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보호 ‘특별법 개정’ 속히 진행해야”
“정부·여당, 피해자 구제할 방법 만들어야”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자 1주기 추모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통과 및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며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24.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자 1주기 추모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통과 및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며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24.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전세사기라는 사회적 재난의 피해자들에게 말씀드립니다. 여러분 잘못이 아닙니다. 정부 정책의 실패입니다. 정부에 강력히 요구합니다. 이는 선거용으로 정치적으로 이용해선 안 되는 사안입니다. 국가가 마땅히 지켜야 할 국민의 주거 기본권과 안전해야 할 재산권 보호인 국가의 의무입니다.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회복에 집중하는 특별법 개정을 속히 진행해 주십시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가 24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전세사기 희생자를 추모하고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는 ‘전세사기피해자 1주기 추모문화제’를 개최한 가운데 안상미 전국대책위 공동위원장이 이같이 밝혔다.

안 위원장은 “국토부장관이라는 엄중한 자리에 있으면서도 제대로 된 사태 파악도 하지 않고 사적인 거래, 혈세, 사기는 평등하다면서 피해자들을 매도하고 이간질해서 의미 있는 논의도 하지 못하도록 하는 현실에서 죽음으로 탄원하는 그들에게 감히 나약하다 말할 수 없었다”며 “특별법이 논의되기 시작한 건 희생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연이은 아까운 생명들을 잃고야 사회적 재난이라는 인식이 퍼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여기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동안 앞으로도 무관할 수 없는 부동산 정책에 소리쳐야 한다”며 “제대로 된 지원과 제도가 나오지 않는 이상 우리는 또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내 가족이, 친구가, 자녀가 또 다른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외쳤다.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자 1주기 추모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24.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자 1주기 추모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24.

이후 전국에서 참석한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부친상 중이기에 상복을 입고 자리한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손호범씨는 “전세사기 특별법이 제정됐으나 현실은 예전과 같이 가혹하기만 하다”며 “저는 세금 도둑이 아니다. 세금 도둑질을 하고 싶어도 담벼락이 너무 높아 오를 수조차 없어 현 시간까지는 아직 훔치지 못했다”고 했다.

손씨는 “건물 외벽이 뜯겨나가 차량이 파손되고 보일러 배관이 휘어져도 구청은 시청에, 다시 시청은 구청에 서로 남의 일이라고 떠넘겨 의지할 곳 없다”며 “관리비를 납부해도 관리업체가 몇 개월째 전기세를 미납해 한전에서 독촉장이 날아오는 2차 피해를 보고 있고 경락자금 대출이 얼마나 어려운지, 어디서는 한 번만 쓸 수 있다고 하고 어디서는 유찰되면 계속 사용할 수 있다고 하는, 말로만 전해 내려오는 전설과도 같은 우선매수권의 사용법을 정확히 설명해 줄 수 있는 기관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린 각자 도생해야 한다. 각자 살아남아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몸부림을 쳐야 한다”며 “그렇다고 포기하지 말아 달라. 정부가 원하는 것은 구제 절차를 복잡하고 어렵고 힘들게 만들어 우릴 지치게 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함수훈 전세사기 깡통전세 피해자 경기대책위 부위원장은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전세사기 피해자 신청이 약 1만건에서 최근 약 1만 3000건 정도로 증가했고 최근 대구에서는 대규모 전세사기가 추가 발생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우리 국민이 얼마나 더 많은 피해를 입어야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할 것인가. 언제까지 피해자들을 방치할 생각인가. 정부와 여당은 언제까지 정치적으로만 움직일 생각인가”라고 호소했다.

함 부위원장은 “이제는 정부와 여당 그리고 야당이 합심해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고 피해 입은 국민, 당장 살길이 막막한 국민들을 위해 도움이 될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 신속히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이후로도 더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한 명의 피해자라도 더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추가적인 법 개정을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안상미 전국대책위 공동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자 1주기 추모문화제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24.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안상미 전국대책위 공동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자 1주기 추모문화제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24.

정창식 전세사기 깡통전세 피해자 대전대책위 부위원장은 “특별법이 시행된 지 8개월이 지났으나 특별법으로 인해 구제받았다는 피해자의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며 “피해자 결정문은 전세 대출금을 무이자 20년 상환하라는 지급명령서와 다를 바가 없다. 임대인의 주머니 속에 있는 전세보증금을 왜 피해자인 우리가 무이자 대출을 추가로 받아 상환해야 하는가”라고 짚었다.

