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5월을 맞이하며 기업과 노동계는 우울하다. 장기적 경기침체로 인해 정치권이 기업 구조조정을 시사하는 가운데 조선 해운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임박하며 긴장감이 돈다. 이를 견디지 못한 노조는 자기자리를 지키려고 거리로 뛰어나와 절절한 몸부림을 펼치고 있다. 기업의 운영목적은 수익의 창출이다. 수익이 원활하게 창출되지 못하면 몸체를 조정해서 원활한 수익창출의 노선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기업의 생태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업의 시장논리를 정치권이 인위적인 개입으로 몸집만 키워 진퇴양난의 상황을 만들어 버렸다.

기업의 운영은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이러한 변수에 적응하며 진화해 나아가야 경쟁우위를 갖게 된다. 기업의 생산품 시장이 경쟁이 치열하거나 수요자의 기호가 변했다거나 가격경쟁력에 밀리거나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면 이에 따른 대처는 기업의 몫이다. 수익이 원활할 때는 몸집도 키우고 신상품도 개발하며 또 다른 수익창출을 모색하고, 수익 창출이 원활하지 못한 경우는 스스로의 몸체를 조절해 경기에 대응하며 시장 생태에 맞춰져야 함에도 이러한 보이지 않는 손을 거부하며 인위적 손길로 산업을 조정하다가 엄청난 부채를 쌓은 후에 이를 어떻게 하느냐를 기업이 아닌 정부가 고민하는 꼴이다.

19년 전 IMF체제에 있을 때 우리는 역사이래 가장 강력한 기업 구조조정을 치러낸 적이 있었다. 당시 일방적으로 400% 가까운 부채비율을 절반 이하로 낮추는 조정으로 많은 우리의 자산들이 외국기업으로 넘어갔고 그 과정에서 작금의 조선 해운산업의 규모도 조정됐다. 강력한 부채비율의 규제로 인해 자산을 조정했고 이로 인해 감당해야 하는 운영비의 과다가 점차 누적돼 세계적 경기침체의 오랜 파고를 견디지 못하게 된 것이다.

기업의 운영은 시장에 달려있다. 물론 정치권에서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도 있지만 원초적인 것들의 생태계는 그들 스스로의 적응력에 맡겨야 한다. 상품의 판로에서 운송로가 필요하고 해당 운송로의 개척으로 기업은 물론 경제발전에 이익이 충분하다면 정치권이 이를 풀어주어 기업은 물론 나라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가 기업의 생태까지 좌지우지 한다면 기업은 자생력을 잃게 된다.

현재의 상황을 누구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바로 해당 기업이다. 그들은 작금의 상황을 알고 어떻게 하면 개선해볼 수 있는지도 알고 있다. 다만 그것이 정부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몸집이나 소프트웨어의 조정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다. 이렇게 위기를 겪어내고 그때마다 우뚝 다시 일어서서 왕성한 활동을 펼쳐내야 단단한 기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위기 때마다 정부가 개입된다면 그들은 때마다 손을 내밀 것이고 이러한 악순환의 반복은 양자를 파멸로 몰아가게 된다.

분명 과거와는 다른 패러다임의 상황이다. 누구도 오랫동안 변화없이 그 자리에 존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변화의 파고 위에 끊임없는 진화를 거듭하며 본인의 자리를 지켜내야 살아갈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영원한 안주를 모색하는 것이 아닌 지속적인 진화와 발전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남의 눈을 의식하는 명목적인 조정이 아닌, 일방적인 무조건의 조정이 아닌 실질적 대안이 기반이 되는 전문적인 실속적 조정이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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