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맹기 서강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명예교수

노동은 ‘자기실현’을 위한 수단이다. 육체노동이든 정신노동이든 노동을 통해 먹거리를 해결하고, 삶의 행복을 얻게 된다. 물론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노동에도 우선순위가 있다. 3차 정보통신 사회일수록 전력의 중요성을 도외시할 수 없다. 전력은 정보통신의 빠른 속도를 가능하게 하는 힘이다.

중요한 만큼 양질의 전력수급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더더욱 인공지능(AI) 시대는 전력의 발전 정도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만큼 전력을 우습게 본 때가 없었다. 원자력 발전소를 없어져야 할 존재로 여긴 것이다.

문재인 청와대는 1978년 건설한 고리 원전, 중수로 월성 1호기 가동을 멈추고 싶었다. 당장 그 여파로 한국전력공사의 적자는 눈덩이같이 불어났다. 박근혜 정부 때 13조원 흑자를 내던 기업이 2023년 결산 결과로 ‘한전 사상 최대 누적적자 200조원’에 이른다. 2021년 이후만 해도 누적적자만 45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 들어 ‘탈원전’으로 한전은 전혀 관리가 되지 않았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노동문화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공기업의 노동문화의 난맥상을 직감할 수 있는 일이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정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노동의 의미까지 폄하했다. 마치 ‘대한민국을 태어나지 말아야 할 나라’라고 하듯, 원자력 발전소는 우리가 가져서는 안 될 흉기로 보았다. 그 정책의 여파로 연구자와 고급 두뇌는 중국·사우디로 직장을 찾아 떠났다. 위험천만의 일이었다. 그의 생각과 달리, 원자력 발전소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에서 보듯, 원전 사고는 국가 전체의 이미지를 먹칠한다. 효용면에도 그렇다.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하지 않으면, 질 좋은 전력 수급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공급망 생태계 자체가 무너진다.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성공시킬 수 있었던 것도 질 좋고 싼 가격의 원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한전에 문제가 생겼다. 2019년 4월 9일 고성·속초에 산불이 났다. 당시 그 면적을 합치면 1700ha에 이른다. 그 산불로 금강송(金剛松) 군락을 홀랑 태웠다. 최고급 목재가 그 지역에서 전소된 것이다. 고성·속초의 산불은 청와대의 불찰로 결론이 났다. 즉, ‘탈원전’으로 한전 적자를 줄이기 위해, 변압기 교체를 늦춘 것이 이곳 화제의 화근이 되었다. 문재인 재임 시 유난히 강원 북부가 불안정했다. 결론적으로 ‘국가반역’ ‘국정농단’은 한전에도 불똥이 떨어졌다.

지금의 재정적자는 그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 불안정을 계속 끌고 가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무슨 변고가 날지 모르는 일이다. 노동면에서도 최대의 절도가 필요한 영역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의 정치공학으로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이 벌어졌다. 결국 감사원 감사까지 벌어졌다. 그때 회사는 공익 제보자 강창호(52) 한수원 새울원자력본부(새울 발전소) 제1발전소 노조위원장을 2020년 2월 과장직에서 직위해제시켰다. 강 과장은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을 잡고 늘어졌다. 월성 1호기는 중수로로 경제성뿐만 아니라, 원자탄을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 추출의 국가전략까지 포함한 곳이다.

그 귀중한 원자력 발전소를 문재인 청와대는 의도적으로 방치했다. 위험천만이 일이었다. 다시 문젯거리로 등장했다.

이번에는 적자에 관한 건이다. 임금 삭감 때문에 한전 직원들 원성이 폭발할 시점이다. 직원들도 문제가 있다. 그 결과 지금 누적적자 200조원을 육박하도록 강창호 과장을 제외하고 조용했다. 헌법전문은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며 책임과 의무를 완수케하며…”라고 했다. 이들 정신과 달리, 노동에 대한 소명의식이 부족한 것이다.

당장 회사가 어려우니, 전 직원들에게 ‘임금 반납’을 독려한다. 최악의 경영난에 직면한 한전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임금 반납 동의서’를 받고 있다. 그러나 절반에 가까운 직원이 임금 반납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한전의 공기업 평가마저 바닥이다. 한전은 2022년 경영평가에서 D를 받아 성과급 지급은 꿈도 꾸지 못할 상황이다.

문재인 청와대는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에 관심을 쏟았으나, 자연환경적 요인으로 절대로 양질의 전력을 생산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가장 위험하고, 가장 긴요한 공기업 한전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소형 모듈 원자로(SMR) 기술에 박차를 가하고, 오지전력수급·수소생성 등에 공헌을 해야 할 한전이 진퇴양난에 놓이게 되었다. 더욱이 AI의 전력 소모가 예상보다 커 2050년쯤엔 지금보다 1000배의 전기가 더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성민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1.24)은 “GPT-3 모텔을 한번 학습시키는 데 1.3기가와트시(GWh)의 전력이 들어간다”라고 했다. AI 생태계는 온통 양질의 전력으로 가능한 영역이다. 지금까지 산업화와는 전혀 다른 풍속도이다. AI와 함께할 전기자동차도 예외는 아니다. 전기차는 전력을 먹는 하마라고 일컬을 수 있다. 이 상황이라면 한전 적자의 늪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국가는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 궁금하다. 더욱이 지금과 같은 오합지졸의 노동문화로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오히려 한전은 대형 사고를 일으킬 잠재적 요인을 갖고 있다. 한전 직원의 소명부터 가져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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