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제105주년 3.1절인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독립공원에서 열린 ‘서대문, 1919 그날의 함성’ 행사에서 시민들이 만세 행진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3.0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제105주년 3.1절인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독립공원에서 열린 ‘서대문, 1919 그날의 함성’ 행사에서 시민들이 만세 행진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3.01.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천도교 교당에서는 독립선언서가 낭독됐고, 교회에서는 십자가와 함께 태극기 물결이 일었다.

3.1운동 105주년 당일인 1일, 종교계는 곳곳에서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불교, 개신교 등 종교 지도자들은 화합의 정신을 되새긴다는 취지에서 함께 모였으나, 보수 개신교 등 일부에서는 여전히 신자들을 동원한 대규모 정치 선전 집회를 벌이는 등 105년 전 종교계가 보여준 화합의 진정한 의미가 퇴색됐다는 안타까움도 남았다.

◆ 탑골공원 모인 7대 종단 대표 “선열 뜻 이어 화합”

불교, 개신교, 유교, 원불교, 천도교, 민족종교 등 국내 7대 종단 대표들이 1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3.1운동 제105주년 기념식에서 헌화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3.01.
불교, 개신교, 유교, 원불교, 천도교, 민족종교 등 국내 7대 종단 대표들이 1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3.1운동 제105주년 기념식에서 헌화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3.01.

불교, 개신교, 유교, 원불교, 천도교, 민족종교 등 국내 7대 종단 대표들은 이날 오후 2시부터 3.1운동 당시 독립선언서를 낭독했던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3.1운동 105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종교계 대표들은 3.1운동 정신을 기리고 당시 희생된 선열들을 추모하며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한목소리로 기원했다.

순국선열 추모 헌화와 묵념 등에 이어 종단 대표로 유교 최종수 성균관장, 천도교 박상종 교령이 나와 기념사를 했다.

최 관장은 “105년 전 천도교, 불교, 기독교가 화합해 3.1운동을 시작했다”며 “3개 종단이 화합해서 민족 운동을 일으킨 것처럼, 선열들의 뜻을 이어받아 오늘날은 7대 종단이 국가 번영을 위해 화합하는 모습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탑골공원이 국가 지정 문화재로 정해졌을 당시 원형으로 회복하자는 의미를 담아 ‘탑골공원 개선사업 선포식’도 함께 진행됐다.

종로구와 탑골공원 성역화 범국민추진위원회는 탑골공원의 역사 문화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고증을 통해 과거 모습을 되찾기 위해 ‘탑골공원 성역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날 기념사에 나선 천도교 박상종 교령은 “독립선언서가 낭독된 탑골공원은 대한민국이 정체성이 깃든 곳”이라며 “이런 탑골공원을 바로세우는 작업을 통해 대한민국이 이 민족혼을 세계 만방에 떨쳐 모든 면에서 뻗어 나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독립선언서 낭독에 이어 종교 지도자를 비롯한 참석자들은 105년전 그날처럼 다 함께 만세삼창을 외쳤다.

천도교 중앙총부가 1일 서울 종로구 중앙대교당에서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을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24.03.01.
천도교 중앙총부가 1일 서울 종로구 중앙대교당에서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을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24.03.01.

3.1운동 당시 주도적인 역할을 한 천도교도 이날 중앙대교당에서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을 개최했다.

의암 손병희 선생은 천도교 3세 교조로 기독교, 불교 등 뜻을 같이하는 이웃 종교와 함께 3.1운동을 준비하고 3.1독립만세 운동을 사실상 실현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런 이유로 천도교는 일제로부터 모진 핍박과 탄압을 받고 수많은 희생을 받아야만 했다. 당시 감옥에 투옥된 교인들과 목숨을 잃어버린 천도교인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으며 일제에 의해 천도교의 재산은 몰수당했다.

박상종 교령은 이날 이런 사실을 열거하며 “우리 천도교인은 3.1운동을 이룬 의암성사의 거룩한 신념과 순국 정신을 귀감으로 삼아 국가의 평화 번영과 교단 중흥을 위해서 정성을 다해 헌신할 수 있도록 한울님과 스승님께 한마음으로 바라자”고 당부했다.

