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행사로 안보리 또 부결
국제인권단체·국내도 비판 가세
인질석방 연계 ‘임시휴전’ 대안
미국 “중동 휴전협상 망칠 것”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인도주의적 휴전을 요구하는 결의안 채택에 재차 실패했다. 15개 이사국 중 한국을 포함한 13개 이사국이 알제리에서 작성한 결의안에 찬성투표하고 영국은 기권, 미국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사진은 가자지구 결의안 논의 중인 유엔 안보리 회원국 (출처: AFP통신, 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인도주의적 휴전을 요구하는 결의안 채택에 재차 실패했다. 15개 이사국 중 한국을 포함한 13개 이사국이 알제리에서 작성한 결의안에 찬성투표하고 영국은 기권, 미국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사진은 가자지구 결의안 논의 중인 유엔 안보리 회원국 (출처: AFP통신, 연합뉴스)

[천지일보=방은 기자]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상정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인도주의적 ‘가자 휴전’ 요구 결의안에 대해 20일(현지시간) 거부권을 행사하자 국제사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날 뉴욕타임스(NYT),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I)의 에리카 게바라 로사스 국장은 “미국이 안보리의 휴전 촉구를 방해하기 위해 거부권을 무기화했다”고 비판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이번 휴전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중국도 미국의 거부권 행사를 정면 비난했다.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는 21일 “미국의 거부권 행사는 (이스라엘의) 학살을 지속하는 데 대해 청신호를 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거부권행사에 대한 비판은 미국 내에서도 제기됐다. 미국 최대 무슬림단체 미·이슬람관계위원회(CAIR)는 “미국의 거부권 행사는 부끄러운 일”이라며 “조 바이든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변호인처럼 행동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안보리는 팔레스타인 문제를 포함한 중동 상황을 의제로 회의를 열어 알제리가 제시한 결의안 초안을 표결에 부쳤다. 결과는 15개 이사국 중 한국을 포함한 13개 이사국이 알제리에서 작성한 초안에 찬성투표하고 영국은 기권, 미국은 결의안 초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미국의 결의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벌써 세 번째다.

결의안이 통과하려면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고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5개 상임이사국 모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알제리가 작성을 주도한 결의안 초안은 인도주의적 휴전, 가자지구 전역으로의 인도주의적 지원 전달, 팔레스타인 주민 강제이주 반대, 국제사법재판소(ICJ) 임시명령 준수, 국제법 준수 등을 핵심 내용으로 포함한다. 결의안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남단 라파에 대한 지상전 공격을 예고한 가운데 추가적인 대규모 인도주의적 참사를 막기 위해 휴전이 불가피하다는 국제사회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앞서 지난 9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군에게 지상전을 위해 라파에서 ‘인구 대피’ 계획을 세우라고 지시한 바 있다. 유엔에 따르면 라파에는 130만명 이상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대다수는 가자지구의 다른 지역에서 온 피난민이다.

이에 아마르 벤자마 알제리 주유엔 대사는 이날 투표에 앞서 “이 결의안 초안을 찬성하는 투표는 팔레스타인인의 생명권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투표에 앞서 전쟁 중단과 억류된 인질 석방을 중재하려는 미국, 이집트, 이스라엘, 카타르 간의 회담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우려로 미국이 안보리 결의안 초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의회에서 “하마스가 인질 석방을 요구하는 합의 없이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휴전을 요구하는 것은 항구적인 평화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알제리 제출안 초안에 대해 반대하는 대신 다른 대안을 제출했다고 전했다. 미국 제출 결의안에는 알제리 제출안이 담은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휴전 요구 대신 하마스가 모든 인질을 석방하는 방식에 근거한 임시휴전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라파 공격을 반대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밖에 하마스의 가자 통치 반대, 팔레스타인 주민 강제이주 반대 등이 포함됐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협상을 위한 시간을 허용할 계획이며 안보리 투표에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방침이다.

이날 가자지구 휴전 요구 결의안 채택이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되면서 안보리 이사국들은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 확대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초안 작성을 주도한 벤자마 알제리 대사는 “오직 휴전만이 우리가 추구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며 “오늘 잘못된 결정이 내일 중동지역과 세계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유엔 특사 리야드 만수르도 “오늘 거부권을 통해 이스라엘에 주어진 메시지는 이스라엘이 계속해서 살인을 면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자보건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 보복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인 약 2만 9000명이 사망했으며 폐허 속에서 수천 구의 시신이 손실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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