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대한배구협회는 남자 대표팀 감독에 이사나예 라미레스(40, 브라질) 현 파키스탄 남자 대표팀 감독을, 여자 대표팀 감독에 페르난도 모랄레스(42, 푸에르토리코) 현 푸에르토리코 여자 대표팀 감독을 선임했다고 지난 18일 발표했다. 임기는 2026년까지다.

남자 대표팀을 맡은 라미레스 감독은 브라질과 바레인 대표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파키스탄 대표팀을 이끌고 한국에 3-0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같은 브라질 출신인 마르코 케이로가(58) 코치와 함께 한국 대표팀에 부임할 예정이다.

여자 대표팀 모랄레스 신임 감독은 푸에르토리코 대표팀 세터 출신이다. 푸에르토리코 여자 대표팀의 2020 도쿄 올림픽 출전이 무산된 직후 코치에서 감독으로 승격됐으며, 세대교체로 인해 전력이 약화된 팀을 현재 세계 랭킹 16위까지 끌어올렸다.

모랄레스 감독과 함께 푸에르토리코 여자 대표팀을 지도했던 지저스 에체베리아(39) 코치도 한국 대표팀에 합류한다. 한국 배구 남녀 국가대표팀이 나란히 외국인 사령탑을 맞이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그만큼 한국 남녀 배구가 국제 경쟁력을 잃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각에선 국내 감독에게도 대표팀을 이끌 기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으나, 국제 경쟁력 회복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라 외국인 감독을 남녀 대표팀 사령탑으로 동시에 선임한 배경이다.

한국 배구 역사상 대표팀서 외국인 사령탑을 기용한 적은 두 차례 있었다. 1972년 뮌헨올림픽 여자배구 3~4위전에서 북한에 3-0으로 완패한 뒤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일본 여자 배구를 사상 첫 금메달로 이끌었던 다이마쓰 히로부미 감독을 인스트럭터 자격으로 대표팀을 처음 맡겼다.

훈련지상주의자인 그의 지도방법에 반발해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을 앞두고 최고 유망주였던 박인실이 태릉 선수촌에서 훈련도중 대표팀을 이탈하는 사건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한국 여자 배구는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사상 첫 동메달을 획득했다.

두 번째는 2020 도쿄올림픽 때였다. 이탈리아 국적의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여자대표팀을 맡아 4강까지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2019년 여자 대표팀 사령탑에 취임한 라바리니 감독은 여자배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인 김연경을 주축으로 대표팀을 조련해 도쿄올림픽에서 강호 터키, 일본 등을 극적으로 꺾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4강 신화를 낳았다.

라바리니 감독의 성과는 국내 여자배구 외국인 감독 선호로 이어졌다. 2023~24 프로배구 V리그에서 2005년 V리그 출범이후 가장 많은 외국인 지도자가 선보였다.

남자부는 대한항공의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과 OK금융그룹의 오기노 마사지 감독이, 여자부는 흥국생명의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과 페퍼저축은행의 조 트린지 감독 등 4명이 시즌을 시작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핀란드 출신이며 오기노 감독은 일본에서 왔다. 아본단자 감독은 이탈리아 출신, 트린지 감독은 미국 국적이다. 현대캐피탈에는 프랑스 출신 세계적인 명장 필리프 블랑 일본대표팀 감독이 오는 8월 부임할 예정이다.

한국은 V리그가 높은 인기를 자랑하지만, 대표팀의 경쟁력은 나날이 추락하고 있다. 남자 대표팀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이후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아보지 못했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61년 만의 노메달에 그치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여자 대표팀은 2020 도쿄 올림픽 4강 신화이후 김연경, 양효진, 김수지 등 베테랑 선수들이 한꺼번에 대표팀에서 은퇴하며 세대교체의 여파로 전력이 크게 약화됐다.

2022년과 2023년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대회에서 연거푸 12전 전패를 당했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5위에 그쳤으며 파리올림픽 본선 진출도 좌절됐다. 한국남녀배구가 외국인 감독을 앞세워 과연 국제 무대에서 위상을 되찾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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