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도어, 2024년 기독교 박해 동향
세계 곳곳서 종교적 원인 의한 폭력 심화

(출처:한국오픈도어선교회)
(출처:한국오픈도어선교회)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지구촌에서 발생하는 기독교 박해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국제오픈도어선교회(오픈도어)가 2월 선교지에서 발표한 ‘2024년 기독교 박해 동향’에 따르면 박해받는 전 세계 기독교인은 지난 2023년 3억 65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도인 2022년 3억 6000만명에서 불과 1년 만에 약 500만명이 더 늘었다. 기독교 신앙을 이유로 죽임을 당한 기독교인 수는 4998명으로 특히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서 종교 간 분쟁 등 공격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픈도어는 “전 세계에서 교회, 신학교, 병원에 대한 공격이 2110건에서 1년 새 1만 4766건으로 무려 7배나 증가했다”며 “기독교인이 폭력이나 위협을 당한 사건도 2만 9411건에서 4만 2849건으로 대폭 증가했다”고 밝혔다.

기독교인이 거주하는 가옥에 대한 공격은 4547건에서 2만 1431건으로 1년 새 무려 371%나 증가했다. 가옥에서 내쫓기거나 박해를 피해 숨어있는 기독교인도 12만 4310명에서 27만 8716명으로 두배 이상 늘었다. 오픈도어는 실제 박해받는 기독교인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세력의 활동이 활발한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의 26개국에서 기독교인들에 대한 공격이 끊이질 않고 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기독교인 소유의 사업이 불에 타거나 약탈당하고, 심지어 몰수를 당하는 등 교회나 학교 등 기독교 건물에 대한 공격 건수가 급증했다.

무고하게 죽임을 당하는 기독교인들도 늘고 있다. 사하라 이남 26개국 중 18개국에서는 최소 4606명의 기독교인들이 신앙을 이유로 죽임을 당했다. 오픈도어는 “살인사건이 보고되지 않은 나머지 8개 국가 역시 살인 건수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기독교인들은 집을 떠나거나 지역사회에서 강제로 쫓겨나고 있다. 스위스 소재 국내난민감시센터와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난민 3450만명 중 기독교인은 1620만명으로 파악됐다.

폭력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아프리카 전역에서 이슬람국가(IS), 보코하람 등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의 활동이 확산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기독교 문화와 서구적 이념을 ‘이단’으로 여기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기독교를 배격하고, 교회와 기독교인을 표적 삼아 공격한다. 이런 현상은 서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수년 전부터 확산하는 추세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인 나이지리아 플라토주에서는 이슬람 공동체와 기독교 공동체 사이에 충돌로 지난해 4월부터 7월까지 무려 300여명의 기독교인들이 학살됐고, 1만 8751명의 기독교인들이 내쫓겼다. 이 가운데 부모를 잃은 0~5세 사이의 고아는 6066명에 달한다.

인도의 경우 힌두교 극단주의자들의 폭력이 이어지고 있다. 힌두교 극단주의 세력의 폭력행위에 인도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하면서 기독교인의 희생은 더욱 커지고 있다. 가장 잔혹한 행위는 지난해 5월 마니푸르 북동부 주에서 발생한 힌두교 메이테이족과 소수 기독교 부족인 쿠키족 사이의 충돌에서 최소 500명으로 파악되는 쿠키족 신자들의 죽음이다. 힌두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인도 중앙 정부는 사태를 수 개월간 방치하는 등 기독교인을 보호하지 않는 태도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오픈도어는 올해 인도 총선에서 여당 인도국민당(BJP)이 승리를 거두기 위해 종교적 갈등을 유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외에도 중국, 인도, 나이지리아, 니카라과, 에티오피아, 르완다, 수단, 부르키나파소, 니제르, 앙골라 등 최소 10개국에서 공격을 받거나 폐쇄된 교회들은 1만 40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교회에 대한 폐쇄는 중국이 1만곳으로 가장 많았다. 인도에서는 군중에 의해 총 2228곳의 교회가 공격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네덜란드에 본부를 둔 오픈도어는 매년 기독교 박해 강도가 높은 50개 국가를 발표하고 있다. 기독교 박해 지수는 ‘억압’과 ‘폭력’ 등 두 개의 주제로 나눠 평가한 점수를 합산해 매긴다. 북한은 20년 동안 1위를 차지하며 기독교인에게 가장 위험한 나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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