아울러 “3.1정신이 장차 남북의 평화통일을 이룩하고 더 나아가 세계 인류의 평화공영의 정신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중앙대교당에서 출발해 인사동 태화관을 거쳐 탑골공원까지 행진해 손병희 동상을 참례했다.

3.1운동 105주년을 맞은 1일 서울 종로구 중앙대교당에서 열린 3.1절 기념식 참석자들이 기념식을 마친 후 행진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3.01.
3.1운동 105주년을 맞은 1일 서울 종로구 중앙대교당에서 열린 3.1절 기념식 참석자들이 기념식을 마친 후 행진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3.01.

◆ 3.1운동 정신 이어 ‘생명평화순례’도

기독교계도 각 교단과 기관별로 3.1운동 105주년을 기념했다.

한교총 대표회장 장종현 목사는 기념사를 통해 “105년 전 일어났던 3.1운동을 통해 국민이 주인이 된 나라,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이 세워졌다”며 “이처럼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는 독립을 위해 피와 땀을 흘렸던 선조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앙 선배들의 나라 사랑과 구국정신을 계승하여 저출산․고령화, 기후위기 극복 등 새로운 국민의 나라를 세우는 한국교회가 되자”고 당부했다.

참석자들은 ’3.1운동 105주년 기념 성명서‘을 내고 다가오는 총선, 양극화 해소, 저출산 극복, 한반도 평화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한국교회가 함께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특히 개신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 4대 종단 종교인들은 종교적 경계를 뛰어넘고 연대했던 3.1운동 정신을 이어받자는 취지로 ‘생명평화순례’에 나섰다. 오는 3월 21일까지 장장 21박 22일의 일정으로 진행되는 이번 평화순례는 파주 오두산통일전망대를 출발해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400km를 걷는다.

개신교 대표로 참석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전 화해통일위원장 나핵집 목사는 “종교인들이 앞장서 3.1 독립선언서를 작성했던 것처럼 순례길을 걷고 기도하며 남북한 민족의 아픔을 치유하고 극복하는 과정이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 광화문 전광훈 집회에는 4만명 몰려

광화문광장 일대에서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보수 개신교계와 정치 세력이 하나 된 대규모 3.1절 집회가 어김없이 열렸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3.1절인 1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와 광화문역 일대에서 자유통일당 등 보수단체가 ‘자유통일을 위한 천만조직 국민대회’ 집회를 연 가운데 참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4.03.0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3.1절인 1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와 광화문역 일대에서 자유통일당 등 보수단체가 ‘자유통일을 위한 천만조직 국민대회’ 집회를 연 가운데 참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4.03.01.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일대에서 열린 ‘자유통일을 위한 천만조직 국민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약 4만명이 참가하는 등 대규모 인파가 몰리면서 시민들의 동선이 얽히며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비슷한 시각, 한국교회보수연합도 시청역 8번 출구 인근에서 3.1절 집회를 개최했다.  이 집회에는 5000명(주최 측 신고)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통일당 초대 대표 전광훈 목사와 자유통일당 대표 장경동 목사 등은 이날 연단에 올라 ‘자유통일을 위한 주사파 척결’을 외쳤다.

장 목사는 연설에서 “우리나라 이대로 가면 망한다”며 “유관순 정신으로 이 나라에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이뤄내자”고 발언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3.1절인 1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와 광화문역 일대에서 자유통일당 등 보수단체 주체로 열린 ‘자유통일을 위한 천만조직 국민대회’에서 장경동 대전중문교회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3.0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3.1절인 1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와 광화문역 일대에서 자유통일당 등 보수단체 주체로 열린 ‘자유통일을 위한 천만조직 국민대회’에서 장경동 대전중문교회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3.01.

앞서 전날 전 목사는 “좌파들이 북한의 지령을 받고 광화문에 뛰어나와 광란을 벌이면 막을 수 있는 세력이 없다”면서 “이를 저지하기 위해 3.1절 국민대회에 1000만 국민들이 결집해 강력한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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