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아파트 전세매물도 감소 중… 전셋값, 10개월째 상승세
“전세 품귀 심해질 듯”… ‘스트레스DSR’ 전세쏠림 변수 되나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서울 아파트 전세매물이 1년 새 35% 이상 줄어들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아파트값이 떨어지면서 매입보다 전세를 택하는 세입자들이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전세 가격도 10개월째 오르고 있고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전세대출이 제외된 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전셋값이 출렁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6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 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3만1828건으로 1년 전(4만 9112건)보다 35.2% 줄었다.
행정구별로 보면 중구는 988건에서 354건으로 64.2% 줄어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감소세가 가장 가팔랐다.
이어 ▲동대문구(-59.1%) ▲구로구(-57.6%) ▲마포구(-56.6%) ▲관악구(-55.8%) ▲양천구(-54.7%) ▲강서구(-53.0%) ▲서대문구(-52.0%) ▲종로구(-51.0%) ▲동작구(-50.3%) ▲강북구(-50.0%) 등도 전세 물건이 절반 넘게 감소했다.
수도권과 지방도 상황은 비슷했다. 전북은 전세 매물이 1년 사이에 3564건에서 1810건으로 49.2% 급감했다. 전남은 1683건에서 985건으로 41.5%, 울산은 3735건에서 2115건으로 43.4%씩 줄었다. 인천은 1년 전보다 40.6% 감소했고, 대전은 35.4%, 부산 31.9%, 대구는 19.2% 각각 줄어들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면서 매입보다 전세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올해는 아파트 입주 물량도 적어 전세 품귀 현상이 더 심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전세 매물이 줄어드는 반면 가격은 오르는 분위기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 2022년부터 17개월 동안 폭락기를 거쳤다. 다만 지난해 5월부터 다시 반등해 10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새 임대차법’과 ‘입주·착공 물량 감소’를 꼽았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전세 매물 감소 및 가격 상승의 원인’과 관련해 “매매 시장이 주춤한 사이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로 물건 자체가 시장에 나오지 않는 이유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입주와 착공 물량 감소로 주택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데 가구 분화로 인해 주택 수요는 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지난달 시행된 주택담보대출 ‘스트레스 DSR’ 적용도 전세 수급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전세대출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수요가 전세로 몰린다는 이유에서다.
스트레스 DSR이란 미래 금리 변동과 상환 능력을 고려해 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제도로 통상 대출 액수가 줄어든다. 정부는 지난달 26일부터 주택담보대출에 스트레스 DSR을 적용했지만, 전세 대출은 서민 주거 불안을 이유로 대상에서 제외했다.
고준석 연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올해와 내년 내내 전세 시장이 들썩일 수 있다”며 “2∼3년 후부터는 높은 전세가가 매매가를 끌어올리는 사이클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