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오랭캐 땅에 꽃이 피지 않아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라는 유명한 고사가 있다. 하지만 도시에 사는 현대인들은 ‘미세먼지로 덮힌 뿌연 하늘 때문에 봄이 와도 봄 같지 않은 봄(灰色的天空, 春來不似春)’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초미세먼지 수준은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라는 개념이 등장하고 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측정하기 시작한 이래로 늘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악이었다.

OECD가 발표한 2017년 국가별 연평균 미세먼지 수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인도, 중국, 베트남 다음으로 공기가 나쁜 국가로 꼽혔다. 개발도상국을 제외한 OECD 35개 회원국만 보면 최악의 수치다. 참고로 인접국 일본은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2019년 스위스 대기질 솔루션 전문기업인 아이큐에어가 전 세계 98개국의 평균 초미세먼지 PM2.5 농도를 조사해 발간한 ‘2019 세계 공기질 보고서’에서도, 한국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24.8㎍/㎥로 OECD 회원국 36개국 중 가장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최근인 환경부의 2022년 12월 27일자 공식발표에서도 우리나라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18㎍/㎥로 OECD 38개국 가운데 35위 수준으로 최하위를 달렸다. 당시 정부는 ‘제3차 대기환경개선 종합계획(2023~2027년)’을 발표하며 OECD 35위 수준인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를 오는 2027년까지 중위권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초미세먼지 감축 방향과 대기질 개선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얼마나 개선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오염이 얼마나 건강과 환경에 위협적인가는 새삼스럽게 강조할 필요도 없다. 실제로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인의 건강을 가장 위협하는 요인’ 중 1위로 대기오염을 꼽았으며, 이로 인해 매년 700만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초미세먼지 기준치(35㎍/㎥) 초과일이 매년 평균 141일이고, 이를 월로 계산하면 약 11.8일이 된다. 열흘 중 절반에 가까운 4일은 초미세먼지 기준치를 초과한 공기를 마시며 살고 있는 것이다. 미세먼지 가득한 회색 하늘, 잿빛 하늘이 단순히 우려되는 상황이 아니라 이미 우리의 일상생활이 된 지 오래인 것이다. 그만큼 미세먼지 문제는 이제 우리 사회가 최우선으로 해결해야할 선결과제가 되었다.

그런데 최근 도시 내에 숲을 조성하면 미세먼지 농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사실로 입증된 실험 결과가 발표돼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얼마 전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진에서 미세먼지 ‘차단 숲’을 조성한 이후 오랜 기간 그 효과를 분석했는데 10년간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절반으로 뚝 떨어진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나무와 숲이 미세먼지를 줄인다는 주장이 사실로 확증된 셈이었다.

연구진은 산업단지와 아파트단지 사이에 오염 물질을 막아줄 차단 숲을 조성한 후 10년 동안 주거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한 결과 2022년 기준 주거지역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10년 전보다 절반(46.8%) 가까이 뚝 떨어진 것을 입증했다. 차단 숲의 나뭇잎과 가지 줄기가 미세먼지를 흡착하고, 숲속 낮은 기온과 습도가 미세먼지 자체를 나무 아래로 가라앉게 침강시켜 대기 중 농도를 낮추는 역할을 해서 미세먼지 농도를 낮췄다는 분석이다.

도시숲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과학적으로 확인된 순간이자 회색빛 시멘트로 뒤덮인 도시에서 쌈지 공원, 작은 숲 하나로 인해 누릴 수 있는 생태계 서비스가 얼마나 소중한지 확인된 뜻깊은 순간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탄소제로 대응은 물론 미세먼지 저감에 필수적인 도시숲은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산림청에 따르면 1인당 생활권 도시림 면적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인 9㎡를 2015년 말 달성했다. 그래서 현재 도시숲은 전체 도시면적의 49%인 125만 400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생활권 도시숲은 4만 6000㏊로 도시면적의 1.8%, 국토 면적의 0.5%에 불과한 실정이다. 전체 도시숲 면적의 3.7%밖에 안 된다. 지금까지 전국에 조성된 차단 숲 역시 470여 곳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더 많은 도시숲이 조성돼야 한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가장 손쉽고 확실한 방법은 바로 나무를 심고 도시숲을 더 많이 조성하는 것 뿐이다.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거론되고 있는 여러 기술적인 방안은 기술적인 측면 외에도 투자 대비 효율이 없고 친환경적이지도 않은 게 많다.

반면 나무를 심고 도시숲을 가꾸는 것은 미세먼지 저감에 효과일 뿐 아니라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탄소중립에도 탁월하다. 시간이 좀 걸리지만 자연을 이용해 미세먼지를 흡수하고 차단하는 도시숲 조성만이 지속가능성을 담보한 최적의 대안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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