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4000억원대 세금 낭비’ 논란을 빚었던 용인 경전철 사업과 관련, 이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했던 전(前) 용인시장, 수요 예측을 잘못한 한국교통연구원과 소속 연구원들에 대해 “용인시에 214억여원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10부는 용인시민들이 전직 용인시장과 한국교통연구원 등을 상대로 제기한 용인경전철 사업 관련 1조원대 손해배상 청구 주민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사업추진 당시 이정문 전 용인시장과 한국교통연구원, 담당 연구원에게 총 214억 6천여만원을 용인시에 지급하도록 청구하라고 판단했다. 2005년 주민소송제가 도입된 이래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한 민간투자사업 관련 소송에서 주민들이 일부나마 승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단체장이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심각한 재정손실을 초래했더라도 손해배상과 같은 금전적 책임을 물은 적은 사실상 없었다.

재판부는 “교통연구원의 과도한 수요 예측에 대해 최소한의 타당성 검토도 하지 않고 사업시행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실시협약을 2004년 맺어 중대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정손실 가능성에 대한 주의의무를 기울이지 않은 채 무리하게 사업을 밀어붙인 단체장의 책임이 무겁다는 점을 명시한 것이다.

용인시는 2004년 경전철 사업 시공사인 캐나다 봄바디어 컨소시엄에 과도한 비율(수요 예측치의 90%)의 최소 수입을 보장하는 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2013년 경전철이 개통됐지만 이용객이 예측치에 크게 못 미치면서 막대한 적자가 발생했고, 용인 시민들은 1조 32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민 소송을 냈다.

단체장의 묻지마 사업으로 지자체가 빚더미에 올라앉은 사례는 용인경전철 말고도 많다. 2012년 개통한 의정부경전철, 2011년 개통한 부산김해경전철도 부풀린 수요 예측으로 한 해 수백억원을 낭비하고 있다.

현재 여야는 총선을 앞두고 대규모 개발 공약을 쏟아내고 있기도 하다. 예비타당성 조사도 없이 최소 6조원을 투입하는 대구~광주 달빛철도 건설 특별법을 짬짜미로 통과시킨 여야는 이제 철도 지하화 공약에 열을 올리고 있다. 천문학적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지, 또 비용 대비 효과를 충분히 검토했는지는 불투명한 상태에서 추진하고 있다.

지자체장 등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은 이번 용인경전철 사업 판결은 무분별하게 사업을 남발하는 지자체와 여야 정치권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국민혈세를 낭비할 경우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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