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ICJ에 ‘이스라엘에 대한 잠정조치 위반 여부’ 검토 요청
지난달 의혹 첫 폭로… UNRWA 직원, 하마스 범행에 연계 주장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지난해 12월 이스라엘을 제노사이드(집단학살) 혐의로 ICJ에 제소함에 따라 지난달 26일 ICJ가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인을 대상으로 집단학살을 방지하고 가자지구 주민의 인도적 상황을 개선하라는 잠정조치를 명령했다. 사진은 이스라엘에 ‘집단학살 방지’ 잠정조치 명령하는 ICJ (출처: 로이터, 연합뉴스)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지난해 12월 이스라엘을 제노사이드(집단학살) 혐의로 ICJ에 제소함에 따라 지난달 26일 ICJ가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인을 대상으로 집단학살을 방지하고 가자지구 주민의 인도적 상황을 개선하라는 잠정조치를 명령했다. 사진은 이스라엘에 ‘집단학살 방지’ 잠정조치 명령하는 ICJ (출처: 로이터, 연합뉴스)

[천지일보=방은 기자]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라파 공격이 국제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검토해 달라고 13일(현지시간) 긴급 요청한 가운데 이스라엘도 유엔 산하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직원들과 하마스 간의 연계 의혹을 제기하면서 여론전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남아공 대통령실은 이날 성명에서 “가자지구 피란민들의 최후 보루인 라파에서 (이스라엘군의) 군사작전 확대는 팔레스타인인들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며 ICJ에 추가적인 긴급조치를 위한 이스라엘에 대한 잠정조치 위반 여부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남아공 정부는 전날 ICJ에 제출한 요청 서한에서 “이스라엘 정부가 발표한 라파에 대한 군사적 공세가 이미 대규모 살상과 파괴로 이어졌고, 앞으로 더 큰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이는 제노사이드협약(CPPCG)과 지난달 26일 국제재판소의 잠정조치를 모두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자지구의 하루 사망자 수를 감안하면 이 문제는 긴급성을 인정받을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전날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소탕을 목표로 인구 230만명 가운데 절반 이상의 피란민들이 밀집한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를 공격했다. 이로 인해 14채의 가옥과 3개의 모스크가 파괴되고 수십명이 사망, 수백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앞서 남아공은 지난해 12월 29일 이스라엘을 제노사이드(집단학살) 혐의로 ICJ에 제소했다. 이에 ICJ는 지난달 26일 이스라엘군이 포위한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을 대상으로 집단학살을 방지하고 가자지구 주민의 인도적 상황을 개선하라는 잠정조치를 명령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도 UNRWA 직원들과 하마스 간의 연계 의혹을 제기하며 UNRWA의 중립성에 타격을 가할 폭로전을 이어가고 있다.

제네바 주재 이스라엘 대사 메라브 일론 샤하르는 이날 성명에서 UNRWA 소속 교사들의 집에 인질들이 억류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샤하르 대사는 “이런 사실은 하마스로부터 풀려난 인질 두 명의 증언을 통해 확인됐다”며 “억류된 인질 가운데 한 명은 UNRWA의 시설을 통로 삼아 이송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UNRWA가 테러리스트를 은닉하고 있고 이 기구가 운영 중인 학교에서는 유대인에 대한 증오를 가르친다”면서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인도적 지원 물품은 UNRWA와 연계된 하마스가 통제권을 갖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UNRWA 직원 12명이 지난해 10월 7일 발발한 하마스의 범행에 연계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미국을 포함한 주요 기부국들은 UNRWA에 대한 재정 지원을 중단했다. 또한 이 내용을 전달받은 필립 라자리니 UNRWA 집행위원장은 의혹 당사자로 지목된 직원들을 해고하고 하마스 연계 의혹에 대해 내부 감찰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8일에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에 있는 UNRWA 본부 건물 지하에 ‘하마스 땅굴’이 있다고 밝히면서 땅굴 내부 사진을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외신기자들을 초청해 이 땅굴을 취재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는 등 여론전에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휴전 및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이 이날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재개됐다고 현지 언론과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 압델 파타 알 시시 이집트 대통령 등이 이날 카이로에서 회동했다.

이스라엘군이 하마스의 최후 보루인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를 공격하는 가운데 만난 이들은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만들었던 협상안과 하마스의 역제안을 놓고 이견 조율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날 회동후 이집트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핵심 현안들에 대해 협의와 조율을 지속하겠다”고 밝히는 등 회동 결과 아무런 돌파구도 마련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이스라엘 대표단은 카이로를 떠나 집으로 돌아갔다고 외신이 전했다. 이에 이스라엘 총리실은 논평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앞서 이스라엘은 필요하다면 하마스를 근절할 때까지 수개월 동안 계속 싸우겠다고 천명했다.

이스라엘군이 공개한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본부 지하 터널 (출처: AFP.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공개한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본부 지하 터널 (출처: AFP. 연합뉴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