정 부위원장은 “특별법 개정안조차 모든 피해자를 구제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며 “모두를 살릴 방법은 100% 선구제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30% 구제안에 대해서도 진행하지 않는 것은 피해 국민 모두를 죽이겠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서울 신탁사기 피해자인 박현수씨는 “10년간 고시원 생활을 마친 뒤 처음으로 얻은 전셋집이었으나 부동산에서 보여 줬던 등기부등본은 조작된 서류였고 신탁회사가 동의하지 않은 임대차 계약은 원천 무효였다”며 “저는 그렇게 불법점유자가 됐고 몇 달이 지난 후 집을 비워달라는 소장을 받았다. 이후 법원 판결로 살던 집에서 돈 한푼 돌려받지 못하고 쫓겨났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박씨는 “내 집 마련은 날아간 꿈이고 결혼은 커녕 연애도 당연히 포기했다. 전세사기 당하면 미래도 없다”며 “죽을 용기가 없어 사는 것뿐이다. 저는 그냥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이라고 억울함을 표했다.

아울러 박씨는 “개인이 어떻게 사기꾼들이 숨긴 재산을 찾고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어떻게 또 개인이 감당하겠는가. 선구제 후회수 부탁드린다”며 “약한 처벌로 인해 이제 법은 사람들을 보호하지 못하고 예방하지 못하고 질서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전세사기에 한해 강한 처벌로 법 개정을 해 달라”고 목 놓아 외쳤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4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전세사기피해자전국대책위 주최로 열린 전세사기 피해자 1주기 추모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천지일보 2024.02.2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4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전세사기피해자전국대책위 주최로 열린 전세사기 피해자 1주기 추모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천지일보 2024.02.24.

석진미 경산 전세사기대책위 공동위원장은 “제 피해 건물은 다가구주택이고 실소유주가 바지 임대인을 앞세워 건물 7채를 소유했고 현재 모든 건물은 경매에 넘어갈 상황”이라며 “대출금 부담감에 쉴 새 없이 손이 부르트도록 일을 하고 부업은 물론 돈이 될 만한 일이면 무엇이든 하고 있다. 딸이 가장 좋아하는 벚꽃이 필 계절이 오고 있지만 꽃구경조차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세상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호소했다.

석 위원장은 “바지 임대인은 물론 실소유주와 그의 가족들은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지금도 캠핑과 골프 등 취미생활을 하고 호화롭게 지내고 있다. 정말 철판을 깐 뻔뻔함에 부끄러운 것도 전혀 모르는 파렴치한 인간들”이라며 “정부와 여당은 더 이상 안 된다는 말만 하지 말고 피해자들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지방이기에 피해자 결정을 받기까지 기간도 너무 오래 걸린다”며 “지자체라도 나서서 피해자를 위한 조례 제정에 앞장서주길 바란다”고 했다.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자 1주기 추모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24.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자 1주기 추모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24.

부산의 전세사기 피해자인 A씨는 “정부는 특별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사회적 지원체계를 강화해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지원해야 한다. 특히 현 정부는 법과 제도가 이러한 현안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점을 각성해야 할 것”이라며 “특별법 개정은 물론 사회적 인식과 기관과 부동산에서도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 명 한 명의 발언이 마친 후 이들은 ‘추모와 다짐의 글’을 낭독했다. 이들은 “얼마를 건네줘야 하는지, 언제 돌려받을 수 있는지, 전부 받을 수 있는지, 이 모든 것을 결정할 권한이 임대인에게만 있는 것처럼 여겨 온 기존 질서가 세입자의 삶을 집어삼켰다”며 “전세사기·깡통전세는 세입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법‧제도와 ‘빚내서 집 사라’ ‘빚내서 세 살라’는 역대 정부의 정책이 만든 예견된 ‘사회적 재난’이고 비참하게 실현된 ‘사회적 참사’”라고 비판했다.

또한 “‘피해자를 원스톱으로 지원하겠다’ ‘악질적 범죄자를 엄중히 처단하겠다’던 정부의 말은 허상이었다”며 “첫 번째 희생자에게 국가가 건넨 마지막 말은 ‘현행 제도로는 방법이 없습니다’였고 또 다른 희생자에게 사회가 보낸 마지막 메시지는 집 문 앞에 붙인 ‘수도 요금이 체납입니다. 미납 시 단수 합니다’였다”고 일갈했다.

모든 발언과 낭독의 순서가 끝난 후 전세사기 희생자를 추모하는 헌화의 시간이 마련됐다. 이날 추모문화제 참석자들은 피해자들을 기리며 헌화, 묵념했다.

이들은 이후 보신각에서 광화문을 거쳐 정부청사 앞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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