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후 한일 간 임금 비교
최근 韓399만원 vs 日379만원
임금 격차는 20년 전과 ‘역전’
대기업의 높은 임금인상 영향
“일자리 확대·中企 지원 필요”

2002~2022년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임금의 상대적 수준 변화. (경총) 2024.03.17.
2002~2022년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임금의 상대적 수준 변화. (경총) 2024.03.17.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우리나라 임금수준이 일본을 넘어섰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일본보다 더욱 확대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규모는 커졌지만 내부적으론 근로자들 간 양극화가 더욱 심해진 상황이다. 한국의 대기업 중심 경제성장과 일본의 ‘역성장’이 동시에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17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한일 임금 현황 추이 국제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상용근로자 월 임금총액은 2002년 일본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가 2022년 일본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2년 한국의 월 임금총액은 179.8만원으로 일본의 385.4만원에 견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2022년 들어 한국은 399.8만원으로 증가했으나, 일본은 379.1만원으로 오히려 20년 전보다 줄어들면서 역전현상이 벌어졌다.

하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는 상황이 달랐다.

2002년 한국의 대기업 임금은 228.4만원, 중소기업 임금은 160.8만원이었던 반면, 일본은 대기업 임금이 483.6만원, 중소기업 임금은 310.6만원으로 파악됐다. 두 나라 대기업 임금을 각각 100으로 놓고 볼 때 중소기업 임금수준은 한국이 70.4, 일본이 64.2로 오히려 한국이 높은 수준을 보였다.

그러나 2022년에는 한국의 대기업 임금이 588.4만원, 중소기업 임금이 339.9만원으로 증가했지만, 일본 대기업의 경우 오히려 20년 전보다 적은 450.8만원으로 감소, 중소기업은 332.5만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방식으로 100으로 환산하면 한국이 57.7, 일본은 73.7이었는데, 20년 전과 상황이 정반대가 된 셈이다.

2002, 2022년 한·일 기업(사업체) 규모별 월 임금수준 변화 (원화 기준, 단위: 만원, 경총) 2024.03.17.
2002, 2022년 한·일 기업(사업체) 규모별 월 임금수준 변화 (원화 기준, 단위: 만원, 경총) 2024.03.17.

임금인상률 역시 한일 간 큰 차이를 보였다. 2002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의 대기업 임금인상률은 157.6%였던 반면 일본의 대기업 임금인상률은 -6.8%였다. 중소기업 임금인상률 역시 한국은 111.4%였으나 일본은 7.0%로 큰 차이를 보였다.

근로시간 변화를 고려하면 한국의 임금 상승률은 더욱 높아졌다. 2002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의 월 근로시간은 13.8% 감소했지만, 한국의 시간당 임금은 157.8% 상승해 9954원에서 2만 5661원으로 뛰어 올랐다. 반면 일본은 같은 기간 동안 근로시간과 임금에 거의 변동이 없었다.

경제성장률을 고려해도 한국 대기업의 높은 임금인상률은 여전히 두드러졌다. 2002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 대기업의 시간당 임금인상률은 183.1%였지만, 한국의 1인당 명목 GDP 증가율은 154.2%였다. 반면 일본의 경우 같은 기간 대기업 시간당 임금인상률은 -9.7%, 1인당 명목 GDP 증가율은 8.8%에 머물렀다.

이처럼 우리나라 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더욱 확대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에 대한 해결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한국은 일본과 달리 대기업의 누적된 높은 임금인상으로 초래된 임금 격차와 이에 따른 이중구조 심화가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며 “대기업일수록 임금인상보다 청년 일자리 확대와 중소협력사의 경영여건 개선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일 기업(사업체) 규모별 누적 임금인상률 비교(2002년 vs. 2022년, 자국화폐 기준, 경총) 2024.03.17.
한·일 기업(사업체) 규모별 누적 임금인상률 비교(2002년 vs. 2022년, 자국화폐 기준, 경총) 202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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