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요약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24일로 만 2년이 됐다. 현재 전반적 전황은 우크라이나군에 답답하게 돌아가는 상황이다. 이 전쟁에 천문학적인 비용과 값을 매길 수 없는 많은 목숨까지 들었다. 그럼에도 종전 전망은 어둡다. 왜 그럴까. 지난 2년간의 전황과 양국의 입장을 함께 살펴보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2년

교착 계속… 돌파구 안 보여

조기 종전 협상 전망 어두워

 

러, 서방 제재 2년에도 굳건

美·EU 제재·무기 지원 변수

‘진짜’ 전쟁의 주체는 누굴까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 전 주러시아 공사. ⓒ천지일보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 전 주러시아 공사. ⓒ천지일보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난 지 2년이 됐다. 현재로서는 가까운 장래에 평화가 회복될 조짐이 전혀 없는 가운데 소모적인 장기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인들의 희생은 늘어만 가고 우크라이나의 영토는 갈수록 황폐해지고 있다. 지난 2년간 전쟁의 경과를 살펴보고 평화 회복의 가능성을 전망해 보고자 한다.

◆교착 빠진 우크라이나 전쟁

전쟁 초기에 예상과는 달리 우크라이나군은 서방의 대규모 무기 지원에 힘입어 러시아군의 침공에 맞서 나름 잘 싸웠고 러시아군의 점령지역 일부를 탈환하기도 했다.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새로운 무기를 지원할 때마다 서방은 게임체인저가 되리라고 기대했으나 러시아군이 그에 상응하는 무기를 동원해 별 효과가 없었다.

2022년 2월 말부터 5월까지 동남부 요충지인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둘러싼 격전에서 승리한 러시아군은 흑해 연안을 따라 서쪽으로 진격해 2014년에 병합한 크림반도에 이르는 회랑을 점령했다. 이때 형성된 전선은 그간 바흐무트 등 동부 지역 일부에서 미시적인 변화가 있었으나 지금까지 거의 그대로이다.

2023년 하반기 우크라이나군의 대대적인 반격은 집단서방의 기대와는 달리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으며 전쟁은 현재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우크라이나 군은 해군 및 공군력이 사실상 소진된 데다 포탄, 장비 등 전쟁물자도 심각하게 부족해 러시아군에 반격할 형편이 못 된다. 우크라이나군이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연결하는 크림대교와 러시아 흑해함대 소속 함정에 대해 미사일이나 드론 보트로 공격하거나 모스크바까지 소형드론을 무더기로 날려 보내 러시아 측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으나 대세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군은 지상 작전보다는 주로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의 기반 시설을 겨냥한 미사일 공격에 집중하면서 화력의 절대적인 우위 아래 동부전선에서 점진적으로 우크라이나군을 밀어붙이고 있다. 현재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에서 루간스크, 도네츠크, 자포로지예, 헤르손 등 4개 주를 점령하고 있는데 이는 우크라이나 영토의 20%에 이른다.

작년 4월 26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군 간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우크라이나 바흐무트 건물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출처: 뉴시스)
작년 4월 26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군 간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우크라이나 바흐무트 건물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출처: 뉴시스)

◆우크라에 서방 무기 지원도 주춤

독일 킬 세계경제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우크라이나에 약 422억 유로(약 60조 5414억원)의 군사 지원을 제공했다. EU와 27개 회원국은 497억 유로(약 71조 3011억원) 규모의 군사 지원을 약속했으나 실제로 제공한 것은 352억 유로(약 50조 5035억원)에 그쳤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무기 지원은 현재 일시 중단된 상태다. 지난 13일 미국 상원이 610억 달러(약 81조 5692억원) 규모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법안을 승인했으나 이 법안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 부정적인 공화당이 우세인 하원에서도 통과될지는 미지수이다.

유럽연합(EU) 27개국은 2월 초 우크라이나의 경제를 유지하기 위한 4년간 500억 유로(약 72조원) 지원에 합의했는데 그간 친러시아 성향의 헝가리가 거부권을 행사해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다.

