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단 전 휴전 사실상 불발
가자행 물류지원함 미국 출발
임시부두 건설용 장비도 실려

(신화=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10일(현지시간) 휴전 합의 없이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을 맞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들은 가자지구에서 사용하는 무기 등 군수품을 이스라엘에게 계속 제공하지만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는 인도적 지원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21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주민들이 구호식품과 물을 배급받기 위해 몰려든 모습.
(신화=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10일(현지시간) 휴전 합의 없이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을 맞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들은 가자지구에서 사용하는 무기 등 군수품을 이스라엘에게 계속 제공하지만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는 인도적 지원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21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주민들이 구호식품과 물을 배급받기 위해 몰려든 모습.

[천지일보=방은 기자]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하마스가 10일(현지시간) 휴전 합의 없이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을 맞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에 무기 등 군사지원을 해오던 미국이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는 인도주의적 구호품을 제공하는 등 해상으로 구호물자를 전달하기 위한 임시항구 건설 작전에 나서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였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2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상정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가자 휴전’ 요구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 국제사회에서뿐만 아니라 자국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당시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전쟁 중단과 억류된 인질 석방을 중재하려는 미국, 이집트, 이스라엘, 카타르 간의 회담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우려로 미국이 안보리 결의안 초안에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밝혔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휴전이 사실상 결렬된 가운데 해상을 통해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전달하기 위한 일환으로 가자 해안에 떠 있는 부두를 건설하기 위해 장비를 실은 미군 선박이 출항했다고 발표했다.

외신은 이같은 임시항구를 건설하라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명령이 미군의 인도주의 지원 역사를 새로운 국면으로 몰고 갔다고 평했다. 미국이 이전에 전쟁이나 자연재해로 위기 상황에 처한 민간인들에게 구호품을 제공하고자 군대를 동원한 적이 있지만 미군이 지원한 무기로 폭격을 당하는 사람들에게 구호품 지원 작전을 진행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하지만 이런 지적에도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들은 가자지구에서 사용하는 무기 등 군수품을 이스라엘에게 계속 제공하지만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받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는 인도적 지원을 전달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의 이같은 프로젝트는 가자지구에 기근이 임박했다는 유엔의 경고 속에서 해상을 통해 이 지역에 더 많은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일련의 노력으로 나왔다. 가자지구 주민 입장에서는 ‘병 주고 약 주는’ 이중적인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게 된 셈이지만 미군은 구호품 지원을 위한 작전에 신속하게 착수했다.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날 성명을 내고 “가자지구에 전달할 인도적 구호물자를 실은 프랭크 S. 베손 물류지원함이 버지니아주 노퍽 인근 기지에서 출항했다”고 말했다. 이어 “베손 물류지원함은 필수 인도주의 물자를 전달하기 위한 임시부두를 건설하기 위한 초기 장비를 운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시항구는 가자지구 북구와 남부를 가르는 와디가자 검문소 북쪽에 있는 해안에 설치될 예정이다. 미 국방부는 부유식 부두 건설에 참여하는 주요 군사부대 중 하나가 육군 제7수송여단(원정)이 될 것이며 약 1000명의 미군이 이 부두 건설을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이어 미군 병력이 가자지구 땅을 밟지 않고도 임시선창을 설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영국, 유럽연합(EU), 아랍에미리트연합(UAE)도 가자지구에 대한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별도의 해양 이니셔티브에 합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신은 가자지구에는 항구 인프라가 없으며, 하마스가 이곳을 장악한 2007년 이후 이스라엘 해군에 봉쇄돼 그 이후로 해상을 통한 접근은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한편 간극을 좁히지 못한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 합의 없이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을 맞을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난달 미국과 카타르, 이집트 등 중재국들과 협의를 통해 마련한 휴전안을 놓고 이견을 줄이기 위한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하마스 측이 가자지구로 끌고 간 인질 중 생존자와 석방 대상자 등의 명단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협상단을 보내지 않았다. 하마스 측은 오랜 전쟁으로 인질들을 억류하고 있는 일선 부대와 접촉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이스라엘 측의 요구를 들어 줄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하마스는 휴전 조건으로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군과 영구 휴전 논의 개시 등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하마스 소탕과 인질 구출, 가자 지구에서 발생 가능성이 있는 안보 위협 해소 등 전쟁의 목적을 달성하기 전까지는 철군도 휴전도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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