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기후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많은 대책들이 실행되고 있는데 그중 주목받고 있는 해결책 중 하나에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 NBS)’이라는 것이 있다.

기술 공학적 접근 대신 자연을 복원하고 확대함으로써 기후 위기에 대응하자는 방안이다. 이 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도시숲 조성이다. 이는 기후위기가 심각해짐에 따라 도시숲 조성을 통해 기후문제를 해결하자는 방법이다.

최근 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숲은 기온을 낮추고 폭염을 줄이는 데 탁월한 효과를 보였다. 여름철 같은 시간대에 서울시 주요 지점의 기온을 측정해 본 결과 서울시청 광장은 36.2℃, 남산은 25.5℃, 서울숲은 28.1℃, 상계동 아파트는 38.3℃로 나타났다. 오후 같은 시간대임에도 숲이나 공원과 주거지와 도심지의 기온차이가 급격한 것을 확인할 수가 있다. 그만큼 나무와 숲이 온도를 낮춰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폭염도시’로 불리는 대구의 경우 1995년부터 가로수를 지속적으로 조성해 2020년에는 22만 7000그루로, 25년 사이 가로수가 2.7배 늘었다고 한다. 그 결과 2010년대 대구의 폭염 대비 열대야 발생일은 0.6일로 전국 특별·광역시 중 가장 적었으며, 열대야 발생 일수 역시 같은 기간 19.7일로 부산 22.3일과 인천 20일보다 적어지는 성과를 거뒀다.

이뿐만이 아니다. 숲은 미세먼지 저감효과도 뛰어난데 국립산림과학원의 자료에 따르면 미세먼지를 평균 25.6%를 줄이고 초미세먼지는 평균 40.9%를 저감시킨다. 또한 도시숲은 대기 중 오염물질을 1㏊당 168㎏나 제거하기도 한다.

통상 나무 한 그루는 연간 8㎏의 이산화탄소(CO2)를 흡수하고, 1㏊의 숲은 매년 11톤의 CO2를 흡수해 연간 승용차 5.7대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흡수한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참나뭇과인 상수리나무는 나무 한 그루당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14.1㎏이나 되며, 대나무 숲의 경우 1㏊의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33.5t이나 된다고 한다.

봄의 전령인 벚나무 한 그루는 9.5㎏의 CO2를 흡수하고 참나무와 함께 우리나라 대표 수종인 소나무는 1㏊당 승용차 4.5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흡수할 수 있다고 한다.

산림과학원이 발표한 ‘주요 산림수종의 표준 탄소흡수량’을 보면 20년생 침엽수의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1㏊당 평균 10t이고, 활엽수는 평균 16.1t이다. 주요 수종 가운데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흡수하는 나무는 상수리나무로 연간 흡수량이 1㏊당 16.5t이다.

우리나라 숲의 대표 수종인 30년생을 기준으로 보면 1㏊당 평균 연간 약 10.4톤의 CO2를 흡수하며 활엽수가 12.1톤, 침엽수가 9.8톤이다. 수종별로는 역시 상수리나무가 14.5톤으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은 소나무 순이었다.

이를 실생활에 대비해 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소나무 30년생 1㏊의 숲은 매년 10.8톤의 CO2를 흡수함으로써, 승용차 4.5대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상쇄하는 것으로 산출된다.

참고로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대수가 2024년 올해 기준 2600만대로 인구 1.98명당 1대의 자동차를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숲에서 배출하는 탄소흡수량을 가지고 상쇄할 수 있는 자동차 대수를 환산해 보면 약 2880만대를 상쇄할 수 있는 것으로 계산된다. 따라서 현재 도로에서 굴러가고 있는 자동차의 CO2 배출량을 우리들 숲에서 전체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숲은 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는 기능이 탁월하기 때문에 도시숲이 탄소제로를 지향하는 도시의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밖에 없다.

도시의 숲은 탄소 흡수와 미세먼지 저감, 도시 열섬 효과 완화뿐만 아니라 물 관리, 공기 정화 그리고 생물 다양성의 보존과 같은 중요한 생태계 서비스도 아울러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도시숲은 시민들에게 휴식과 여가를 제공하는 공간이 되어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증진시키는 데 기여한다. 또한 깨끗한 공기와 쾌적하고 조용한 환경은 도시 내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도 한다.

도시숲은 주거환경 측면에서도 이미 도시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로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1.6%가 코로나19 이후 주거지 선택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쾌적성-공세권·녹세권(공원·녹지 주변)’을 꼽았다. 이는 전통적인 주거 선호 요인으로 꼽히는 교통 편의성(12.7%)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사가 자연 친화적인 주거 공간으로 옮겨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내 주변에서 언제든지 손쉽게 찾을 수 있는, 때로는 힐링을 위한 여가 공간으로, 때로는 천연 공기청정기로, 삶의 질을 한층 더 높여주는 도시숲, 이보다 더 좋은 효자가 또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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