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일리, 공화당 경선 후보 사퇴
약 8개월 ‘대선 레이스’ 막올라
트럼프, 중도층 지지 확장 관건
바이든, 지지층 이탈·고령 숙제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일한 ‘대항마’였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6일(현지시간) 후보 사퇴를 선언했다. 미국 선거 전문가들은 헤일리 전 대사가 남겨놓은 지지자들을 통해 미국 대선의 승자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은 미 공화 대선후보 사퇴 발표하는 헤일리 전 유엔 대사 (출처: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일한 ‘대항마’였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6일(현지시간) 후보 사퇴를 선언했다. 미국 선거 전문가들은 헤일리 전 대사가 남겨놓은 지지자들을 통해 미국 대선의 승자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은 미 공화 대선후보 사퇴 발표하는 헤일리 전 유엔 대사 (출처: 로이터, 연합뉴스)

[천지일보=방은 기자]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일한 ‘대항마’였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6일(현지시간) 후보 사퇴를 선언했다. 이로써 오는 11월 미국 대선은 민주당 소속인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매치’ 구도로 짜졌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 선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하는 유권자들 표심 행보가 주목된다.

BBC,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헤일리 전 대사는 ‘슈퍼화요일’ 다음날 자신의 고향인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에서 경선 중단을 공식 발표했다. 그는 그러면서 “그(트럼프)를 지지하지 않은 (온건 보수층) 우리 당과 그 너머(민주당)의 사람들의 표를 얻는 것은 이제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게 달려 있다”며 “그리고 나는 그(트럼프)가 그렇게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출마 당시부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령을 부각하며, 상대당 소속인 바이든 대통령 뿐만 아니라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립각을 세워왔다. 그는 공화당의 ‘반(反) 트럼프’ 구심으로서 기대를 모았지만 강경 보수층을 중심으로 확실한 지지세를 결집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성을 무너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전날 15개주에서 동시에 진행된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버몬트주에서만 승리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헤일리 전 대사의 퇴장은 사실상 2024년 미국 총선 레이스 시작을 알리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대선을 장장 8개월 앞둔 시점에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본선 경쟁이 조기 점화됐다. 지난 2020년 대선에서 맞붙었던 민주당의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의 트럼프 전 대통령의 4년 전 재대결이 성사된 것이다. 이번 대선은 1912년 이후 112년 만에 전직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에 도전하는 사례다.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연속이 아닌 징검다리로 재집권에 성공한 대통령이 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슈퍼화요일’ 대승 이후 연설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복수 의지를 다지는 한편 헤일리 전 대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대신 “우리는 통합을 원한다”며 “우리는 통합할 것이며 이는 매우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헤일리 전 대사는 당내 경선 때 대부분 주에서 20~40%에 이르는 지지를 받았다. 그가 두 차례의 예비선거에서 승리하는데 도움을 주었던 온건·중도파, 대학교육을 받은 유권자, 여성, 무당층 지지 세력은 현재 상당한 힘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집단은 역사적으로 선거에 영향력이 있는 것으로 입증됐다. 미국 선거 전문가들은 이번에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길은 헤일리 전 대사가 남겨놓은 유권자들을 통해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 입장에선 백악관 복귀를 최종적으로 거머쥐기 위해서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층을 확보하는 것이 본선 경쟁력을 키우는 핵심 과제가 됐다.

전날 경선에서 미국령 사모아를 제외한 15개주를 석권한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본선 구도 조기 확정은 예견된 결과인 동시에 긴 안목으로 볼 때 나쁘지 않은 대결구도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민주당 측에서는 본선까지 남은 기간 ‘트럼프 피로’ 효과를 노려볼만하다는 점에서다. 또한 민주당 전략가 사이먼 로젠버그는 초기 공화당 예비 투표 주에서 실시한 일부 여론조사에서 헤일리 지지자의 많은 비율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투표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헤일리 전 대사의 연설 직후 헤일리 지지자들에게 직접 말을 걸며 “트럼프는 헤일리 지지자들이 필요없다고 분명히 했다. 내 캠프에는 그들을 위한 자리가 있다”고 공통점을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운동에 동참해 달라”며 헤일리 지지층을 초청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이스라엘 전쟁 이후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아랍계를 비롯한 유색인종 및 진보, 젊은층 등 이탈을 막아 내부 지지층을 결속하고 고질적 약점인 고령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우선 과제로 꼽힌다.

전날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지지에 반대하는 무슬림계 미국인과 진보주의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에 항의해 미네소타에서 ‘지지후보 없음’ 투표를 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에디슨 출구 조사에 따르면 이날 미네소타의 비토 투표율은 거의 20%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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