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바닷가에서
나석중(1938~ )

바닷가 반짝이는 저 몽돌들은
하늘에서 쫓겨난 별들이어서
그 딸그락거리는 소리가 사랑을 앓는 소리로 들리어서
나도 같이 앓아본 날 길었지만
지금은 저 딸그락거리는 소리가 자장자장, 자장자장
낭자머리에 동백기름을 바른 스물네 살 내 어머님이
불러주셨던 꿈 속 자장가 같아서
나는 한 살 어린 아이로 그 품에 누워서
옹알옹알,
옹알이라도 하고 싶은 것이어서

[시평]

나이가 들면서 더욱 그리워지는 것은 멀고 먼, 그런 지난날들의 기억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가. 외국에 나가서 사는 사람들이 젊어서는 몰랐는데, 나이가 들수록 한국음식이 더 입에 당긴다고 한다. 젊어 이민을 왔을 때는 그렇지는 않았는데, 20년 살고, 30년 살아 환갑이 지나고 그렇게 나이가 들면, 하루라도 한국음식이 없으면 밥을 못 먹을 정도로 고향의 음식이 그리워진다고 한다.

젊은 시절, 사랑을 앓던 젊은 시절. 바닷가 달그락거리는 몽돌들의 소리가 마치 사랑을 앓는, 그런 소리로 들리더니, 지금은 어머니께서 나를 안고 불러주시던 그 자장가 소리같이 들린다니. 이제는 나이가 들어, 돌아가신 어머니보다도 더 오랜 산 이즘에 이르러서는, 아 아 어머니, 그 젊은 어머니 품에 안긴 한 살 어린 아기가 되어 옹알이며 듣는 어머님 자장가로 들리는 몽돌 달그락거리는 소리.

젊어서는 몰랐다. 나의 삶, 나의 사랑, 나의 꿈에만 매달려 있었기 때문에 진정 나의 근원이 어떠한 것인 줄 모르고 살았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신도 모르게 다가오는 근원에 대한 그리움. 살아온 날만큼, 그만큼 우리는 더욱 우리의 본연으로 되돌아가도 싶어지는 모양이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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