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 1조로 현수막 들고 도심 행진
“진상 규명해 안전 사회 만들자는 것”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분향소 앞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는 거리 행진을 준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03.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분향소 앞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는 거리 행진을 준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03.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내팽개쳐진 오늘 살아있음이 참담하고 부끄럽습니다.”

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 보라색 목도리를 맨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단체들이 모였다. 이 중에는 삭발한 머리를 털모자로 가린 유가족도 있었다.

이날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맞이한 첫 주말이었다. 삭발 투쟁, 오체투지, 1만 5900배 등 온몸을 던져 특별법 공포를 호소해 왔던 유족들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며 또다시 거리에 나섰다.

유가족과 시민단체들은 2인 1조로 159개의 보라색 현수막을 들고 서울 도심을 행진했다. 현수막에는 참사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 거부권을 거부한다” “이태원 참사 독립적 조사 기구 설치하라” 등 이들이 외치는 구호가 거리에 울려 퍼졌다.

앞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지난달 9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뒤 같은 달 19일 정부로 이송됐다. 이에 대해 정부는 지난달 30일 국무회의를 열고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특별조사위원회의 업무 범위와 권한이 과도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서울=뉴시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를 골자로 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윤석열 대통령과 대안으로 종합 지원책을 꺼내든 정부를 비판하며 거리로 나섰다. (사진=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제공) 2024.02.03.
[서울=뉴시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를 골자로 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윤석열 대통령과 대안으로 종합 지원책을 꺼내든 정부를 비판하며 거리로 나섰다. (사진=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제공) 2024.02.03.

故신애진씨의 어머니 김남희씨는 “사회적 참사라는 아픈 기억을 지우지 않고 안전한 사회의 초석으로 삼고자 하는 마음을 담은 특별법이 내팽개쳐진 오늘 살아있음이 부끄럽고 참담하다”고 부르짖었다.

이어 “정부와 여당은 지난 1년여 동안 ‘진상 규명하겠다’, ‘유가족과 피해자를 지원하겠다’, ‘재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앵무새처럼 반복했을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특수본 수사에서도 국정 조사에서도 특별법에서도 그저 덮으려고만 해놓고 이제 와서 최선을 다했다고 이야기한다”고 비판했다.

김씨는 “제 바람은 사회적 참사의 진상이 규명되는 것 단 하나”라며 “그래야 우리나라가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한 발짝 나아갈 수 있고 제 아이의 죽음도 의미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민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우리의 요구는 단순히 159명의 아이들과 유가족의 한을 풀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진상이 규명된다고 해도 우리 아이들은 돌아오지 못한다”며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 안전 사회로 한발 나아가자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날 현수막 행진은 서울광장 합동분향소에서 출발해 종로, 을지로를 지나 정부서울청사까지 이어졌다.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는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이날 행진은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출발해 정부서울청사로 이어졌다. ⓒ천지일보 2024.02.03.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는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이날 행진은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출발해 정부서울청사로 이어졌다. ⓒ천지일보 2024.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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