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스코어, 대기업집단 총수 일가 주식 담보 현황 조사
1월말 주식 담보 대출액 7.2조원… 2022년말比 39.1%↑
삼성家, 1조4887억원 대출 받아… 상속세 납부 영향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1월말 서울 광진구 아차산 팔각정에서 보는 서울의 랜드마크인 롯데타워 야경이 형형색색의 빛을 비추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7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1월말 서울 광진구 아차산 팔각정에서 보는 서울의 랜드마크인 롯데타워 야경이 형형색색의 빛을 비추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7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대기업 총수 일가의 주식 담보 비중이 32%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식 담보 비중이 절반이 넘는 곳도 8곳이나 됐다. 총수 일가 중에서는 신동빈 회장 등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주식담보 비중이 가장 높았고, 삼성 일가는 1년여 만에 1조 5000억원 가까이 대출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7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총수가 있는 대기업 집단 72곳 중 상장 계열회사 주식을 보유한 57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월 말 기준 대출 등으로 담보로 제공된 주식은 28조 9905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보유 주식 90조 3720억원의 32.1%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담보 비중이 높다는 것은 담보유지비율 규제에 따른 반대매매 위험 노출도가 큰 것을 의미한다.

대기업집단별로 보면 롯데 총수 일가의 경우 2022년 말 담보 주식 비중이 49.9%였지만, 1월 말 기준으로 76.9%까지 올라 주식 담보 비중이 총수 일가 중에 가장 높았다. 롯데 총수 일가는 이 기간 추가로 1002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대기업집단 오너일가 담보주식 비중 및 가치 현황. (제공: CEO스코어) ⓒ천지일보 2024.02.07.
대기업집단 오너일가 담보주식 비중 및 가치 현황. (제공: CEO스코어) ⓒ천지일보 2024.02.07.

2위는 아이에스지주(70.7%)였다. 아이에스지주 총수 일가는 지난 1년간 70억원의 대출을 상환했음에도 오히려 전체 보유 주식에서 담보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0.9%포인트(p) 상승했다.

3위는 58.3%의 비중을 보인 DB 총수 일가였다. DB는 2022년 말 65.1%보다는 6.8%p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DB는 해당 기간 33억원의 주식 담보 대출을 상환했다.

이어 한화(56.7%), 한진(55.3%), HD현대(52.2%), SK(50.6%), 삼성(50.4%), 코오롱(48.6%), 금호석유화학(47.7%)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주식 담보의 비중 증가폭은 HL(구 한라그룹)이 가장 컸다. HL은 2022년 말 주식 담보 대출이 0원이었지만 지난 1월 기준으로 200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2022년 말 대비 1월 말 기준 HL의 주식 담보 비중 증가율은 39.6%p다.

이어 롯데(27.0%p), 한솔(21.5%p)이 비중 증가폭 2·3위를 차지했다.

1월 말 기준 대기업 총수 일가의 전체 주식 담보 대출액은 7조 1908억원으로, 2022년 말(5조 1681억원) 대비 2조 227억원(39.1%) 늘었다.

주식 담보 대출 금액을 가장 많이 늘린 곳은 삼성 일가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모친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의 지난 1월 기준 주식 담보 대출액은 1조 7500억원으로, 2022년 말(8500억원) 대비 9000억원 늘었다.

이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각각 3870억원과 2017억원의 대출액을 늘리며 총수 일가 개인 금액 증가 순위 2위와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사장과 이 이사장의 1월 말 기준 대출액은 각각 1조 370억원, 5728억원이다.

삼성 총수 일가의 주식 담보 대출 총액은 2022년 말 1조 8711억원에서 1월 말 3조 3598억원으로 총 1조 4887억원 늘었다.

대기업집단 총수일가 주식담보 대출금액 증가액 상위 20명. (제공: CEO스코어) ⓒ천지일보 2024.02.07.
대기업집단 총수일가 주식담보 대출금액 증가액 상위 20명. (제공: CEO스코어) ⓒ천지일보 2024.02.07.

구광모 LG그룹 회장 역시 최근 1년간 1490억원의 주식 담보 대출을 받아 총수 일가 개인 금액 증가 4위에 랭크됐다. 이에 따른 대출액은 2022년 말 1880억원에서 지난 1월 기준 3370억원으로 늘어났다.

총수 일가의 주식담보 대출이 늘어난 것은 상속세 부담 때문으로 풀이된다. 2018년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 2020년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별세 이후 상속세 연부연납이 진행되고 있다.

롯데 총수 일가 역시 2020년 신격호 회장이 별세한 데 따른 상속세 납부 차원에서 신영자 전 롯데복지재단 이사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보유 주식을 담보로 각각 905억원과 97억원을 추가로 대출받았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