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율-평균비용 모두 경신
고교 증가폭 특히 두드러져
윤석열정부 교육 개편 시도
첫해엔 사실상 ‘실패’ 결론

[서울=뉴시스] 1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위치한 한 학원 앞으로 학생이 지나가고 있다. 교육부와 통계청은 14일 전국 초·중·고 약 3천개교 학생 약 7만4천명을 대상으로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이 27조1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4.5%(1조2천억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2024.03.14.
[서울=뉴시스] 1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위치한 한 학원 앞으로 학생이 지나가고 있다. 교육부와 통계청은 14일 전국 초·중·고 약 3천개교 학생 약 7만4천명을 대상으로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이 27조1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4.5%(1조2천억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2024.03.14.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지난해 초중고 학생들의 사교육비 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27조원대에 진입했다. 교육부가 ‘킬러문항’ 등을 없애 사교육비를 줄인다고 했으나, 지난해만 놓고 보면 사실상 실패한 셈이다. 

올해엔 의대 정원 증원에 따라 의대를 목표로 사교육비를 지출할 학생이 많을 것으로 예상돼 올해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이다.

통계청이 교육부와 공동으로 전국 초중고 약 3000여 학급을 대상으로 실시해 14일 발표한 ‘2023 초중고사교육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의 사교육비 총액은 27조 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5% 증가했다.

사교육비 총액과 관련 교육부는 “2021년 21.0%(사교육비 총액 23조 4000억원), 2022년 10.8%(26조원)가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현격히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2020년 사교육비가 7.8%가 감소했다가 2021년과 2022년 다시 수요가 폭발하며 사교육비가 급격히 증가한 것을 고려한다면 ‘증가세가 둔화됐다’고 좋아하긴 어려워 보인다.

특히 2022년 528만명이었던 전체 학생 수가 2023년엔 521만명으로 7만명(1.3%) 감소했다는 점에서 더욱 뼈아프다. 학생은 줄었는데 사교육비는 늘어났다는 것이다.

2023 초중고사교육비조사 결과. (제공: 통계청)
2023 초중고사교육비조사 결과. (제공: 통계청)

학교급별로 보면 초등학교가 12조 4000억원, 중학교가 7조 2000억원, 고등학교가 7조 5000억원의 사교육비를 썼다. 초등학교가 전년 대비 4.3%, 중학교가 1%를 상승한 반면, 고등학교는 무려 8.2%가 상승했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3만 4000원으로 전년 대비 5.8% 증가했다. 이로써 역대 최대 평균비용을 경신했다. 학교급별로 구분해 보면 역시 고등학교의 상승 폭이 최고였다. 고등학교는 49만 1000원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로 지출했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6.9%가 늘어난 것이다. 초등학교는 39만 8000원(6.8%↑), 중학교는 44만 9000원(2.6%↑)이었다.

정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킬러문항’ 배제를 통해 이른바 ‘공정수능’ 원칙을 내세웠으나, 수치만 놓고 보면 오히려 현장의 혼란을 부추겨 사교육비 증가를 유도했다는 해석도 일부 가능해 보인다. 장기적 안목을 갖고 발표한 게 아니라 6월 모의평가가 끝난 직후였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 당시 고3 수험생에겐 9월 모평까지 단 한번의 실전 연습 기회만 남아 있었다.

과목별로 보면 국어의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국어는 전년보다 11.1%가 늘어났고, 이어 사회·과학 8.2%, 수학 5.6%, 영어 3.8% 순이었다. 

킬러문항 배제에 따라 문학 문제가 어려워진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어를 보충하려는 시도가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학교급별 사교육 참여율. (제공: 교육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학교급별 사교육 참여율. (제공: 교육부)

지역 규모별로 사교육비를 살펴보면 대도시(서울과 광역시) 지역과 그 외 지역의 사교육비 격차는 1.3배로, 전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를 가장 많이 지출한 지역은 서울로, 62만 8000원을 사용했다. 가장 적게 쓴 곳은 전주로 27만 9000원이었다. 증가율만 따지면 광주가 11.4%포인트 증가하며 가장 높았다. 울산은 0.3%로 가장 낮았다.

‘사교육 참여율’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참여율은 78.5%로, 전년보다 0.2%포인트 상승했다.

초등학교는 86%로 0.8% 상승했고, 고등학교는 66.4%로 0.5% 증가했다. 중학교 참여율만이 0.8% 줄은 75.4%였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2023년 7월 연간 약 71만원 상당의 EBS 중학 프리미엄을 전면 무료로 전환해 전체 중학생 4명 중 1명인 약 31만명이 혜택을 받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교육부는 “교과목 중 상대적으로 높은 사교육비 증가율을 보인 국어에 대해서는 공교육내에서의 교육을 강화하고, 올해부터 초등학교 3학년, 중학교 1학년을 책임교육학년으로 지정해 문해력‧수리력 등에 대해 맞춤형 학습을 지원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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