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20대 총선 이후 여권의 내홍이 심상치 않다. 총선이 끝나면 다시 손을 잡고 새 출발하던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먼저 이번 총선 참패의 발단이 됐던 박근혜 대통령의 현실 인식부터 국민의 눈높이와는 멀어도 너무 멀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사실상 응징에 가까운 심판을 내렸지만 박 대통령은 ‘양당 체제의 국회를 심판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이 그렇게 말하면 그 평가는 옳다. 양당 담합체제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 현실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그렇게 말하는 것은 아전인수격 해석이요, 여전히 민심을 왜곡하며 자성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이젠 당권 싸움으로 가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6일 언론사 간부들과의 간담회에서 민심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형식적으로나마 낮은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본질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 지금의 이 방식대로, 현재의 국정 기조대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만 재확인 했을 뿐이다. 심지어 친박 계보를 만든 적 없다는 식의 발언은 그 사실 여부를 떠나 “나는 잘못이 없다”는 변명으로 들릴 뿐이다. 국민 모두가 다 알고 있는 당내 친박과 비박의 혈투를 박 대통령도 모르진 않을 텐데 나와는 상관없다는 식의 해명을 누가 믿어 줄까.

박근혜 대통령의 이런 태도는 총선 이후에도 새누리당 내부의 극한 대치로 이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의 모습이 이렇게 완강한데 당내 친박계의 태도인들 어떻게 달라지겠는가. 당일 국회에서 열린 20대 국회의원 당선인 워크숍 현장은 말 그대로 ‘막장’에 다름 아니었다. 짧은 반성, 끝없는 계파투쟁의 민낯만 보여줬다. 총선 참패에 대한 진단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서로 네 탓하며 목소리 높이고 삿대질까지 하는 모습이었다. 과연 이 당이 내년 대선까지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지조차 의심스런 대목이다.

새누리당 내부의 이런 극심한 계파투쟁, 총선결과에 대한 무한 투쟁은 결국 ‘당권싸움’을 위한 일종의 ‘샅바싸움’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의 임기 말 국정운영을 위해, 그리고 대선정국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라도 친박계가 당권만큼은 양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잘못된 현실인식, 그 연장선에서 새누리당 친박계의 거침없는 공세는 총선 참패의 책임을 회피하면서 동시에 당권을 쥐기 위한 정면돌파용 전략인 셈이다. 만약 박 대통령과 친박계가 총선 참패의 책임을 인정할 경우 그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표 경선은커녕 원내대표 경선에도 누가 ‘친박’ 딱지를 붙이고 경선에나 나설 수 있겠는가. 총선 참패를 ‘모두의 책임’으로, 총선 민심을 ‘양당체제 심판’으로 규정한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러나 어찌 할 것인가. 여권의 권력투쟁이 밤낮을 모르는 사이에 국정도, 정치도, 민생도 엉망이 되고 있다. 그들은 이 또한 “우리 탓이 아니다”고 할 것이다. 후안무치도 유분수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