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외무 “안보리, 분쟁 관련해 마비 상태며 장비 갖추지 않아”
미국·브라질, 우크라이나 전쟁 이어 ‘이·하 가자전쟁’ 놓고도 이견
美국무, 룰라 면전서 “가자공격=나치 유대인 학살 발언 동의 못해”

(출처: 로이터, 연합뉴스) 마우루 비에이라 브라질 외교부 장관(왼쪽 3번째)이 21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해 있다.
(출처: 로이터, 연합뉴스) 마우루 비에이라 브라질 외교부 장관(왼쪽 3번째)이 21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해 있다.

[천지일보=방은 기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브라질이 국제 분쟁 확산을 부각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 이사국 확대를 비롯한 유엔과 기타 다국적 기구 개혁을 촉구했다.

21일(현지시간) 브라질 현지 매체 G1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마우루 비에이라 브라질 외무장관은 이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G20 외무장관 회의에서 “다국적 기구는 현재 직면한 도전에 적절히 대처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이는 현재 진행 중인 분쟁과 관련해 안보리가 용납할 수 없는 마비 상태를 보인 것처럼 다자간 기구들은 현재의 도전에 대처할 적절한 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런 무활동 상태는 무고한 생명의 손실을 초래한다”며 “글로벌 거버넌스의 심각한 개혁”을 촉구했다.

22일까지 이틀간 계속되는 이번 회의에서 G20 외교 수장들은 오는 11월 개최 예정인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기후 변화 억제 및 빈곤 감소, 글로벌 긴장 고조에 따른 다자간 조직 개선 방법 등 당면 과제 해결을 위한 로드맵 설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글로벌 거버넌스 업그레이드 제안을 최우선 의제로 삼을 것을 요청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그러나 각국 외교관들은 이어지는 전쟁으로 인해 글로벌 거버넌스 업그레이드 제안이 G20 내에서 쉽게 진전될 것이라고 낙관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에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을 비롯하여 인도·독일·일본 등을 필두로 아프리카와 중남미 국가들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추가 진출을 비롯한 유엔 개편 의지를 몇 차례 피력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합의를 얻는 데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은 유엔 안보리 확대를 위한 브라질의 노력에 지지를 보냈다. 가미카와 외무상은 “안보리는 지정학적 변화에 적응하고 급변하는 세계에서 더욱 효율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일본 측 당국자는 전했다.

마우리치오 릴리오 브라질 G20 담당 보좌관도 화요일 세계의 도전 과제를 처리하기 위한 효과적인 글로벌 거버넌스의 부족으로 인해 전례 없는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릴리오 보좌관은 브라질이 유엔 안보리 확대를 주장했지만 거부권을 가진 국가들의 저항으로 인해 진전이 이뤄지지 못한 유엔을 개편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한 유럽 외교관은 외신에 “이번 회담은 본질적으로 다자간 개혁의 근거를 마련하고 문제를 진단하기 위한 환기 세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미국은 안보리에 상정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인도주의적 ‘가자 즉각휴전’ 요구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 결의안을 세 번째 무산시켰다. 이에 국제사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안보리는 팔레스타인 문제를 포함한 중동 상황을 의제로 회의를 열어 알제리가 제시한 결의안 초안을 표결에 부쳤다. 결과는 15개 이사국 중 한국을 포함한 13개 이사국이 알제리에서 작성한 초안에 찬성투표하고 영국은 기권, 미국은 결의안 초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한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G20 외무장관회의 참석 전 수도 브라질리아를 찾아 룰라 대통령을 예방했다. 블링컨 장관은 90여분간 이어진 비공개 면담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홀로코스트(유대인 학살)’에 비유한 룰라 대통령에게 “우리는 그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룰라 대통령은 지난 18일 아프리카연합(AU) 정상회의 개최지인 에티오피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전쟁이 아니라 집단 학살”이라며 나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을 언급해 논란을 불러왔다.

미국 정부와 브라질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을 놓고도 이견을 드러냈다. 전임 자이르 보우소나루 정부에서 수년간 외교적 고립을 겪은 브라질은 지난해 1월 룰라 정부 출범 후 세계 외교 무대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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