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J, 서안·가자지구·동예루살렘 장기 점령 등 적법성 심리 진행
팔 “국제법 심각한 위반” vs 이스라엘 “안보 위해 어쩔 수 없어”
판결 구속력 없어… 이에 대한 국제적 지원, 여론에는 영향 줄 듯

서안지구에 건설된 이스라엘 유대인 정착촌 (출처: 연합뉴스)
서안지구에 건설된 이스라엘 유대인 정착촌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방은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지난해 10월 이후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사법재판소(ICJ)가 1967년부터 시작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지역 점령의 적법성 여부를 놓고 재판을 시작한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ICJ는 국제 재판관 15명과 관련국들이 참여한 가운데 19일(현지시간)부터 총 6일에 걸쳐 수십 년 동안 지속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사안에 대한 심리를 진행한다.

이번 재판은 2022년 12월 유엔이 이스라엘의 점령 적법성과 관련해 ICJ의 조언을 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킨 데 따른 것이다. 이 재판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파괴적인 공격을 계속함에 따라 시작했지만,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 가자지구, 동예루살렘을 무제한적으로 점령한 것에 초점을 맞춘다. 이 요청은 팔레스타인 측에 의해 추진됐지만 이스라엘 측에서는 격렬히 반대했다. 이에 50개국이 투표에서 기권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 중 팔레스타인의 해당 지역을 점령했다. 이후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에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하고 이 지역에서 가장 민감한 성지가 있는 동예루살렘을 서예루살렘에 합병해 도시 전체를 수도로 삼았다. 정착촌 감시단체 피스 나우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서안지구에 146개의 유대인 정착지를 건설했고, 거주하고 있는 이스라엘인은 50만명이 넘는다. 서안지구 정착민 인구는 지난 5년 동안 15% 이상 증가했다. 동예루살렘에는 20만명의 이스라엘인이 살고 있는데 이곳의 팔레스타인인들은 각종 규제로 새 집을 짓거나 기존 집 확장하는 것을 어렵게 하는 등 차별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제사회 여론은 이스라엘에 불리한 상황이다. AP통신은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을 불법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압도적이며 동예루살렘 병합하는 것은 인정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다수라고 전했다.

19일에 첫 연설 할 팔레스타인 측 대표는 이스라엘의 점령이 국제법의 세 가지 주요 원칙을 위반했기 때문에 불법이라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팔레스타인 측 대표자들은 기자들과 만나 첫 심리에서 이스라엘이 대규모 점령지를 합병함으로써 영토 정복 금지 조항을 위반했고, 팔레스타인의 자결권을 침해했으며, 인종 차별과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체제를 강요했다는 점을 주장하겠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외무부 산하 유엔 기구 국장인 오마르 아와달라는 “우리는 법원으로부터 새로운 결정을 듣고 싶다”며 “이제 우리는 그들이 아파르트헤이트를 고려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재판에서 팔레스타인의 진술이 끝나면 51개 국가와 아랍연맹, 이슬람협력기구, 아프리카연합 등 3개 단체도 의견을 진술할 예정이다.

ICJ가 판결을 내리는 데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국제 법리,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적 지원, 국제 여론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히브리 대학의 법학 교수인 유발 샤니는 “이 사건은 전쟁과 이미 매우 양극화된 국제 환경을 고려할 때 아마도 이스라엘에게 불편하고 당혹스러운 수많은 비난과 혐의, 불만을 재판소에 제기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스라엘은 청문회에서 연설할 예정은 없지만 서면 진술서를 통해 안보상의 이유로 현재 진행 중인 점령을 정당화할 가능성이 높다.

샤니 교수는 이스라엘인 1200명이 숨지고 250여명이 인질로 끌려간 작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은 이스라엘의 논리를 강화해줄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팔레스타인인을 비롯한 주요 인권 단체들은 이번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방어적인 조치를 훨씬 넘어서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ICJ가 이스라엘 점령정책의 적법성을 판단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4년 ICJ는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과 서안지구 일부에 걸쳐 건설한 분리 장벽이 국제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하고 건설 중단을 명령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 판결을 무시했다.

(출처: AP, 뉴시스) 국제사법재판소(ICJ)가 15명의 국제 재판관과 관련국들이 참여한 가운데 19일(현지시간)부터 총 6일에 걸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사안에 대한 심리를 진행한다. 사진은 ICJ가 위치한 네덜란드 헤이그의 평화궁전 앞에서 기마경찰이 순찰을 돌고 있는 모습
(출처: AP, 뉴시스) 국제사법재판소(ICJ)가 15명의 국제 재판관과 관련국들이 참여한 가운데 19일(현지시간)부터 총 6일에 걸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사안에 대한 심리를 진행한다. 사진은 ICJ가 위치한 네덜란드 헤이그의 평화궁전 앞에서 기마경찰이 순찰을 돌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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