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절박했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을 것이다. 4.13 총선을 꼭 일주일 남겨 놓고 마치 벼랑 끝에서 승부수를 던지듯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6일 ‘광주경제살리기 특별기자회견’을 가졌다. 광주 지역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삼성이 검토하고 있는 ‘미래형 자동차 생산 산업’을 광주에 유치하겠다는 것이 골자이다. 이를 통해 광주를 미래형 자동차 생산의 산실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광주에 5년간 2만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유권자를 졸로 보지 마시라

김종인 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경제민주화’의 상징적 인물이다. 재벌중심의 경제구조에서 탈피해 중소기업 발전을 통한 균형 성장과 공정한 경제를 강조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런 그가 느닷없이 삼성의 미래차 산업을 광주에 유치하겠다고 나선 것은 아무리 표를 얻기 위한 방편이라 하더라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재벌기업의 투자 산업을 특정 지방에 유치하는 것과 경제민주화 기조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단순한 유치가 아니다. 김종인 대표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 등 관련 법률을 거론하며 투자촉진을 위한 정부 보조금 확대, 민간투자유치를 위한 각종 세제지원 등 파격적 인센티브를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삼성에 엄청난 특혜와 편의를 제공할 수 있음을 내비친 셈이다. 이는 경제민주화 기조와 명백히 배치되는 대목이다.

문제는 또 있다. 김종인 대표의 공약에 대해 삼성 측은 검토한 바 없다는 반응이다. 그렇다면 민간기업의 투자전략까지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을 골라 ‘정무적’으로 결정한다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대기업의 투자 문제까지 명색이 공당이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이며, 이런 태도가 과연 경제민주화에 어울린다고 보는 것일까.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지적처럼 ‘5공식 발상’이 아니면 감히 엄두도 내기 어려운 일이다. 거창하게 ‘정경유착’이나 ‘관치경제’ 등을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정치가 경제를 망치게 했던 구태가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광주에 ‘삼성 미래차 산업’을 유치하겠다면 전주나 대전, 또는 수도권에는 또 뭘 유치하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광주의 표심만 중요할 뿐 다른 지역은 필요 없다는 뜻인가. 광주에 눈이 멀어 광주 외의 다른 지역에서 표출될 비난과 분노는 거들떠보지도 않겠다는 것인가. 삼성조차 이제 막 새로운 먹거리 산업을 위해 미래차 산업을 검토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총선을 앞두고 잿밥에 눈먼 일부 몰지각한 정치인들에 의해 민간기업의 투자전략마저 정치 논란에 휩싸이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이다. 이런 ‘급조형 공약’에 광주 시민들이 박수를 보낼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부디 ‘대국민 사기극’으로 끝나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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