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리콜 시 ‘실제 연비’ 저하가 큰 문제
폭스바겐 리콜 시 ‘실제 연비’ 저하가 큰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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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배출가스 시정, 연비 하락 확실”
“실제 도로주행 연비 측정 없는 것도 허점”
배출가스 조작 때처럼 연비 속일 가능성도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폭스바겐 리콜(시정조치)이 4월에도 이뤄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조사당국은 폭스바겐이 다시 제출한 리콜계획서가 여전히 설명이 부족한 ‘반쪽짜리’라고 했다.

더구나 폭스바겐 측이 환경부에 다음 달 중순에 제출하기로 한 시정 방법(소프트웨어와 장치 등)이 배출가스와 연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배출가스를 저감하면 연비도 떨어지고, 현행 제도상 연비도 속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21일 환경부는 5월까지도 리콜을 시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입장이다. 다만 오는 4월 말에는 미국에서 추가로 문제 제기된 유로6 충족 폭스바겐 신형 EA288엔진이 장착된 차량을 포함해 국내 주행차량 16대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해 말 유로5 기준이 적용된 EA189 엔진 장착 차량에 대해서는 배출가스 조작을 확인했다. 당시 폭스바겐 측도 이에 대해 시인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유로6 기준이 적용된 EA288 엔진 장착 차량에 대해서는 조작을 부인해왔다. 그러나 미국 환경청(EPA)은 이 엔진이 장착된 유로6 2리터 이하 엔진과 3리터 엔진에도 조작 소프트웨어가 설치됐다며 자국에서 판매 금지 조치를 취한 바 있다.

◆미흡한 ‘반쪽짜리’ 리콜 계획서

리콜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폭스바겐 측이 환경부에 제출한 2차 리콜 계획서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실험 결과가 쏙 빠졌다.

배출가스 인증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 김정수 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종의 실험 결과가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폭스바겐 측이 자체적으로 실험을 했을 때 ‘한 쪽을 좋게 하면 다른 한 쪽은 안 좋게 되는 부분이 있다’라는 내용이 있어야 검토를 할 수 있는데 이 부분이 없다”면서 “(현재 계획서처럼) 좋은 측면만 설명한 계획서를 승낙해버리면 나중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또다시 소비자가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차 리콜계획서보다는 개선했다고 하지만 미흡한 점이 있어 환경부가 업체 측에 보완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럽 본사에서 언제 답을 줄지 몰라 정확한 리콜 일정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리콜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이유다.

◆법망 피해 실연비 속일 수 있어

사실 리콜 일정보다 더 큰 문제는 배출가스와 연비다. 배출가스도 정상적으로 되돌리고 연비도 소비자에게 판매할 때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어렵다고 한다. 더구나 배출가스처럼 ‘실제 연비’도 속일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김정수 교통환경연구소 소장은 “폭스바겐 측은 개선계획서에서 (배출가스가) 연비와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는데, 전문가들은 물리적으로 관계가 없지 않다고 지적한다”고 말했다.

아주대학교 자동차 동력시스템 연구실의 이종화 교수는 “연비를 좋게 나오게 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배출가스를 조작한 업체가 배출가스가 연비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앞, 뒤가 안 맞는 말로 보인다”며 “배출가스와 연비의 연관성은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행 제도상 업체 측이 배출가스 조작은 시정할 수 있지만, 실제 도로 주행 상황에서 연비 하락은 소비자를 속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종화 교수는 “배출가스 조작 문제를 개선하고도 표시 연비는 기존과 똑같이 나오게 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실제 도로주행에서는 연비가 나빠질 가능성이 90% 이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가 실제 도로에서 연비가 나빠졌다는 것을 증명할 수도 없고, 비교 참조도 없는 상황”이라며 “이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배출가스 검증은 환경부가, 연비는 국토교통부가 한다. 연비 측정은 실내에서 ‘모의주행시험’을 통해서 한다. 이는 자칫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때처럼 실내에서 모의주행 시에는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하고, 실제 도로 주행 시에는 저감장치를 끄는 것처럼 조작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업체 입장에선 표시 연비만 맞추면 되기 때문이다.

국토부 김인규 사무관은 “연비 측정은 실내에서 모의주행으로 이뤄지며 실제 도로 주행은 참조 사항으로 이뤄지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수 교통환경연구소 소장은 “배출가스 조작 문제가 정형화된 시험 방법의 현행 제도의 한계에서 비롯됐듯이, 연비 문제도 인증시험 모드에서 트릭(속임수)을 썼다면 찾아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소비자가 운전을 해보면 배출가스 개선 후에 실질적인 연비는 안 좋아질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자동차 전문가의 공통적 인식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 독일 슈피겔 등 외신에 따르면 폭스바겐이 유럽에서 픽업트럭 아마록(Amarok) 900만대에 대해 소프트웨어 수리 리콜을 추진했다가 중단됐다. 이유는 이 리콜 조치가 차량 연비와 DPF(매연정화장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기 때문. 이에 이와 비슷한 조치를 앞둔 폭스바겐 인기 차종 파사트(Passat)에 대해서는 독일 연방 자동차청(KBA)이 리콜을 승인하지 않고 보류 조치했다.

▲ 폭스바겐 디젤 차량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사태 이후 리콜 답보상태 ⓒ천지일보(뉴스천지)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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