서 확인됐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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