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도시숲이 맑은 공기를 제공할 뿐 아니라 미세먼지 저감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근 도시숲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주요도시의 도시숲은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나라 전체 1인당 생활권 도시숲 면적은 2021년 기준 11.48㎡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인 9㎡를 넘어선 상태이긴 하다. 하지만 수도권 등 대도시를 살펴보면 사정이 다르다. 서울의 경우 1인당 도시숲 면적은 불과 4.97㎡밖에 안 되며 전국 17개 시·도 중 꼴찌를 달린다.

그외 경기도(8.84㎡), 인천(11.52㎡), 부산(13.7㎡) 등 주요 대도시들도 선진국 주요 도시와 비교하면 차이가 많이 난다. 런던은 27㎡, 뉴욕은 23㎡, 파리 13㎡ 수준이며 중국의 상하이도 18㎡나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 도심의 초미세먼지 오염도는 매우 심각하다. 실제 국제 대기오염 민간조사 기관인 에어비주얼(Airvisual)이 출간한 2018 세계 대기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초미세먼지는 24.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칠레 다음으로 2위를 기록했다. 일본(12.0㎍/㎥), 미국(9.0㎍/㎥) 등 주요 선진국보다 2배가량 높은 수치다.

도시 단위의 공기 질도 심각하다. 세계 수도 62곳 중 서울은 23.3㎍/㎥로 27위에 링크 되었다. 1위는 인도의 델리였고 중국 베이징은 12위였다. 특히 OECD 회원국 중 대기 질이 나쁜 100개 도시 중 국내 도시가 무려 44개나 포함돼 OECD 국가 중 최다였다.

도시숲이란 사실 별게 아니다. 우리가 잘 아는 시내 공원이나 쌈지공원 그리고 명상숲, 가로수길 등 시민의 건강과 휴식 및 체험활동을 위해 조성·관리하는 도시의 산림과 수목 일체를 일컫는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도시지역에는 1263천㏊의 도시숲이 분포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 전체 산림의 20%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지금까지 도시숲은 자연친화적인 환경과 신선한 공기로 심리적 안정 효과를 통한 치유와 휴식의 공간으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어찌보면 숲은 인간들의 지속적인 생존을 보장해 주는 근원적인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울창한 숲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맑고 신선한 산소를 공급하는 공기청정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아마존 숲을 지구의 허파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도시숲이 미세먼지를 막아내는 효과는 실로 놀랍다. 숲이 가로 세로 100m라면 여기서 미세먼지 168㎏이 걸러진다. 나무가 그야말로 공기청정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숲의 미세먼지 농도는 도심보다 25%나 떨어지고, 특히 건강에 치명적인 초미세먼지는 40%나 떨어진다.

산림과학원이 서울 홍릉숲과 도심에서 부유·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한 결과 홍릉숲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도심보다 40.9% 낮고 미세먼지 농도는 25.6%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우리나라 숲이 미세먼지를 흡수할 수 있는 양은 연간 총 29만t에 달한다. 자동차로 비교하면 경유차 1억 7000만대가 내뿜는 미세먼지를 흡수하는 효과와 같다.

특히나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많은 산업단지에 조성된 도시숲이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는 효과는 탁월하다. 경기 시화산단의 완충녹지 조성 전과 조성 후를 비교한 결과 완충녹지를 조성한 뒤에 미세먼지 12%, 초미세먼지가 17%나 저감되는 효과를 보였다. 또한 조성 후 최근 3년 동안 미세먼지 나쁨 단계를 나타낸 날도 산업단지 109일, 주거지역이 75일로 31%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도시숲은 맑은 공기 공급과 미세먼지 저감에 매우 효과적이다. 이뿐 아니다. 도시숲은 여름철 열섬현상·소음을 완화하고, 여름철 한낮 기온을 3도 이상 낮추고 습도는 9~23% 높이는 온도조절 기능도 한다. 바쁜 생활에 지친 도시인들의 쉼터 역할은 물론이다. 급변하는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탄소저감원 역할은 더 이상 강조하지 않겠다.

도시숲은 나무에서 생성된 맑고 신선한 공기를 주민생활공간에 제공하는 동시에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을 차단하고, 도심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저감하는 기능을 수행하며 도시의 환경 개선에도 지대한 역할을 하는 도심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것이다.

그러나 도시숲은 인위적인 조림에 의한 확보가 필수적이다. 도시생활권 인근의 숲은 최대한 보존해야 하며, 부족한 숲은 쌈지공원조성, 가로수 식재, 학교숲 조성 등을 통해 마을별로 촘촘하게 만들어가야 한다.

프랑스의 작가 사토브리앙은 ‘문명 앞에는 숲이 있고, 문명 뒤에는 사막이 남는다’고 말했다. 시민의 건강 그리고 지속가능한 문명과 숲의 공존은 도시숲 조성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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