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中알리 약진 위기의식 반영
이명희, 총괄그룹 총수 역활 유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제공: 신세계그룹)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제공: 신세계그룹)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18년 동안 부회장으로 했던 일을 계속 할 뿐입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총괄 부회장이 지난 8일 회장으로 승진하며 기업 혁신에 정진을 강조했다. 회장에 오른 건 1995년 말 입사 이후 28년 만으로 2006년 총괄부회장에 오른 지 18년 만의 승진 인사다. 본격적인 2세 경영 체제가 시작됐다. 이명희 회장은 그룹 총괄회장으로서 신세계그룹 총수의 역할을 계속 한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인사에 대해 기존 유통 환경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인식하고 정 회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을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 승진으로 시장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해나가고자 한다”면서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혁신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최고의 고객 만족을 선사하는 ‘1등 기업’으로 다시 한번 퀀텀 점프하기 위해 이번 인사를 단행했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유통 환경은 다양한 위기 요인이 쏟아지고 있어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또한 현재 환경이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한 박자 빠르고 한발 더 나아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 회장 승진의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은 것”이라며 “과거 1등 유통 기업의 자리에 머물지 않고 한 단계 더 도약할 기로에 서 있는 신세계그룹이 정 신임 회장에게 부여한 역할은 막중하다”고 했다. 

◆정 회장 창조할 ‘신세계의 미래’ 

  “오프라인 미래, 고객에 광적 집중”

정 회장이 이끌어갈 신세계의 당면 과제는 단연 실적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하며 쿠팡에 유통업계 1위를 내준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역시 국내 유통시장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신세계건설, SSG닷컴 등 계열사 전반의 부진한 실적 위기 대응도 절실하다. 

정 회장은 고객이 돈을 쓰는 단순한 소비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고객에게 광적인 집중과 연구를 통한 공간 혁신을 이뤄내겠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정 회장은 2020년 신년사를 통해 “고객에게 광적으로 집중하라”, 2023년 이마트 연수점에서는 “오프라인의 미래는 고객에 대한 광적인 집중과 연구를 통한 공간 혁신에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의 ‘고객 집중’ 철학은 기존 사업의 경험과 가치를 강화하고 미래 신사업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정 회장이 적극적인 현장경영 행보를 이어나갈 지도 관심사다. 한편 , SNS를 통한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갈 지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 회장은 “신세계가 1위 회사가 맞느냐는 시장과 고객의 물음에 2024년은 분명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근본적인 물음을 던졌다.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의 공습으로 기존의 유통 강자들이 위협받는 가운데 최근에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유통시장의 무한경쟁 속에서 1위 자리를 공고히 하는 것이 당면한 가장 큰 과제인 셈이다. 

◆신세계 유통 본업으로 정면돌파

   ‘수익 중심’에 ‘미래 먹거리’ 발굴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조직은 성과를 내기 위해 존재하고 기업은 수익을 내야  지속 가능할 수 있다”면서 “2024년에는 경영 의사 결정에 수익성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방침을 강조했다. 수익성이 나빠진 사업은 과감히 통폐합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조선호텔앤리조트가 계열사 신세계건설의 레저 사업부문을 인수해 그룹의 레저사업은 조선호텔앤리조트로 일원화했으며 반려동물용품 전문매장인 ‘몰리스 사업부’를 폐지하고 패션‧테넌트 사업부로 통합했다. 신세계그룹은 재무 구조 개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경영 의사결정에 있어서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철학에 기인한 결과다. 한편, 기존 주력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미래 먹거리가 될 신사업을 발굴해야 한다는 과제가 놓여 있다.  

◆정용진 ‘인재 경영’ 철학 집중

   20년간 신입 공채 직접 참여

신세계는 올해도 자신만의 전문성을 강화해 고객의 불편을 줄이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신세계그룹의 도심 인재개발원인 ‘신세계 남산’에서 열린 수료식에서 올해 신입사원들을 만나 자기 분야의 ‘덕후’ 즉 전문가가 될 것을 주문했다.

정 회장은 “고객‧태도‧덕후 등 3개 키워드를 가지고 업무에 임해달라”며 “이제 인재상이 바뀌었다. 한 가지 분야에 미친 듯 파고들어 전문가 수준의 식견을 가진 사람, 덕후처럼 자신이 분야에서 최대한 깊이 파고들 수 있을 만큼 파고 들어가야 한다”고 근본적인 인재 확보 개선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번 메시지 또한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재 경영 행보로 해석된다. 

◆지배구조 잡음 없이 ‘정용진 체제’ 개편 속도붙나 

일각에서 정 회장의 승진으로 정용진 체제로의 경영 지배력 강화를 위한 후속 인사 개편이 단행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는 혁신과 도전을 강조한 만큼 신세계그룹 전반에 조직 개편과 인사 등에 변화가 빠르게 감지되고 있다. 앞서 지난해 9월 사장단 인사에 이어 단행된 경영전략실 인사를 정 회장이 직접 관장하면서 강력한 ‘독주 체제’ 구축의 신호탄을 쐈다. 경영전략실은 정 회장의 경영 활동을 보좌하는 참모 조직으로 사실상 그룹의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 대표이사의 40%를 변경하는 큰 폭의 교체를 단행했다. 경영전략실 인사는 미래 성장 전략의 방향성을 보이는 메시지가 내포돼 있다. 정 회장은 인사 후 첫 회의에서 “조직, 시스템, 업무처리 방식까지 다 바꿔라”라고 주문하며 강도 높은 쇄신을 예고한 바 있다. 

회장에 오른 첫날 정 회장은 첫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신세계건설 문제와 이마트 수익 개선, 온라인 사업 실적 개선 등에 대해 집중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이마트는 점포 확대 등 오프라인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대형마트, 슈퍼, 편의점은 통합 소싱으로 원가경쟁력을 확보해 소비자를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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