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 동안 최고 손실률 52%
상반기 만기액만 10조 이상
손실 5조대까지 커질 가능성
관련 민원도 1400여건 달해

서울시내 은행 ATM기의 모습. (출처: 뉴시스)
서울시내 은행 ATM기의 모습.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은행권에서 판매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서 1천억원이 넘는 원금 손실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5대 은행으로 접수된 홍콩 ELS 관련 소비자 민원이 1천건 넘게 빗발치고 있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2일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서 판매된 홍콩H지수 기초 ELS 상품의 원금 손실은 총 106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8일부터 첫 손실 확정이 이뤄진 만큼 12일까지 불과 닷새 만에 손실이 1천억원을 넘은 셈이다.

이 기간 만기가 도래한 원금은 약 2105억원, 상환된 금액은 1038억원이다. 전체 손실률은 50.7%(손실액 1067억원)으로 집계됐다. 만기 일자마다 다르지만, 일부 상품에서는 최고 52.1% 손실률도 확인됐다.

지난해 하반기 확정된 손실액(82억원)을 더하면, 홍콩H지수 ELS 관련 원금 손실액은 5대 은행에서만 6개월여 사이 1149억원에 달한다.

홍콩H지수 기초 ELS에서 원금 손실이 잇따르는 것은 상품이 판매된 2021년 이후 홍콩H지수가 반토막 났기 때문이다.

ELS는 기초자산으로 삼은 지수 등에 연계돼 투자수익이 결정된다. 통상 6개월마다 기초자산 가격을 평가해 조기상환 기회를 주고, 만기 시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기준을 밑돌면 통상 하락률만큼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홍콩H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가운데 50개 종목을 추려서 산출하는 지수다. 홍콩H지수는 지난 2021년 2월 1만 2천선을 넘어섰으나 그 해 말 8천대까지 떨어진 뒤 현재 5천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에는 5천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손실 규모는 앞으로 눈덩이처럼 더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홍콩H지수가 고점이던 2021년 판매된 상품들의 만기가 올해부터 속속 돌아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5일 기준 홍콩H지수 기초 ELS 총판매 잔액이 19조 3천억원으로 전체 잔액의 79.6%인 15조 4천억원의 만기가 올해 도래한다.

분기별로는 올해 1분기 3조 9천억원, 2분기 6조 3천억원으로 올해 상반기(10조 2천억원)에 만기가 집중돼있다.

통상 ‘녹인(knock-in)’형은 녹인 발생 시 최종 상환 기준선(통상 70%), 녹인 미발생 시 녹인 기준(통상 50%)을 넘어야 원금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 ‘노 녹인(No Knock-in)’형은 65% 정도가 수익상환 기준선이다.

올해 상반기 홍콩H지수가 2021년 상반기의 65∼70% 수준이 돼야 원금손실을 피할 수 있지만, 홍콩H지수가 5천선에서 오가는 만큼 큰 폭으로 반등하지 않는 한 원금 손실이 불가피하다.

올해 상반기에도 현재 홍콩H지수 수준이 계속된다고 가정하면, 5대 은행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관련 ELS의 원금 손실 규모는 5조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

불안감이 가중되는 가운데 관련 소비자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작년부터 지난 12일까지 5대 은행에 접수된 홍콩 ELS 관련 전체 민원 건수는 1410건에 달한다. 이 중 518건은 올해 제기된 민원이다. 최근 만기 도래와 함께 경우에 따라 원금의 절반 이상의 손실이 확정되자 이에 비례해 민원과 항의도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홍콩H지수 연계 ELS 주요 판매사 12곳(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키움·신한투자증권)에 대해 현장검사를 실시하고, 불완전 판매 여부 등을 파악할 방침이다.

또 늦어도 오는 3월까지 대책을 내놓을 전망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9일 “예적금이 아닌 금융투자상품이기 때문에 투자자의 자기책임원칙 하에 (투자자가) 책임져야 할 게 있다”면서도 “책임의 문제와 별개로 손실 부담, 책임소재 정리에 대해서는 개선돼야 한다는 점은 여지가 없다. 2∼3월 정도에 필요한 것을 빨리 진행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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