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최종 가이드라인 확정
우등생으로 지수·ETF 출시
스튜어드십 코드 반영 전망
밸류업 기업에 세제 혜택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금융당국이 만성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오는 7월부터 상장사들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스스로 세워 공시해야 한다. 기업들의 자발적인 기업가치 제고 노력과 주주가치 존중 문화의 확산을 통해 한국 증시를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해서다.
또 기업가치 우수기업에 자금이 유입될 수 있도록 관련 지수 및 상장지수펀드(ETF)를 연내 출시하고 ‘큰 손’ 연기금 등의 투자에도 활용될 수 있도록 ‘스튜어드십 코드(행동 지침)’도 개정한다.
기업들이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고 기업 이익을 주주에게 환원할 경우 모범납세자 선정 우대 등 혜택을 받게 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26일 유관기관과 함께 여의도 한국거래소 콘퍼런스홀에서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 1차 세미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지원안에는 정부가 마련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내용과 함께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세정 지원 인센티브가 담겼다.
공개된 방안에 따르면 약 1600개에 달하는 전체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스스로 수립하고 연 1회 자율 공시하게 된다. 기업가치 개선 계획에는 ‘현황 진단→목표 설정→계획 수립→이행 평가·소통’ 등의 내용이 담긴다.
금융위는 기업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공시 원칙·내용·방법에 대한 종합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오는 5월 2차 세미나를 열고 6월 중 최종 가이드라인을 확정할 방침이다.
상장사들은 이를 참고해 하반기부터 자율 공시에 나서게 된다. 기업 개선 계획 수립을 위해 공시 기한은 설정하지 않았으며 준비된 기업부터 참여하는 형식이다.
정부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 유도를 위해 다양한 세제 지원책을 인센티브로 제시할 예정이다.
우선 정부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 수립의 충실도, 목표 설정의 적절성, 주주와의 소통 노력 등을 평가해 매년 5월 ‘기업 밸류업’ 표창을 수여할 예정이다. 표창받은 기업은 5가지 종류의 세정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모범납세자 선정 때 우대를 받을 수 있고 연구개발(R&D) 세액공제 사전심사 우선 처리 서비스도 제공된다. 법인세 공제·감면 컨설팅, 부가·법인세 경정청구 때도 혜택이 제공되며 가업승계 컨설팅도 받을 수 있다.
기업가치 우수기업에 대한 시장 평가 및 투자 판단을 지원하는 내용도 ‘밸류업 프로그램’에 담겼다.
오는 9월 수익성이나 시장 평가가 양호한 기업들로 구성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기관·외국인 투자자들이 벤치마크 지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는 도쿄거래소의 기업가치 제고 권고 및 그에 따른 일본 증시 호황세를 벤치마크해 만들어질 예정이다.
도쿄거래소는 작년 3월부터 상장사들에 자본 효율성 제고 및 지속 가능한 성장 달성을 위한 기업가치 개선 방침과 이행 계획 등을 공개하도록 요구했다.
금융위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주가순자산비율(PBR)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 배당성향, 배당수익률, 현금 흐름 등 주요 투자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우등생’ 종목들로 구성하기로 했다.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ETF도 오는 12월 출시·상장돼 일반투자자들도 기업가치 우수 기업에 투자할 수 있게 한다.
분기별로 각 기업의 주요 투자지표(PBR·PER·ROE)를 거래소 홈페이지에 비교 공표하는 내용도 담겼다. 배당성향과 배당수익률은 연 1회 알려야 한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투자 판단에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감안하도록 스튜어드십 코드도 반영하기로 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가 타인 자산을 관리하는 수탁자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행해야 할 행동 지침이다.
이외에도 거래소 내 전담 부서와 외부 자문단을 구성하는 한편, 기업 밸류업과 관련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제공하는 통합 홈페이지가 개설될 방침이다. 공시 교육과 일대일 컨설팅을 제공하고, 상장기업 대상 간담회도 지속적으로 개최한다.
정부는 이와 함께 시중 유동성을 국내 자본시장으로 유입할 수 있는 세제 개선 과제도 지속해서 발굴하기로 했다.
현재 정부는 내년 도입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고 증권거래세는 예정대로 인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증권거래세는 작년 0.20%로 낮춰진 데 이어 올해 0.18%, 내년 0.15%로 인하될 전망이다. 당초 증권거래세 단계적 인하는 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추진됐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우리 기업들이 자본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아 성장하고 그 과실을 투자자들이 함께 향유하고 재투자하는 선순환적 자본시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의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주주가치를 존중하는 기업 문화가 확산·정착될 수 있도록 기업 밸류업을 긴 호흡을 갖고 중장기적인 과제로 꾸준히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