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특정 인물·정당 지지… 왜곡된 정치 의사 형성 가능성 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헌법재판소. ⓒ천지일보 DB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헌법재판소. ⓒ천지일보 DB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목회자가 예배 시간에 특정 정당의 후보를 지지하는 방식의 선거운동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조항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의 결정으로 다가오는 22대 총선 기간 목회자가 예배 시간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비방하는 발언 등에 대한 제한은 계속될 예정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5일 “이모 목사와 박모 목사가 공직선거법 제85조 3항에 대해 낸 헌법소원을 재판관 8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으로 결정한다”고 밝혔다.

이번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서울 송파구의 이 목사와 광주 서구의 박 목사는 지난 21대 총선과 20대 대선을 앞두고 교회 예배 시간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비방하는 등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은 인물들이다.

이 목사는 2020년 3월 29일 총선을 보름 앞두고 설교 중 “여러분, 2번 황교안 장로 당입니다. 2번 찍으시고” “비례대표에 내려가서는 기독자유통일당, 알았죠?” 등 특정 정당 지지를 호소해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다.

박 목사 역시 대선을 앞둔 2022년 1월 6일 “이재명이 공산주의, 사회주의 하겠다는 것” “민주당이 되면 우리는 끝난다. 감옥에 가고 다 죽을 것” 등 이재명을 찍지 말라고 하는 발언으로 기소돼 벌금 150만원을 선고 받았다.

이들 목사에 대해 처벌 이유가 된 공직선거법 85조 3항은 ‘누구든지 종교적인 기관이나 단체 등 조직 내에서의 직무상 행위를 이용해 그 구성원에 대해 선거운동을 하거나 하게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85조 3항을 어길 경우 255조 1항 9조에 의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들 목사는 “종교인의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조항이 정치적 중립의무가 없는 종교인의 종교 및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헌법 소원을 냈다.

헌재는 “성직자는 종교 지도자일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 사회 지도자로도 대우받으며 신도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종교적 신념을 공유하는 신도에게 자신의 지도력, 영향력을 기초로 공직 선거에서 특정 인물·정당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를 끌어내려 하는 경우 왜곡된 정치적 의사를 형성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종교의 특성과 목사 등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선거운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한다”며 “정치와 종교가 부당한 이해관계로 결합하는 부작용을 방지함으로써 달성되는 공익이 크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목회자의 정치적 표현이 교인들의 의사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들의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는 반론도 있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교회 내에서의 목회자의 지위와 영향력을 간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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