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택회

침대에 드러누워
하루를 복기한다

헐뜯고 훔치면서
지옥을 넘나들며

오늘도 범부로 살다가
관음에게 사기 친다. 

[시평] 

하루의 일과가 끝나고 침대에 누워 오늘 하루는 어떻게 지나갔는가, 스스로 눈 감고 헤아려본다. 부끄러웠던 일도 있었고, 보람된 일도 있었고, 안타까웠던 일도 있었고. 비록 길지 않은, 하루라는 짧은 일상이었지만, 많은 일들이 나와 연관되어 지나갔을 것이다. 이런 하루를 복기하며, 침대에 누워 있는 그 시간.

그 시간, 때로는 스스로가 부끄러워지는, 그런 마음이 자신도 모르게 일어날 때가 있다. 어디 어느 곳에서 사람들과 모여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무러한 뜻도 없이 다른 사람 이야기를 하고, 그 사람을 헐뜯고, 헐뜯는다는 것 자체가 죄악이 된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험담을 한 자신이 떠올라, 자신도 모르게 부끄러워지는 때가 우리에겐 때때로 있을 것이다.

실은 대부분의 우리는 이렇듯 남이나 헐뜯는 범부로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남에 대한 칭찬하기보다는 헐뜯기를 좋아하고, 때로는 남모르게 마음 속, 남의 것이나 훔치면서, 어찌 보면 마음의 지옥을 넘나드는 그런 하루를 보내는 것이 대부분 우리의 모습이리라. 침대에 누워 이러한 범부의 삶을 부끄러워하며, 가끔씩은 관음과 같이 되기도 하지만, 실은 그 시간은 잠시일 뿐. 내일이면 우리 모두 일상의 범부로 돌아가고 말 뿐이다. 오늘도 나는 침대에 누워, 내일이면 배반할, 관음에게 아 아 그런 사기를 치고 있구나.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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