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국민의당이 차기 당권을 놓고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 당권과 관련해서는 당헌·당규에 규정돼 있지만 여러 당권 주자들이 서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 곱지 못하다. 일부 지나치다 못해 자칫 자중지란이 일어나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될 정도이다. 4.13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국민의당은 20대 국회에서 정말 해야 할 일이 많다. ‘제3지대 정당’으로서의 역할과 역량을 보여줘야 할 뿐만 아니라 한국정치의 수준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앞장서야 한다. 이것이 정당득표율에서 더불어민주당보다 더 높게 나온 민심의 바람일 것이다. 그리고 내년 말에는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한 최대의 결전이 기다리고 있다. 호남의 유권자들이 만들어 준 ‘국민의당 압승’, 그것은 절박하고도 간절한 정권교체에 대한 염원 그 자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당, 지금은 정초할 때
국민의당 차기 당대표를 어떻게 선출할지, 그리고 누가 맡을지를 놓고 말들이 많다. 좀 더 압축적으로 보면 안철수 대표가 다시 맡을지, 아니면 대선 주자이기 때문에 차기 당권에서 손을 떼야 하는지가 핵심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안철수 대표가 당분간 대표직을 계속 하는 것이 더 좋다. 다른 당권 주자들의 역량이 부족해서, 또는 안철수 대표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어서가 아니다. 국민의당이 처한 안팎의 상황이 매우 엄중할 뿐더러, 당 체제마저 이제야 비로소 ‘정초기(定礎期)’에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 승리로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최소한의 단초는 마련했다. 이제는 당의 구심체를 공고히 하고 체제정비와 당의 골격을 구축해서 더 큰 집을 지어야 한다. 욕심을 더 낸다면 풍부한 콘텐츠를 양산해서 20대 국회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지지자들은 단순히 새로운 교섭단체 한 개를 추가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이 열리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정권교체를 위한 최대 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무슨 말인가. 차기 대표 경선에 안철수 대표가 출마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만약 그렇게 되면 국민의당과 안철수 대표에게 기대를 걸었던 지지자들은 어떤 생각을 할 것인가. 국민의당이 아직 정초도 하기 전에 당의 얼굴이 바뀐다면 외연 확장은 물론이고 지지층 결속도 난망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선 출마를 이유로 물러나는 안철수 대표에 대해서도 비판 여론이 간단치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정초기를 감안해서 현행 지도체제를 좀 더 유지시키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총선 돌풍을 이끌어 낸 지도부가 아니던가. 그게 어렵다면 당헌·당규에 따라 전당대회를 열어서 안철수 대표를 비롯해 누구도 당당히 대표 경선에 참여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대선에 나서겠다면 1년 전에 사퇴하도록 한 규정을 따르면 된다. 국민의당은 지금 ‘안정기’가 아니다. 이제 막 틀을 잡는 정초기에 어울리는 담대한 결단과 치밀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