또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서방에 대해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강력히 요청했으나 긍정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고, 현재 러시아가 쥐고 있는 제공권에 맞서기 위해 서방에 F-16 전투기도 요청해 지난해 8월 덴마크와 네덜란드가 미국의 허가를 받아 제공하기로 했으나 F16을 운용하려면 정비 시설과 전문 인력이 필요하므로 실전 배치까지는 최소 1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양측 모두 사상자 통계를 비밀에 부치고 있어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으나 우크라이나군은 물론이고 러시아군의 희생자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두 나라 병사들이 각각 10만명이 숨지거나 다쳤고 민간인 희생자도 4만명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병력자원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최근 젤렌스키 대통령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국민적 지지를 받는 잘루즈니 총사령관을 해임하는 등 대통령과 군부 사이에 전쟁 수행 방식을 놓고 이견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러시아 정부는 2022년 9월 부분 동원령을 내린 이후 현재 추가적인 동원령은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2023년 6월 ‘푸틴의 요리사’로 불리는 프리고진이 이끄는 바그너 용병 부대가 러시아 국방부를 상대로 일으킨 반란은 하루 만에 진정됐다.

우크라이나 방위군 제1여단 병사들이 작년 11월 8일 우크라이나 북부에서 전투 훈련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우크라이나 방위군 제1여단 병사들이 작년 11월 8일 우크라이나 북부에서 전투 훈련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러-우크라 견해차 너무 커

이제까지 평화협상은 단 한 차례 있었는데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 2월 말 러시아군이 전격적으로 키예프를 포위했을 때이다.

당시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 포기 및 중립화 논의를 수용하는 듯했고 러-우 정상회담의 개최까지 거론됐다. 하지만 4월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두 차례 키예프를 방문하고 나서 평화협상이 결렬됐다. 그 이후 러시아나 우크라이나가 공식적으로 상대측에 평화협상을 제의한 적이 없다. 현재로서는 협상의 전제조건에 대한 양측의 입장 차이가 너무 커서 가까운 장래에 평화협상의 개시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전쟁에 대한 피로감이 어느 쪽이 더 심각한지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으나 전쟁이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벌어지다 보니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평화에 대한 갈망이 훨씬 높아 보인다.

집단서방 내에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막대한 지원과 저렴한 러시아산 에너지의 수입 금지로 야기된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농민들이 트랙터 시위를 벌이는 등 일반 국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이러한 요인이 존재하고 전세의 역전 가능성이 매우 낮음에도 서방 각국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는 여전히 확고해 보인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은 “워싱턴과 브뤼셀이 수십년 동안 지속될 모스크바와의 대결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으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러시아의 승리를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독일 정부는 러시아의 거듭된 부인에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다음에는 나토 동맹국을 공격할 것이라는 위기설을 흘리고 있다. 그런 의지를 대외적으로 천명하려는지 올해 들어 영국, 독일, 그리고 프랑스는 우크라이나와 안보협정을 체결했다.

한편 서방의 기대와는 달리 전방위적인 경제제재에도 러시아 경제는 전쟁 발발 직후 한 달 정도 불안한 모습을 보였을 뿐이고 이후 견조한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내부적으로 동요 조짐도 관찰되지 않는다.

[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백악관 집무실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러시아의 공격으로 고통받는 무고한 사람들을 위해 인도주의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면서 3억2천500만 달러 규모의 새로운 무기 지원 패키지를 발표했다. 2023.09.22.
[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백악관 집무실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러시아의 공격으로 고통받는 무고한 사람들을 위해 인도주의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면서 3억2천500만 달러 규모의 새로운 무기 지원 패키지를 발표했다. 2023.09.22.

◆11월 미국 대선도 주요 변수

평화협상은 양측에 있어 전쟁을 계속하는 것의 고통과 비효용이 임계점에 도달해야 개시되는 법인데 우크라이나 전쟁은 그때가 언제가 될지 아무도 예측하기 어려운 것 같다.

집단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지원을 지속하겠다는 확고한 결의를 보이고 있고 러시아는 당초 전쟁 명분인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와 비나치화가 실현될 때까지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라 조기 종전 협상의 전망은 어둡다.

게다가 미국은 11월 대선에 따라 내년 1월 차기 행정부가 출범할 때까지는 획기적인 정책 결정이 나오기 어렵다.

이번 전쟁은 겉모습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나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지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전쟁의 주체는 과연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나올 정도다. 무고한 민간인들도 희생되는 전쟁이 계속되는 것을 보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국의 지도자들과 서방의 정책결정자들이 과거 어느 시점부터 잘못된 결정을 한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쟁으로 치달은 이유와 과정에 대해 심도 있게 분석하고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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