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커 칼슨과 인터뷰하는 푸틴. (출처: 터커칼슨 엑스 캡처)
터커 칼슨과 인터뷰하는 푸틴. (출처: 터커칼슨 엑스 캡처)

[천지일보=이솜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폴란드나 라트비아 같은 다른 국가로 확대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서방 지도자들이 러시아에 전략적 패배를 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러시아에 거의 1년 동안 구금돼 스파이 혐의로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미국 언론인 에반 게르시코비치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를 석방하기 위한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9일(한국시간) 영상이 공개된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앵커와의 약 2시간짜리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인 폴란드에 러시아 군대를 파견하는 시나리오를 상상할 수 있냐는 질문에 푸틴 대통령은 “단 한 가지의 경우, 폴란드가 러시아를 공격할 때만이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폴란드, 라트비아 또는 다른 어느 곳에도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왜 그러겠나. 우리는 그저 (이 나라들에게) 관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어로 인터뷰를 진행했고 그의 발언은 영어 음성으로 더빙돼 방송에 나왔다. 크렘린궁은 칼슨의 접근 방식이 많은 서방 언론의 우크라이나 분쟁에 대한 '일방적' 보도와 달랐기 때문에 푸틴이 칼슨과의 인터뷰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폴란드 및 기타 국가과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푸틴 대통령은 인터뷰의 상당 부분을 우크라이나가 2022년 4월 이스탄불 회담에서 적대 행위 종식을 위한 협상에 합의하기 직전까지 갔지만 러시아군이 키예프 인근에서 철수하자 이를 합의가 깨졌다고 불평하는 데 할애했다.

터커 칼슨과 인터뷰하는 푸틴. (출처: 터커칼슨 엑스 캡처)
터커 칼슨과 인터뷰하는 푸틴. (출처: 터커칼슨 엑스 캡처)

또 미국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푸틴 대통령 “우리는 미국 지도자에게 ‘당신이 군사 행동을 중지시키길 원한다면 무기 공급을 멈춰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며 그렇게 된다면 휴전 조건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에서의 이 끝없는 동원과 히스테리, 국내 문제들은 조만간 합의로 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은 국내 문제를 더 걱정해야 하는 게 아니냐며 “러시아와 협상하는 것이 더 낫지 않나. 합의를 하자. 이미 (서방 지도자들은) 오늘날 전개되는 상황을 이해하고 러시아가 끝까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싸울 것임을 깨닫고 있다”고 주장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 1100억 달러 이상의 원조를 보낸 미국은 푸틴의 조건에 따라 대화하는 데 관심이 없음을 분명히 한 바 있다. 푸틴이 미국 언론 매체와 공식적으로 인터뷰한 것은 2021년 10월 CNBC의 해들리 갬블과의 방송이 마지막이었다.

칼슨의 인터뷰는 미국 의원들이 우크라이나의 전쟁에 더 많은 돈을 지원할지 여부를 논의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또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인기 있는 육군 참모총장을 지상군 사령관으로 교체한 날에 방영됐다.

미국 상원의 절차적 투표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610억 달러의 신규 자금이 포함된 법안이 통과됐지만,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에서는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의원 수십명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고 있어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고 이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미국의 특수 기관이 게르시코비치 사건에 대해 논의하고 있으며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푸틴은 그 대가로 독일이 2019년 베를린에서 체첸 반체제 인사 살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딤 크라시코프 전 대령을 석방하기를 원한다고 제안했지만, 방송에서 크라시코프의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러시아와 미국은 과거에도 유명한 포로 교환에 합의한 적이 있으며, 가장 최근에는 2022년 12월 러시아에서 마약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미국 농구 스타 브리트니 그리너와 러시아 무기 밀매업자 빅토르 바우트를 맞교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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