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경기침체 심해진 탓
집합건물도 4만건, 62% 급증
“영끌 아파트 매물로 쏟아져”
“올해도 증가세 여전할 전망”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고금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처음으로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가 하락 전환했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이 2차 조정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거래침체와 함께 집값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천지일보 2023.12.1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고금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처음으로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가 하락 전환했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이 2차 조정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거래침체와 함께 집값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천지일보 2023.12.19.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간 아파트, 오피스텔, 다세대주택 등 부동산이 지난해 4만건에 달했다. 이는 전년보다 60% 급증한 수치다. 고금리로 대출 부담이 커졌고, 부동산시장도 침체된 결과로 풀이된다.

28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부동산(토지, 건물, 집합건물 등)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 신청 건수는 총 10만 5614건이다. 이는 전년보다 61% 늘어난 수준이다. 또한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 신청 건수가 10만건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14년(12만 4253건) 이후 9년 만이다.

임의경매란 부동산을 담보로 자금을 빌린 채무자가 빌린 돈과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할 경우 채권자가 대출금 회수를 위해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는 절차를 말한다. 임의경매는 강제경매와 달리 별도 재판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법원에 경매를 신청할 수 있다. 임의경매는 통상 은행 등 금융기관이 채권자일 때 진행된다.

지난해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가 신청된 부동산 가운데 집합건물(아파트, 오피스텔, 다세대주택 등)은 3만 959건에 달했다. 이 역시 전년(2만 4101건)보다 62% 급증한 수치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을 마련한 사람)’이 저금리 때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마련한 집들이 고금리를 버티지 못하고 터져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자 상환이 3개월 이상 연체될 경우 금융기관이 경매를 신청할 수 있는데, 금리가 높아지면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세사기 피해 주택 중 다수가 임의경매로 넘어갔다.

지역별 지난해 집합건물 임의경매 등기신청 건수를 보면 경기가 1만 1106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전년(5182건)보다 114.3% 증가한 물량이다. 이어 서울이 74.1% 늘어난 4773건을, 부산이 105.4% 늘어난 4196건을 기록하며 그 뒤를 이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세가 한풀 꺾이는 모습이다. 고금리 장기화 속에 정부의 대출 지원이 축소되고, 집값에 대한 고점 인식이 확산하며 거래량 감소, 실거래가 하락 기류가 뚜렷해진 것이다. 사진은 19일 서울 남산에서 내려본 서울 아파트단지. 2023.11.19. (출처: 연합뉴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세가 한풀 꺾이는 모습이다. 고금리 장기화 속에 정부의 대출 지원이 축소되고, 집값에 대한 고점 인식이 확산하며 거래량 감소, 실거래가 하락 기류가 뚜렷해진 것이다. 사진은 19일 서울 남산에서 내려본 서울 아파트단지. 2023.11.19. (출처: 연합뉴스)

한편 경매 물건은 급증하고 있지만 고금리로 인한 경매시장 한파는 여전하다.

부동산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경매진행건수는 215건으로 이 중 64건(낙찰률 29.7%)이 낙찰되는 데 그쳤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의 비율)은 80.1%다. 11월(80.7%)보다 0.6%p 떨어졌다.

경기와 지방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12월 경기 아파트 낙찰률은 42.1%로 11월(43.3%)보다 1.2%p 하락했다.

특히 인기를 끌던 서울 강남권 아파트도 한파를 면치 못했다. 강동구 상일동 고덕자이 전용 84㎡는 지난해 10월 감정가 15억 8천만원에 경매로 나왔지만 두 차례 유찰됐고, 이달 다시 경매시장에 등장했다. 경매 최저가는 10억 1120만 원으로 최초 감정가의 64%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올해에도 임의경매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금리가 계속되고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규제에 나서면서 대출을 연체하는 집주인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파트보다 빌라 상황이 심각하다. 역전세와 전세 사기 우려로 임대차 시장에서 빌라 기피 현상이 심화한 영향이다. 지난해 12월 서울 빌라의 평균 낙찰률은 12.8%로 1085건 중 겨우 139건만 주인을 찾았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거래도 잘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집값 상승기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영끌족 중 원리금 상환 부담을 버티지 못하는 이들의 임의경매 매물이 계속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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