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이 숙명인 용진이형” 거론한 성명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제공: 신세계그룹)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제공: 신세계그룹)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이마트의 대표교섭노조인 전국이마트노조(한국노총)가 성명서를 내고 “신세계를 국내 11대 기업으로 성장시킨 이마트 사원들이 이제 패잔병 취급을 받고 있다”며 “백화점 존재감 미약할 때 이마트라는 할인점의 성공으로 그룹을 키워 온 사원들에게 이제 나가주길 바란다는 시그널(신호)을 보내고 있다”고 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한 국내 대형마트 업계 1위 이미트가 1993년 설립된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추진한다. 

이마트는 지난 25일 오후 사내 게시판에 희망퇴직 공지를 올렸다. 희망퇴직 신청 대상은 근속 15년 이상인 밴드1(수석부장)부터 밴드3(과장) 직원으로, 이마트는 다음달 12일까지 신청자 모집에 나섰다.

올해 초 이마트가 폐점을 앞둔 상봉점과 천안 펜타포스점에서 희망퇴직을 진행한 데 이은 점포별 전사적인 희망퇴직에 노조는 26일 ‘경영이 숙명인 용진이형’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는 “산업이 전환되는 시점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시장은 선도하지 못한 체 여기 저기 쫓아 다니다 ‘닭 쫓던 개’와 유사한 상황이 돼버렸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열거하기도 힘든 사업과 투자 실패는 누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라며 “시킨 데로 일 한 사원들과 현학적인 뜬구름 같은 미사여구를 믿은 주주들”이라고 했다.

이들은 “작년에 이자 비용만 4000억원 가까이 지급하는 이마트의 현실이 참담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날 성명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을 향해 자기반성과 분석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이 엄혹한 시절에 본인은 회장님 되시고 직원들은 구조조정하는 현실을 우리는 어찌 받아들여야 할까? 백배 양보해 책임경영으로 포장하자”라면서 “새로 온 한채양 대표는 업의 본질을 이야기하더니 결국 회사의 미래에 대한 뚜렷한 비전 없이 인건비 줄이고 재무를 건드는 것 외에 보여준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저런 이유로 1분기 실적은 좀 나아진 듯 하다. 현장은 여전히 30년 전과 별다르지 않는 형태로 업무하고 고객과 시대의 변화에는 단기적인 아날로그적 대응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온라인이 미약할 때 유통 1등이라는 노스텔지어에 취해 변화에 둔감하고 조직문화는 후진적이다 못해 관료화돼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온라인이 대세인 시대에 맞게 온라인에서라도 그룹의 존재감과 실적이 나아지길 모든 사원들이 바라고 있지만 현실은 어떠한가?”라면서 “구조조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냉철한 자기반성과 분석이 우선돼야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오고 시장과 구성원들이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반문했다.

마지막으로 노조는 “벌거 벗은 임금님에 간신들이 난무하는 회사에 아무리 핵심성과지표(KPI)를 바꾼들 무슨 소용이 있냐?”며 “희망퇴직은 정말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진행되고 희망을 줘야 할 조건이 돼야 하며 그 이전에 이마트가 ‘희망’이 있는 회사 임을 고객들과 시장, 사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경영하길 강력히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마트는 희망퇴직 신청자에게 법정 퇴직금과 별개로 월 기본급 40개월치인 특별퇴직금과 생활지원금 2500만원을 제공하고 직급별로 전직 지원금 1000만∼3000만원 등이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거뒀으나 자회사 신세계건설 부진의 여파로 사상 첫 연간 영업손실 469억원을 기록했다. 본업인 대형마트 중심의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7%가량 감소한 1880억원이었다.

앞서 이마트는 점포리뉴얼 등에 대대적으로 투자했으나 아직 수익성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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