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산책 후 의식 잃고 사망”
서방 “나발니 사망은 러 책임”

[모스크바=AP/뉴시스]알렉세이 나발니가 지난 2020년 2월 29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를 추모하는 행진에 참석했다. 2023.12.26.
[모스크바=AP/뉴시스] 알렉세이 나발니가 지난 2020년 2월 29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를 추모하는 행진에 참석했다. 2023.12.26.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이었던 알렉세이 나발니가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사망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 교도소 당국은 1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나발니가 이날 시베리아 야말로-네네츠크 자치구의 제3교도소에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당국은 “나발니가 산책 후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거의 즉시 의식을 잃었다”며 “의료진이 응급출동했지만, 소생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당국은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다.

크렘린궁은 나발니의 사망을 푸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밝힌 뒤 “사인을 규명해야 할 책임은 의료진에 있다”고 주장했다.

야권 정치인이자 반(反)정권 평론가인 나발니는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혔다. 나발니는 지난 2011년 창설한 반부패재단을 통해 러시아 고위 관료의 부정부패를 폭로하는 등 반정부 운동을 주도해 왔다. 나발니가 설립한 시민권리보호재단, 나발니 본부 등 단체들은 당국에 ‘극단주의 조직’으로 낙인찍혔다.

나발니는 불법 금품 취득, 극단주의 활동, 사기 등의 혐의로 징역 30년을 선고받아 지난 2021년 1월부터 복역 중이었다.

[베를린=AP/뉴시스] 독일서 치료받고 의식불명 상태서 깨어난 나발니가 2020년 9월22일 찍은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게재했다. 독일 의료진은 나발니가 독극물 '노비촉'과 관련해 치료를 받은 후 퇴원했다고 전했다. 2020.09.23.
[베를린=AP/뉴시스] 독일서 치료받고 의식불명 상태서 깨어난 나발니가 2020년 9월22일 찍은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게재했다. 독일 의료진은 나발니가 독극물 '노비촉'과 관련해 치료를 받은 후 퇴원했다고 전했다. 2020.09.23.

나발니는 지난 2020년 8월 러시아 국내 비행기 안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여 독일 병원으로 이송됐다. 나발니가 냉전 시대 소련이 사용하던 ‘노비초크’에 노출됐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 사건의 배후에 푸틴 정권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나발니는 지난 2022년 1월 치료를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체포됐다. 러시아 당국은 나발니가 2014년 기부금 횡령 등 사기 혐의로 받은 집행유예를 실형으로 전환해 구속수감했다.

나발니는 모스크바 외곽의 제6교도소에 수감됐다가 지난해 12월 모스크바에서 북동쪽으로 약 1900㎞ 떨어진 제3교도소로 이감됐다. 나발니가 사망한 제3교도소는 영하 30도를 밑도는 혹독한 추위로 악명높아 ‘북극의 늑대’라고 불린다.

◆서방국 “나발니 사망은 러 책임”

나발니가 제3교도소로 이감된 지 두 달 만에 의문사하자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에 책임이 있다고 일제히 비난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독일 뮌헨 안보회의 연설에서 “나발니의 사망 보도가 사실이라면 러시아의 나약함과 부패를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 공영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오랜 정적 제거 역사를 고려할 때 많은 의문을 낳는다”며 “나발니의 옥중 사망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끔찍한 비극”이라고 말했다.

[모스크바=AP/뉴시스] 알렉세이 나발니가 2021년 2월20일 러시아 모스크바 바부스킨스키 지방법원 철창 유리 뒤에서 손짓하는 모습. 2024.02.17.
[모스크바=AP/뉴시스] 알렉세이 나발니가 2021년 2월20일 러시아 모스크바 바부스킨스키 지방법원 철창 유리 뒤에서 손짓하는 모습. 2024.02.17.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안보 협정을 체결한 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나발니의 사망은) 러시아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주는 끔찍한 신호”라고 우려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이 책임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법의학적 자료가 없는 상태인데도 서방은 이미 결론을 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라디미르 자바로프 러시아 상원 국제문제위원회 부의장도 “러시아는 어떤 식으로든 나발니의 건강을 해칠 의도가 전혀 없었다”며 “사고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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