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아기는 왜 귀여울까? 이를 설명하는 고전적인 개념이 베이비 스키마다. 베이비 스키마(Baby schema)는 197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오스트리아 동물행동학자 콘라트 로렌츠(Konrad Zacharias Lorenz, 1903~1989)가 주창한 개념이다. 이는 보편적 미의식 개념 가운데 하나다. 인간이 본능적으로 사물이나 대상에서 귀여움을 느끼는 시각적 조형미의 심리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둥그런 머리와 얼굴, 통통한 볼, 작은 코와 입, 크고 둥근 귀, 뒤뚱거리는 서툰 움직임 등을 말한다. 유아선형이론이라고도 한다. 전체적으로 둥글둥글한 느낌이 귀여움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베이비 스키마는 비단 아기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특히 포유류 등이 이러한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특징이 발생했을까? 이러한 특징을 갖는 이유는 포유류의 경우 특히 어릴 때 보호자의 보살핌이 없으면 죽기 때문에 귀여움을 유발하여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것이다. 판다의 경우에도 이러한 특징이 매우 강하다. 신드롬에 가까운 푸바오의 인기와 팬덤은 본능적으로 이런 베이비 스키마에 해당한다. 통통한 몸과 크고 둥근 얼굴, 커다랗고 둥근 눈, 작고 동그란 귀, 뒤뚱거리는 움직임 등이 전형적인 베이비 스키마 심리를 불러일으킨다. 왠지 보호해 주어야 할 것 같은 본능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더구나 순하고 포악하지 않으며 대나무와 같은 식물성 음식을 좋아한다.

이러한 본능적인 미학적 친근함만이 아니라 푸바오를 둘러싼 팬덤에는 여러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 일단 팬 문화가 전 세대에 확산이 된 점이다. 아이돌 그룹이나 인기 있는 셀럽만이 아니라 동물에게도 팬덤 문화가 확산이 되었다.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남녀노소 불문하고 너나 할 것이 스스럼이 없어진 점이 분명하다.

이런 판다에 대한 관심과 주목은 일반적인데, 푸바오의 경우에는 남다른 점이 있다. 2020년 7월 20일 한국에서 태어났다는 점 때문이다. 단순히 해외에서 입양이 되었다면 남다른 감정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이름을 짓는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참여를 해서 애정을 갖게 되었다. 이른바 부여효과(Endowment Effect)가 일어난다. 여기에 생후 6개월부터 공개되었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성체 어른이 될 때까지 지켜보며 친근한 감정을 갖게 되었다.

가족 동반 문화가 강화되면서 어린이들만이 좋아할 것 같은 판다에 대한 성인들의 팬덤이 두텁게 형성되었다. 더구나 스마트 모바일 문화나 SNS를 통한 정보의 공유는 랜선 집사들과 같은 많은 이모·삼촌 팬까지 거느리게 되었다.

이런 디지털 환경 외에도 사회·경제적인 요인을 그 배경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치열한 경쟁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푸바오를 보고 있으면 편안하게 힐링 되는 느낌이 들 수 있다. 외롭고 고독한 사회 구성원의 증가가 푸바오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존재 가치를 찾을 수도 있다. 푸바오에 대한 염려와 관심을 표하여 삶의 가치를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저출산의 여파도 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아이가 매우 적어지는 사회에서 사라진 아이의 대체효과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비단 자녀가 없는 미혼이거나 낳지 않는 젊은 부부는 물론이고 한 자녀 가정의 아이에게는 친구가 되어 준다. 손자 손녀가 없는 조부모들에게는 그 역할을 대신할 수도 있다. 중국으로 가게 된 푸바오에 대한 섭섭함이 이루 말할 수가 없고 상당 기간 후유증이 있을 수도 있다.

푸바오는 중국으로 돌아가서 새로운 적응을 해야 한다. 또한, 본격적인 새로운 짝짓기에 들어갈 것이다. 중국의 소유이자 임대의 대상이라는 점을 넘어 멸종위기종이기 때문에 각별한 보호가 필요한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한국에서 나고 자란 푸바오가 중국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다만 좀 더 중국에서 배려가 필요한 점이 있다. 그것은 푸바오의 삶과도 관련이 있다. 푸바오가 비록 중국에서 생활해야 하지만 한국 국민의 팬덤도 중요할 수 있다. 더구나 가족같이 지낸 강철원 사육사의 경우에는 아버지나 할아버지와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강 사육사가 중국에서도 나름 이바지할 부분이 있고 이런 점은 푸바오에게도 도움을 줄 것이다. 아울러 강 사육사가 중국에서도 같이 지내면서 근황을 전해 주는 메신저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바뀐 반려동물 문화에 맞게 양국 간의 판다에 관한 관리 조치에서도 달라져야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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