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20대 국회를 앞두고 여야 각 당의 지도부가 착착 구성되고 있다. 새누리당도 조만간 비대위 체제로 들어갈 전망이다. 그러나 당내 친박과 비박의 권력투쟁만큼은 여전히 끝이 없어 보인다. 정진석 원내대표의 힘은 ‘친박의 몰표’에서 나왔음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당내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했다. 앞으로 대표 경선이나 대선후보 경선을 어떻게 치를지 산 넘어 산이다. 새누리당 전망이 가장 불안해 보인다.

더민주도 김종인 대표체제를 몇 달 연장하는 ‘절충안’으로 논란을 봉합했다. 새 원내대표엔 ‘86그룹’의 우상호 의원이 선출됐다. 김종인 대표체제를 견제하면서 ‘세대교체’ 효과까지 노린 친노의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떤 분식(粉飾)을 하더라도 친노의 실체를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점은 치명적이다. 지난 총선까지는 나름 각종 이벤트가 통했다지만, 앞으로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 이미 막후의 실체가 드러나 버렸기 때문이다. 친노와 비노,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이 심상치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민의당, 벌써 오만한 것인가

새누리당과 더민주에 비해 국민의당은 비교적 좋은 조건에 있다. 당 지도체제를 가장 먼저 구축하고 내홍과 갈등도 가장 적은 편이다. 그래서일까. 안철수 대표와 당 지지율이 상승세다. 박지원 새 원내대표의 정치력에 시선이 모아진 것도 한몫을 했다. 이대로 가면 무엇인들 못하겠느냐는 생각마저 들 수도 있다. 자신감 회복은 큰 정치적 자산이다.

그러나 가끔은 지나치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아니 오만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일부 인사들의 잇단 실언과 안이한 현실 인식은 곧 ‘자멸의 길’로 가는 지름길이다. 벌써 대선 판세가 거론되고 ‘단독 집권’도 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 사실 여부를 떠나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지난 총선 때의 중도층 지지는 불안정하다. 언제든지 새누리당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호남의 지지도 ‘전략적 선택’의 산물이다. 그 전략에 차질이 생길 경우 또 다른 전략적 선택을 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그렇다면 국민의당 지지기반은 온전한 것이 아니다. 정말 한 방에 훅 갈 수도 있음을 모른다는 말인가.

지금 국민의당은 ‘창당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38석과 지지율 상승에 웃을 때가 아니다. 민생은 갈수록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미 고통을 넘어 분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은가. 새누리당과 더민주에 분노한 국민의 절규에 벌써 귀를 닫았단 말인가. 당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 이런 국민의 목소리에 화답해야 한다. 쓸데없는 소리나 대선 판세를 운운할 때가 아니라는 뜻이다. 지금은 말 그대로 ‘자강불식(自强不息)’ 할 때이다. 스스로 큰 판을 뒤흔들 수 있는 힘을 만들기까지 쉼 없이 정진하고 민심과 소통해야 한다. 전쟁에서 ‘이기는 게임’을 만들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반복해선 안 된다. 정치에서의 착각은 바보들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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