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지난 2023년은 기록상 가장 더운 해였다는 세계기상기구(WMO)의 공식 발표가 나왔다. 기후변화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전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이 1.5도 가까이 오른 것이다. 올해는 평균기온이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WMO는 1.45도 상승, WMO와 함께 데이터를 측정하는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C3S)도 지난해 평균기온이 1.48도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WMO는 또 2023년에는 온난화 기록들이 전반적으로 경신됐으며 해수면 온도는 연중 대부분 이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해양 폭염 현상도 잇따랐다. 남극의 해빙 면적은 여름인 2월과 겨울인 9월 모두 기록상 가장 작은 수치를 기록했다.

북극 기온도 가장 더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발표한 ‘북극 보고서’에는 북극의 지난해 여름(7~9월) 평균 기온이 섭씨 6.4도를 기록해, 관측이 시작된 1900년 이후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지난 1년간 전체로는 영하 7도로, 역대 6번째로 따뜻한 해로 기록됐다. 이는 1940년 이후부터는 10년마다 0.25도씩 상승한 셈이라고 미국 해양대기청은 밝혔다.

북극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해빙이 녹고,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륙 빙하인 그린란드 빙상이 녹고, 눈으로 덮인 면적이 줄어드는 현상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북극의 해빙 면적은 1979년 이후 6번째로 적은 것으로 관측됐다. 이는 지구로 오는 햇빛을 반사시키는 방패막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이같은 악순환 때문에 북극은 특히, 지구의 다른 지역보다 거의 4배 빠른 속도로 기온이 올라가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전례 없이 따뜻한 바다와 맞물려 남극의 빙하 역시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 지구관측소는 지난해 2월 남극의 해빙 범위가 1979년 위성 관측 이래 가장 작은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녹아내린 빙하는 홍수, 산사태 등 각종 재해를 일으킨다.

2011~2020년 사이 힌두쿠시·히말라야 산맥 일대 빙하는 이전 10년보다 소실 속도가 65%나 빨라졌다. 너무 많은 빙하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면 물 부족 사태로 이어진다. 힌두쿠시·히말라야 빙하가 녹은 결과 사용 가능한 수자원량이 고갈되는 시점인 이른바 ‘피크 워터(Peak Water)’가 2050년에 도래할 거란 경고까지 나온다. 이 지역 일대에서 용수를 공급받는 등 영향을 받는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에 이른다.

지구온난화를 재촉하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도 역사상 최고 기록을 썼다. 해수면 온도도 사상 최고였다. 미 메인대 기후변화연구소에 따르면 지구 해수면 평균 온도는 지난해 3월 이후 21도 내외를 유지하며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다른 지역의 이상고온 역시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해 4월, 섭씨 40도에 이르는 이상고온이 나타났던 스페인에 이번엔 ‘뜨거운 겨울’이 닥쳤다. 지중해 연안 도시들의 12월 기온이 섭씨 27도까지 오른 것이다.

현재 한여름인 남반구에선 살인적 폭염이 나타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공항의 지난 기온은 43.5도였다. 1929년 기상 관측 이해 최고 기온이자, 12월 평균 기온보다 무려 15도가 높다. 브라질에선 지난달 폭염에 따른 적색 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이 모두가 지구열대화(Global Boiling)의 증거이자 결과이다. ‘지구열대화’는 우리의 환경과 미래에 대한 경고로, 기후 변화 문제에 대한 관심과 대응을 촉구하기 위한 달갑지 않은 새로운 용어다. 그동안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라는 표현을 써 왔지만 이에 비해 지구열대화는 지구온난화보다 더 강렬한 표현으로, 온도가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는 현실을 강조하는 일종의 경고와 경각심을 의미한다.

지구온난화가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을 나타내는 일반적인 용어라면, 지구열대화는 이러한 온도 상승과 관련된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는 더 강력한 용어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한마디로 지구열대화는 우리의 행동에 의한 기후 변화의 경고인 셈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미 2021년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지구온난화의 시대는 끝났다. 지구열대화 시대가 도래했다”고 선언한 바 있다.

바야흐로 인류는 기후 지옥으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가속 페달을 계속 밟고 있을 것인가, 아니면 발을 떼고 브레이크를 밟으며 속도를 줄여 멈출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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