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손실률 일주일새 5%p↑
5대 은행 확정손실 2300억
올해 상반기 10조 넘게 만기
손실 6조원까지 확대 전망

서울 시내 시중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출처: 뉴시스)
서울 시내 시중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최근 만기를 맞은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와 연계된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원금 손실률이 56%선까지 확대됐다. 홍콩H지수 약세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당장 반등할 모멘텀도 찾을 수 없어 투자자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홍콩H지수는 전장 대비 0.87% 내린 5127.24선으로 장을 마쳤다. 이는 전년 말(5768.50) 대비 11.1% 하락한 것으로, 전 세계 주가지수 가운데 가장 부진한 수치다.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한 것은 홍콩 H지수가 거의 유일했다.

홍콩H지수는 올해 단 3거래일을 제외하고 모두 하락했다. 중국이 부진한 부동산·내수 경기 지표를 발표한 17일에는 3.94% 급락했다.

홍콩H지수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이를 기초로 한 ELS의 만기 손실률도 56%선까지 확대된 상태다.

지난 10일 키움증권은 공지를 통해 ‘제1528회파생결합증권(주가연계증권)’의 손실률이 51.72%라고 밝혔다. 키움증권의 발표 후 일주일 뒤인 지난 17일 미래에셋증권은 ‘미래에셋증권(ELS) 29447’과 ‘미래에셋증권(ELS) 29450’이 56.05%의 손실률을 확정했다고 공지했다.

키움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의 상품 모두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 중 하나로 편입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7일 만에 손실률이 5%p가량 확대된 셈이다.

홍콩H지수 ELS는 만기 상환일에 기초자산인 홍콩H지수의 가격을 평가해 수익률을 확정한다. 홍콩H지수가 떨어질수록 해당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설정한 ELS의 원금 손실 규모도 커지게 된다.

올해 1분기 홍콩H지수 ELS 만기가 도래함에 따라 손실이 확정되고 있지만 지수가 반등할 만한 호재를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들어 19일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서 판매된 홍콩H지수 기초 ELS 상품에서 발생한 원금 손실은 2296억원으로 집계됐다. 5대 은행에서는 8일부터 첫 원금 손실이 확정됐는데 11일 만에 손실액이 2천억원을 넘어선 셈이다.

이 기간 만기 도래한 원금 약 4353억원 중 2057억원만 상환됐으며, 전체 손실률은 52.8%(손실액 2296억원)로 집계됐다.

손실 규모는 더 불어날 전망이다. 홍콩H지수가 고점이던 2021년 판매된 상품들의 만기가 올해부터 속속 돌아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5일 기준 홍콩H지수 기초 ELS 총판매 잔액은 19조 3천억원으로, 이 중 15조 9천억원을 은행에서 판매했다. 전체 잔액의 79.6%인 15조 4천억원의 만기가 올해 도래할 예정인데, 이 중 올해 상반기(1분기 3조 9천억원·2분기 6조 3천억원)에 만기가 집중돼있다.

당분간 홍콩H지수가 반등할 모멘텀을 찾기 어려워보이는 만큼 손실률은 60% 수준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5대 은행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관련 ELS의 원금 손실 규모는 상반기에만 6조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8일부터 업권별 최대 판매사인 국민은행과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검사를 시작으로 주요 판매사에 대한 현장검사를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자본시장법 등 관련 법규 위반여부와 함께 판매 한도관리 등 전반적인 관리체계에 대해 심층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민원조사 과정에서 판매사와 민원을 제기한 투자자를 불러 3자대면 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은 현장검사에서 고객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영업 행태 등으로 인해 촉발한 위법사항 등이 확인될 경우 엄중 조치할 계획이다. 분쟁 민원에 대해서는 관련법령상의 판매원칙에 대한 실질적 준수 여부와 함께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을 균형 있게 고려해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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