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다원사회 한국서 매번 갈등 발생, 화합 깨지고 이혼도
불화 미연에 방지 필요… 이웃 종교 제사 의식·의미 되짚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조사에 따르면 올해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은 평균 30만 3002원으로 지난해 대비 4.9%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추석 차례상. (제공: aT) ⓒ천지일보 2023.09.12.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조사에 따르면 올해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은 평균 30만 3002원으로 지난해 대비 4.9%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추석 차례상. (제공: aT) ⓒ천지일보 2023.09.12.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오는 10일은 민족 고유의 명절 설이다. 명절만 되면 기독교인들의 단골 고민이 있다. 바로 제사 문제다. 불교, 유교 등과 달리 대다수 기독교에서는 제사를 우상숭배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에 이들은 가족과 화합을 위해 전통 제사(절)를 따라야 할지, 기독교 교리에 맞춰 절을 올리는 대신 추모예배 형식으로 제사를 대체해야 할지를 두고 고민한다.

이러한 제사 문제는 기독교 초기부터 가정과 사회에서 심각한 문제가 돼왔다. 제사로 인해 가족 간의 화합이 깨지고, 심지어는 이혼까지 가는 일도 있었다.

이처럼 제사는 명절 때마다 가족 간 종교갈등의 주요인이 된다. 종교다원사회인 한국에서 말이다.

이에 본지는 종교마다 다른 문화를 인지해 종교로 인한 마찰을 줄이고 가족 간 불화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이웃 종교의 제사 의식과 그 의미를 되짚어봤다.

먼저 차례 방식을 보면 불교인(89%) 비종교인 다수(66%)는 유교식으로 차례를 지내지만, 개신교인 절반가량(47%)은 기도나 묵상을 한다(2021년 한국갤럽 ‘한국인의 종교와 종교의식 보고서’).

◆유교

유교에서 모든 덕의 으뜸으로 삼고 있는 것은 ‘효’ 사상으로, 가장 귀한 생명을 조건 없이 주고 극진한 사랑과 은혜를 베풀어준 부모와 선조에 감사하는 것이다.

이러한 효는 부모가 살아계실 때뿐 아니라 사후에도 상례(장례)와 제례를 통해 섬기게 된다. 유교에서는 지극 정성으로 드리는 제사를 통해 신령(조상의 영)이 흠향(기쁘게 받음)하게 되며 강복(하늘에서 복을 내려줌)도 따르게 된다고 믿는다. 이렇듯 죽은 영혼을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대해 효를 행한다는 것을 근본으로 삼아 조상이 돌아가신 날에 정성껏 음식을 차려 그 영혼을 불러서 대접하는 것으로 제사가 행해지고 있다.

◆불교

불교에서 ‘재(齋)’는 불보살(부처와 보살을 이르는 말)에게 공양을 올리며 공덕(불교에서 장차 좋은 과보를 얻기 위해 쌓는 선행)이 함께하기를 기원하는 불교의식을 일컫는 말, 즉 제사를 의미하는 말로 정착됐다.

‘재’는 삼보(부처님, 불법, 승려)를 믿고 따르는 불자의 신앙생활을 반영한 종교의미로 이뤄진다. 또한 고인을 추모하고 효를 실천하는 유교적 제사 의미에 영가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고 깨달음의 세계로 인도한다는 의미를 더했다.

아울러 ‘재’는 대상이 되는 영가만 아니라 떠도는 모든 혼과 지옥에 있는 중생을 함께 의례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는 자신이 생전에 지은 선행의 공덕을 중생에게 돌리는 것으로 불교의 회향 정신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독교

기독교는 예수의 시대로부터 제사의 의미가 달라진다. 예수는 약 2000년 전 영적인 시대를 알리고 제사 문화가 변화·개혁됐음을 선포했다. 다시 말해 구약 때 소나 양을 잡아 드리는 제사법이 개혁돼 오늘날 기독교인들이 드리는 예배문화로 정착된 것이다.

그렇다 보니 기독교인들은 다른 종교(종단)에서 드리는 제사 의식에 대해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제사를 치르는 행위나 제사음식을 거부하면서 다른 종교인과 마찰을 빚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 또한 기독교인들이 제사 예법을 잘 알지 못한 오해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것을 기독교계 내부에서도 이야기한다.

베드로전서 3:17~22에 보면 예수는 인류의 죄를 대속하고 영으로 옥에 있는 영들에게 말씀을 전파, 죄를 사하는 일을 한다는 말씀도 있다. 오늘날도 조상들의 영혼이 하나님께 인도돼 복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한 기독교 예배 의식이 있다. 그 예가 천주교 ‘합동위령미사’며, 개신교 ‘추도예배’다. 이는 불교에서 죽은 이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법회나 유교에서 조상을 위해 드리는 제사 의식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렇듯 종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모두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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