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터무니없다” 반발

지난달 17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딸 마사의 장례식을 치르는 모하마드 쇼만이 딸의 시신을 옮기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달 17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딸 마사의 장례식을 치르는 모하마드 쇼만이 딸의 시신을 옮기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이스라엘이 하마스와의 전쟁 중 가자지구에서 인종청소를 연상시키는 집단학살(제노사이드)을 저질렀으며 이에 무기 금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유엔 인권 전문가의 판단이 나왔다.

프란체스카 알바네제 유엔 팔레스타인 인권 특별보고관은 26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을 담은 ‘제노사이드 해부(Anatomy of a Genocide)’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알바네제는 이탈리아 국적의 국제변호사이자 학자이며, 그의 보고서가 유엔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알바네제의 보고서는 이스라엘이 집단학살로 정의된 다섯 가지 행위 중 세 가지를 자행했다고 믿을 수 있는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밝혔다. 이 세 가지는 팔레스타인인 살해, 심각한 신체적 또는 정신적 피해를 유발, 인구의 전체 또는 일부에 물리적 파괴로 생활 조건에 고의로 영향을 끼친 행위 등이다.

보고서는 이스라엘이 국제 인도법의 옷을 입고 가자지구 전체를 ‘테러리스트’ 또는 ‘테러리스트 지원’ 지역으로 지정해 ‘인종청소적 적대 행위’를 감추려고 노력했다고도 했다.

제네바 주재 유엔 이스라엘 대표부는 성명을 내고 “이 보고서를 전적으로 거부한다”며 “유대 국가 설립 자체를 약화시키려는 캠페인의 연장선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의 전쟁은 하마스에 대한 것이지 팔레스타인 민간인에 대한 것이 아니다”며 알바네제의 비난이 터무니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 알바네제는 하마스가 저지른 학살의 피해자들을 기리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관한 르 몽드지 보도와 관련 자신의 엑스 계정에 “10월 7일의 희생자들은 유대교 때문에 살해된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탄압에 대한 대응으로 살해된 것”이라고 올린 바 있다. 이후 이스라엘은 그를 입국 금지 대상으로 지정했다.

국제사법재판소(ICJ)는 현재 남아프리카공화국이 1948년 제노사이드 협약에 따라 제기한 소송을 심리하고 있다. 법원은 판결을 검토하는 동안 집단학살의 위험을 제한하기 위한 ‘임시 조치’를 1월에 발표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아직 이를 따르지 않고 있다.

보고서는 이에 유엔 회원국들에게 “이스라엘이 ICJ가 명령한 구속력 있는 조치를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금수 조치를 즉각 시행하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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