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 ‘친이스라엘 정책’ 반대운동 속 ‘지지후보 없음’ 10% 넘어
6연승 트럼프, 내달 후보 확정 가시권… 당내 반대층 끌어안기 ‘숙제’

연설하는 바이든 대통령. (출처: AP 연합뉴스)
연설하는 바이든 대통령. (출처: AP 연합뉴스)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27일(현지시간) 실시된 미시간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예상대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과 공화당내 다른 후보를 압도하며 승리했다.

하지만 속사정은 달랐다.

2020년 대선 때 미시간주에서 승리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과정에서 편 '친이스라엘 일변도 정책'에 불만을 품은 아랍계의 집단적 불만 표출에 직면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더블 스코어’ 수준의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에 앞서며 경선 ‘무패 6연승’으로 대세론을 재차 확인했으나 당 안팎에 여전히 상당한 정도의 반(反)트럼프 표심을 확인했다.

이번 미시간주 프라이머리는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 본선의 향배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되는 6개 주요 경합주 가운데 제일 먼저 치러진 경선이었다는 점에서 유권자들의 표심이 주목을 받았다.

◇미시간 민주 경선서 무슬림·진보 단결로 ‘지지후보 없음’ 쏟아져… 바이든 비상

현직 대통령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선거인단 117명이 걸린 미시간주 민주당 프라이머리에서 표면상 80%대(85% 개표 상황서 81.8%) 득표율로 상대 후보인 메리앤 윌리엄슨 후보(3.0%)와 딘 필립스 하원의원(2.7%)을 압도했다.

하지만 표수로는 10만표 이상, 비율로는 10% 넘게 나타난 ‘지지후보 없음(85% 개표 상황서 13.2%)’은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 전략, 특히 집토끼(기존 지지층) 단속의 숙제를 확인시켜줬다.

자신이 당선된 2020년 대선에서 미시간주는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 ‘효자’였다.

2016년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내줬던 미시간에서 바이든은 트럼프에 2.8% 포인트차로 앞서며 주에 걸려있던 16명의 선거인단을 독식했다. 표수로는 15만 4천여표 많았다.

그러나 작년 10월 불거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유권자들의 표심을 뒤흔들었다.

전쟁의 시작은 1천명 이상의 이스라엘인을 살해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이었지만 4개월여 진행 과정에서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 2만 9천명 이상이 숨지면서 미국내 무슬림들 사이에서 이스라엘을 전면적으로 지지·지원해온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퍼졌다.

특히 전체 약 1천만 인구의 2.4%인 24만여 명이 무슬림으로, 무슬림 비율이 미국 전체(1.1%)의 배가 넘는 미시간주에서 아랍계 이주민을 중심으로 한 ‘반(反)바이든 정서’는 프라이머리를 앞두고 행동으로 표출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휴전 결의안에 3차례 거부권을 행사하고, 이스라엘에 대규모 군사지원을 한 바이든 대통령에 실망한 주내 무슬림과 진보 세력이 ‘미시간의 말을 들어라(Listen to Michigan)’라는 타이틀 하에 경선을 앞두고 ‘지지후보 없음(uncommitted)’ 기표 운동을 진행한 것이다.

10만 표 이상의 ‘지지후보 없음’은 무슬림뿐 아니라 바이든 대통령의 직전 대선 주요 지지층이었던 청년층의 비무슬림 유권자들까지 적지 않게 가세한 결과로 해석해도 무리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설마 무슬림 유권자들이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유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겠느냐’는 반론도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바이든 지지 거부’로 기존 지지층 표심이 움직이면 직전 대선 때 미시간에서 거둔 ‘15만 4천표’ 차를 상당 부분 상쇄할 수도 있다.

‘집토끼’의 이반을 첫 경합주 경선에서 확인한 바이든 대통령은 앞으로 대이스라엘 정책 조정을 비롯해 아랍계와 진보 진영의 표심을 돌리기 위한 정책을 집중적으로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친이스라엘 일변도 기조에 일부 조정을 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선거 전략 측면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도를 넘었다(over the top)”며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또 ‘인질 석방을 위한 교전중단은 지지하되, 하마스의 전열 회복을 가능케 하는 정식 휴전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오던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휴전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의 기간인 6주 교전중단 협상을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다.

◇헤일리에 더블스코어로 앞선 트럼프, 득표력 확장에 한계 드러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미시간주 승리로 1월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를 시작으로 한 경선 연승 기록을 ‘6’으로 늘렸다.

이로써 공화당 대선 후보직을 확정하는 건 시간의 문제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이날 선거인단 16명이 걸린 공화당 프라이머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92% 개표 상황에서 68.1% 득표율을 기록하며 니키 헤일리 후보(26.5%)를 압도했다.

헤일리 후보가 여전히 수건을 던지지 않으면서 적어도 내달 5일 ‘슈퍼화요일’까지는 경선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과반 대의원 확보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데 이견이 거의 없다.

헤일리 후보도 자신이 경선에서 물러나지 않는 이유로 ‘역전 전망’을 거론하지 않고 있다. 자신이 포기하지 않는 것은 공화당 경선이 ‘소비에트식 단수 후보 선거’로 진행되어서는 안 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본선 승산에 회의적이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상당수 관측통은 헤일리 후보가 4차례에 걸쳐 91개의 혐의로 형사 기소를 당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불거질 가능성 등 경선 이외의 요소로 대안 후보가 필요해질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단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현재 기세를 이어간다면 3월 중 후보로 확정되는데 필요한 과반 대의원 확보를 달성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공화당은 16곳 동시 경선으로 전체 대의원의 약 36%인 874명의 향방이 결정되는 ‘슈퍼 화요일(3월5일)’을 거쳐 내달 안에 대의원수 기준으로 경선의 70%를 마치게 된다.

따라서 현재 기세대로라면 헤일리 후보가 계속 레이스를 이어가더라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총 대의원 2429명의 과반인 1215명을 다음 달 안에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직전인 24일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 때까지 트럼프 후보가 대의원 110명, 헤일리 후보가 20명을 각각 확보했다.

하지만 애초부터 대세론을 구축해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당내 경선보다도 바이든 대통령과의 본선에 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시간주 경선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한 측면이 적지 않다.

여전히 당 안팎에 30%에 이르는 ‘반(反)트럼프 표심’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선 오는 11월 본선까지 미시간주와 같은 경합주에서 당내 반대세력의 마음을 돌려놓지 못한다면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경합주에서 패배하면서 ‘백악관 복귀’라는 권토중래의 꿈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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