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현지 여론조사 결과
“경제보다 극단주의 더 걱정”
바이든 지지율 37%로 최저

두 후보 미시간 경선 각각 압승
민주 ‘지지후보 없음’ 1만표 ↑
아랍계, 전쟁에 트럼프 쪽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출처: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올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 사이에 최대 관심사로 정치적 극단주의나 민주주의 위협에 대한 우려가 부상했다는 현지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3~25일(현지시간)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와 함께 미국 유권자 10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통신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21%가 “정치적 극단주의 또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라고 답했으며 이는 경제(19%)와 이민(18%)을 선택한 응답자보다 높은 비율이다.

지지하는 후보에 따라 답변은 극명히 갈렸다.

민주당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극단주의를 압도적으로 문제 1순위라고 꼽은 반면 공화당의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민을 1순위로 뽑았다.

무소속 응답자의 거의 3분의 1은 극단주의를 가장 우려 사항으로 꼽았고, 5명 중 1명이 이민이라고 답하며 뒤를 이었다. 경제는 3위를 차지했다.

대통령 재임 기간과 그 이후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형사 기소가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2020년 선거 패배가 사기라는 주장을 고수하면서 미국 기관에 대한 비판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이는 2021년 1월 6일 미 국회의사당 습격을 앞두고 지지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의 핵심이었다.

응답자의 34%는 ‘전반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극단주의에 대처하는 데 더 나은 접근법을 가지고 있다’고 답한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처가 더 낫다는 응답은 31%에 그쳤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어본에서 열린 선거의밤 모임에서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7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어본에서 열린 선거의밤 모임에서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바이든 지지자, 트럼프 반대에 더 큰 동기부여”

통신은 “이 여론조사는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이 그에 대한 열정보다는 트럼프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대에 얼마나 의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데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바이든의 재선 캠페인은 트럼프가 제기하는 민주주의 위험에 대한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37%로 대통령 임기 중 가장 낮은 수준에 근접했으며 한 달 전보다 1%포인트 하락했다. 민주당 지지자 10명 중 9명은 그의 직무 수행에 찬성했고 공화당 지지자 중 같은 비율은 반대했으며 무소속 지지자는 반대쪽으로 약간 치우쳤다.

다른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 지지자들은 대통령에 대한 지지보다는 트럼프에 대한 반대에 더 큰 동기를 부여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에 참여한 공화당원의 38%는 이민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지만 역시 상당수(13%)가 극단주의를 선택했는데 이는 “‘극좌’ 민주당이 국가를 위협한다”는 트럼프의 주장도 그의 지지층에 공감을 얻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바이든 대통령 재임 기간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경제’는 공화당원들 사이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응답(22%)을 차지했다.

경제는 오랫동안 바이든의 골칫거리였다. 여론조사 응답자의 39%는 트럼프가 경제에 대해 더 나은 접근법을 가지고 있다고 답한 반면, 바이든은 33%에 그쳤다.

트럼프는 해외 분쟁에 대한 접근 방식에서 36% 대 30%로 바이든을 앞섰지만, 이러한 문제를 국가 최우선 과제로 꼽은 민주당원이나 공화당원은 거의 없었다.

이번 여론조사는 전국을 대표하는 표본을 사용해 성인 1020명의 온라인 응답을 수집했으며 오차 범위는 약 3%포인트다.

지난 24일(현지시간)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컬럼비아의 주 박람회장에서 열린 예비선거 전야 파티에서 연설하는 동안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 24일(현지시간)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컬럼비아의 주 박람회장에서 열린 예비선거 전야 파티에서 연설하는 동안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바이든·트럼프, 미시간 경선 나란히 압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미시간주에서 열린 민주당 및 공화당 대선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각각 승리하면서 둘의 재대결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날 AP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유일하게 남은 상대였던 딘 필립스 미네소타 하원의원을 물리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재 공화당 예비선거 일정의 첫 5개주를 휩쓸고 미시간에서도 승리했다. 트럼프 캠페인은 3월 중순까지 공화당 후보 지명을 확정하는 데 필요한 대의원 1215명을 확보할 계획이다.

두 캠페인 모두 이날 결과가 예상대로 승리한 것인지를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예비선거에서 교외 유권자와 대학 학위를 가진 사람들에게서 저조한 성적을 거뒀으며, 사법 리스크 역시 줄지 않고 있다.

바이든 캠페인 측에선 이번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나온 ‘지지후보 없음(uncommitted)’ 기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부 진보 성향 단체들은 유권자들에게 ‘지지후보 없음(uncommitted)’에 기표하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인한 가자지구 대규모 인명 피해를 규탄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원조를 중단하라는 압박이다.

이날 민주당 미시간 예비선거에서 지지후보 없음은 1만표를 넘어서며 주최 측이 설정한 목표 이상을 달성했다.

미시간주 디어본에서 교사 마리암 모센(35)은 AP통신에 “가자지구의 대량학살을 계속 지지한다면 어떤 후보도 우리의 표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지지후보 없음’ 캠페인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디어본 출신의 엔지니어인 샤헤르 압둘라브(35)는 이날 아침 트럼프에게 투표했다고 밝혔다. 압둘라브는 아랍계 미국인들이 민주당보다 공화당과 더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를 원해서 그에게 투표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바이든을 원하지 않을 뿐”이라며 “그(바이든)는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중단하라고 이스라엘에게 전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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