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칼럼] 달라진 지형, 다른 정치가 필요

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20대 총선 결과 여소야대로 오랫동안 익숙했던 정치지형이 바뀌었다. 그런데 바뀐 전세에 여야가 여진을 겪고 있다. 당황한 기색도 감추지 못하고 허둥지둥 줄어든 의석에 연연하며 탈당의원들의 복당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떠나간 민심을 잡기는커녕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는 확신만 주고 있다.

세간에는 동물국회에 이어 식물국회 때문에 고전했는데 이제는 무생물국회가 등장했다며 활동이 시작되기도 전에 암담함을 표현하고 있다. 실제로 주변에서는 모두 판세가 바뀐 것을 실감하고 있는데 유독 혜택을 누렸던 거대정당들은 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정치생태계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행태를 그대로 이어가려고 한다. 이제껏 압도적인 지지로 표 걱정을 안 하던 텃밭에서조차 외면당하고 신당에게 표를 몰아준 결과를 보고서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아무리 뭐라 해도 말뿐이지 실제 투표는 다르게 나온다는 것을 과신한 결과이다. 이제 그동안의 지역텃밭의 마법과 공약마법에서 조금씩 헤어나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이다. 대놓고 투표를 하지 않겠다던 사람들도 이러니저러니 해도 찍을 당이 없다며 압도적인 표를 과신하는 그들도 모두 깜짝 놀라게 한 결과이다. 집권당의 파워로 독선과 독단을 고수하는 공천과정이 독이 된 것이다. 

지키지도 않을 무지개공약을 내걸어서 당선되면 공약 따윈 잊어버리고 제 갈 길 가던 그들의 모습이 더 이상은 반복될 수 없는 생태계가 펼쳐지길 바라는 깨친 국민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결과이다. 그동안 정치가 잘못됐음을 머리 조아려 사죄하고 반성하는 노래까지 불러가며 표를 호소했지만 이미 돌아선 마음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사실 이러한 자기반성의 쇼 아닌 쇼가 곳곳에서 벌어지자 오히려 그들의 지지를 다짐하기보다는 외면하려는 마음을 굳힌 사람들이 더 많았다. 심지어 정당지지율에서는 신당이 거대야당을 넘어서버려 모두를 놀라게 했다. 갓 창당한 정당에 구력 짱짱한 정당의 표가 뒤졌다는 것은 그만큼 지지자들의 신뢰를 잃어버렸다는 증거이다.

무능과 독선 그리고 권력을 과신하는 그들의 모습이 스스로의 앞날을 막아버린 것이다. 이번 선거의 결과는 바뀌어진 민심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변화를 인정하지 못하고 과거와 똑같은 자세로 똑같은 방법으로 아성을 구축하려 한다면 머지않을 대선에서는 그 결과에 땅을 치게 될 것이다. 국민들이 이제 갓 창당한 정당을 알면 얼마나 알겠는가. 그들을 잘 알아서라는 이유보다는 기존의 정치행태가 싫음의 표현이다.

이제 과거처럼 만만한 국민이 아니다. 싫음은 표현하고 고쳐야 할 곳은 확실히 짚어내고 있다. 유권자들의 존재가 확연이 부각된 만큼 새로운 정치구도가 약이 되기를 바란다. 물론 이러한 구도로 당장에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것은 상당한 진통이 수반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주어진 상황이니만큼 주저할 여건은 되지 못한다. 이미 충분히 적체되고 있고 시간을 봐줄 만큼 처지가 유연하지 못하다. 늘어가는 부채와 불안정한 정치 경제적 정세는 앞만 보고 달려도 빠듯하게 조여 오기에 구태의연함을 반복하는 오류를 피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이제 그들의 활약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으니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불안해하는 유권자들의 흔들림을 일축하고 정치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는 초석이 돼주기를 주문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